오리엔테이션 둘째 날
M.M.이 저녁 먹을 때 우리 식탁에 앉으셨다. 우리에게 아침 10시부터 공부할 곳을 찾고, 1시간을 점심시간으로 갖고, 딱 오후 4시까지 공부하고, 주말엔 쉬라고 말해주셨다. 그렇게 하면 저녁과 주말에 자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애들은 공부하느라 잠 못 자고 있을 동안 우리는 펍 (pub) 가서 축구 보고 있을 수 있다고 ㅎㅎ. 그렇게 하면 이 프로그램을 “바람 불듯” 쉽게 보낼 수 있고 밸런스 맞춘 생활을 살 수 있는데, 또 V- (우리가 다 같이 사는 집 이름)가 마법 같은 공간이라 모두가 그러겠다고 시작해서는 새벽 3시까지 깨어있게 되는 곳이라 하셨다. 그분이 제안하신 대로 하기로 결심이 섰다. 주말까지 혹은 4시 이후까지도 공부를 해야 할 수 있겠지만. 정말로 마법 같은 도서관이 여러 곳 있다 하시니 기대하게 된다.
다시 영어 “속으로” 들어가려고 하고 있어 이걸 영어로 쓰고 있다. 그래도 엄마 아빠랑 대화 나눌 땐 한국어를 쓰겠구나. 하나님께 기도할 때도 한국말로 하는데 그것도 영어로 해야 할까 보다.
감사하게도, 엄마 아빠랑 영상통화하는 중 내 룸메이트 I-이 Z-랑 같이 밖에 나가볼 건데 같이 가겠냐고 물었다. 난 가겠다고 했고, I, Z, R, 그리고 나는 오전 10시에 나서서 오전 11:45에 집으로 돌아왔다. 정말 좋았고, 특히 어제저녁의 경험으로 인해 프로그램 동기들 생각에 지쳐있었기에 이게 더욱 좋게 느껴졌다. 엄마 아빠께 내가 새로 시작하는 듯이 하겠다고 말했다. (여기 올 때 탄 두 번째, 9시간짜리 비행기에 타서 본 영화가 “Begin Again”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 문구가 떠올랐다.) 그랬더니 아빠는 “그래! 일관성 생각하지 말고, 남을 불편하게 할까 너무 신경 쓰지 말고”라고 하셨다.
N-도 우리 식탁에 앉아 계셨는데, 어느 학생의 질문에 답을 하며 자신의 인생사를 우리에게 나누게 됐다. 그분은 “Highschool Musical”을 보다가 거기서 등장인물들이 나 자신으로 사는 모습이 자신이 자라온 집단 순응적 사회와 대조되면서 인상을 남겼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으로 가게 됐는데, 거기서 인생에 있어 암흑기를 보냈다. 그때 수강하게 된 성경 수업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말씀구절을 외웠다. 그러다가 궁금해져 다른 학생들에게 하나님께서 “이해를 뛰어넘는 평화”를 주실 것이라고 바울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 물어보았다. 스스로 실험을 해보았다. 그것과 비슷한 구절 하나를 두고 기도해 보았는데, 기도한 날들에는 정말 평안하고 안정되고 괜찮았고, 그러지 않은 날들에는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고. (나도 이해를 뛰어넘는 평화를 알고 싶다.)
또한 M.M.은 자신의 조언은 모든 것에서 가능한 한 열린 주먹이 되라는 것이라고 하셨다 (열린 마인드가 되라는 말인데, 그분이 자신의 주먹을 피는 걸 예시로 보여줬고 그게 와닿았다). 그걸 바로 적용해 보았다. 여자 애들이 내일 걸어서 갈 교회가 “카리스마적인” 찬양 예배를 가진 “카리스마적인” 교회인데, 내가 주변 교회 목록을 읽어볼 때 설명글로 봐선 가장 나랑 안 맞겠다고 느낀 교회였다. 맨 먼저 든 생각은 “‘생각해 보니 같이 못 갈 것 같다’라고 말해야 할까?”였다. 그렇지만 그다음 “같이 못 가겠다 하는 걸 다음 주에, 교회를 가봤는데 진짜 나랑 안 맞는 것 같았을 때 해도 되니, 내일은 애들이랑 거기 같이 가자”라고 생각했다. 알고 보면 그건 M.M.의 조언 때문이라기 보단 전략적으로 생각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일 수 있다. 어찌 됐든 이게 내가 앞으로 다른 일들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이어야 하겠다 싶었다. 한번 경험해 보고 그때 가서 그래, 정말 그걸 경험 안 해도 되겠다 할 수 있는 걸 미리 닫아버리지 않아도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