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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 Oct 19. 2022

번지 점프할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부침을 겪고 있는

친구가 번지 점프하러 가자고 한다.

선뜻 남자를 선택할 용기가 없어서

저도 나도 아직 혼자라고, 번지점프대

앞에 서서 용기를 경험해 보자고 한다.

나는 그게 무슨 상관관계가 있냐고

반문했지만 친구는 꽤 진지했다.

그리고  오래전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소나기가

쏟아지던 그 여름 인우의 우산 속에

갑작스레 뛰어들었던 태희처럼,

인생을 송두리째 흔드는 그런 인연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어지는 것만 인연인 줄 알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미 끊어진

인연을 부여잡고 허청허청 살아가는

모지리 같은 인간도 많이 봐온 터.

인연이라는 것은 어긋나는 순간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안다.


누군가는 '우리네 삶은 먼 과거로부터의

인연이 윤회한 것'이라고 불교식으로

말하기도 하지만, 유물론자에 가까운

나는 운명적 인연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 이것은 내가 경험주의에

한 발을 담그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쓰고 보니 나는 굉장히 시니컬한

인간인 것 같기도 한데, 기실은 MBTI도

오전(INTP-T) 오후(INFJ-T)가

달라지는 사람이니 그때그때 이성과

감정에 따라 다른 결론을 낼 수도 있는

신빙성 없는 인간임을 고백한다.


그렇지만 지금 나와 관계된 모든

사람들과의 인연을 잘 꾸려가고 싶다는

욕심은 생긴다. 친구의 표현대로라면

나를 둘러싼 주위 사람들 모두 먼 옛날

서로 다른 모습으로 만났다가 이생에서

재회한 것일 수도 있다고 하니까.

(물론 믿지는 않지만)


가볍게 떠올라 다시 움직일 준비를

하는 번지점프.

그 탄력 있는 줄에 매달려 위아래로

넋 빠진 듯 흔들리고 나면

무엇이 달라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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