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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 Dec 02. 2022

거북목으로 살아간다는 건

난간에 앉아 다리를 건들거리며

담배를 피우던 마틸다가 슬픈 눈으로

레옹에게 묻는다.

"어른이 돼도 힘들어?"

레옹은 잠깐 머뭇거리던가.

그러다 마틸다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대답한다.

"응!"


오늘, 줄 서 있는 마트 계산대에서

할머니께 내 자리를 양보했는데

연신 미안해서 어쩌나 한다.

어렸을 땐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하고

바랐지만 어른이 돼도 힘든 건

마찬가지고 나이는 먹을수록

누군가에게 미안해지는 것.


그러나 주섬주섬 나이나 먹으며

갈수록 힘들어지는 세상과 싸워 가며,

그러다 늙으면 누군가에게 미안한

그런 길이라도 가기는 가야 한다.


서른 살 무렵부터 한의원, 정형외과,

신경외과를 골고루 돌아다녔다.

나 같은 경우엔 경추가 정상과 반대로

C커브를 만들고 있었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커브가 일자로

돌아왔지만 그 이상 진전은 없고,

통증은 나날이 어깨를 심하게 누른다.


한의원에 다녀오는 날이면 벌건

부항자국이 어깨와 등에 낭자하고,

통증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는

지경일 때는 신경외과에 가서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다.

자주 맞으면 안 되는 주사이기에

정말 통증이 심할 때만 맞았다.

돌아 눕기도 어렵고, 숨을 쉴 때도 아픈

이 고통을 평생 모르고 사는 사람들은

억세게 운 좋은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찍어 본 사진으론 목 디스크와

퇴행성 관절도 시작되었다는

반갑잖은 소식이다.

심하면 수술을 할 수도 있으니까

더 자주 체크하고 관리를 해야 한단다.

잘못된 자세로 오랜 세월 책 읽고

쓰고 했던 결과물이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나는 목과 어깨의 위치가 어디 있는지

매분 매초 정확하고 무겁게 느끼고 산다.

그럴 때마다 하늘을 떠받치고 서 있는

아틀라스의 형벌을 떠 올린다.

자세가 나쁘다는 엄마의 지적을

매번 무시하고  꿋꿋하게 내 편할 대로

살아온 벌이리라.

돌아가신 엄마를 한 번쯤 만난다면

아마 하루 종일 욕만 실컷 먹겠지.


거북목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생의 무게를 늘상 두 어깨로 확인하며

사는 삶인 것 같다.

그 무게감만큼 진중하고 조심조심

발을 내딛는다면 사고는 나지 않겠지.

그러고 보면 거북목은 내 인생의

과속방지턱 같은 것인가 보다.


마틸다야,

어른이 돼도 힘든 것 투성이지만

진짜 어른은 바람결 같은 불안이

너울거려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야.


오늘도, 어깨가 무겁다 나는.



P.S

엄마는 예쁜 여자 사람을 낳았는데,

거북이로 커서 죄송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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