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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 Aug 25. 2022

제주의 하늘은 어쩜 이럴까!

학교 체육시간이었다. 어느 날 운동장에서 달리기를 하다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이 너무 파랗다는 이유 때문이었다.'이렇게 눈부시게 파란 하늘을 이고 나는 왜 이렇게 아무 의미도 없이

죽기 살기로 달리고 있지?'라는 소녀적 발상 때문이었으리라.


체육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가 멀리서 들렸지만 그대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동안 서있었다. 눈이 부셔서 눈물이 핑 돌았다. 그때부터였다. 나는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너무 좋았다. 힘들었던 일상 속에서 하늘 한 번 올려다보면 숨통이 트였다.



극도의 집순이인 나는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예민한 성격 탓에 여행지에선 항상 마음의 불안이 몸의 병증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더욱 여행을 꺼려한다. 내 방 내 침대가 아닌 곳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개도 물어가지 않을 이 고질병.

 

그런데 이번엔 기갈스러운 매미소리가 싫어서 너무너무 도시를 떠나고 싶었다. 참매미도 아닌 동네를 장악한 유지매미의 소리가 너무 귀에 거슬렸다. 돌발성 난청을 겪은 후부터 소리에 더욱 민감해진 것 같기도 하다, 3년 만에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



제주의 하늘을 그대로 담지 못한 것은 카메라의 문제가 아니겠지?



마음 같아선 유행처럼 번지는 제주도 일 년 살기 아니 한 달 살기라도 해 보고  싶지만 늘 그랬듯 소망과 현실사이의 간극을 이번에도 메우지 못하고 4박 5일로 만족해야 했다. 운이 좋았는지 4박 5일 중 4일은 하늘이 너무 좋았다.


번잡한 호텔 대신에 평온한 시골마을에 있는 2층으로 된 독채를 렌트했는데, 5분 정도 산책 삼아 걸어 나가니 이런 일몰을 보게 된다. 일몰을 보며 눈물이 나면 나이가 드는 것이라고 누군가가 말했는데, 아직은 노을을 보고도 의연해질 수 있는 정도의 나이인가 보다. 다행이다.



애월의 한적한 시골 마을 4박 5일 동안의 숙소
구엄포구에서 바라 본 노을


얼마 전 친구들과 여행에 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한 친구가 말한다. 여행도 공부처럼 다 때가 있는 거라고 돈도, 시간도 좀 더 여유가 생겼을 때 가야지 하다간 결국 아무 데도 못 간다고, 설사 나이가 들어서 효도 관광을 다닌다 쳐도 어디 젊었을 때 기분 같겠느냐고 열변을 토했다. 우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내린 결론은 조금이라도 나이 덜 먹었을 때, 건강할 때 많이 다녀 봐야겠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돈도 많이 없고, 시간은 더 없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고생 좀 하면서 다녀 보자고 우리는 유례없는 의견 일치를 보았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집순이인 나도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마지막 날 제주는 비오는 하늘을 보여 주었다, 인생도 맑음과 흐림이 있지 않냐고..



살아가는 것도 여행과 비슷하리란 생각이 든다. 누구나 평탄함을 원하지만 때로는 고생스러운 일도, 안타까운 일도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나고 나면 그게 다 추억이고 경험과 노하우로 남지 않았던가.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처럼 나에게 주어진 삶이 힘들고 때론 무료하고, 포기하고 싶을 만큼 지치더라도 그 안에서 충분히 즐거움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여행에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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