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간에 앉아 다리를 건들거리며
담배를 피우던 마틸다가 슬픈 눈으로
레옹에게 묻는다.
"어른이 돼도 힘들어?"
레옹은 잠깐 머뭇거리던가.
그러다 마틸다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대답한다.
"응!"
오늘, 줄 서 있는 마트 계산대에서
할머니께 내 자리를 양보했는데
연신 미안해서 어쩌나 한다.
어렸을 땐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하고
바랐지만 어른이 돼도 힘든 건
마찬가지고 나이는 먹을수록
누군가에게 미안해지는 것.
그러나 주섬주섬 나이나 먹으며
갈수록 힘들어지는 세상과 싸워 가며,
그러다 늙으면 누군가에게 미안한
그런 길이라도 가기는 가야 한다.
서른 살 무렵부터 한의원, 정형외과,
신경외과를 골고루 돌아다녔다.
나 같은 경우엔 경추가 정상과 반대로
C커브를 만들고 있었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커브가 일자로
돌아왔지만 그 이상 진전은 없고,
통증은 나날이 어깨를 심하게 누른다.
한의원에 다녀오는 날이면 벌건
부항자국이 어깨와 등에 낭자하고,
통증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는
지경일 때는 신경외과에 가서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다.
자주 맞으면 안 되는 주사이기에
정말 통증이 심할 때만 맞았다.
돌아 눕기도 어렵고, 숨을 쉴 때도 아픈
이 고통을 평생 모르고 사는 사람들은
억세게 운 좋은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찍어 본 사진으론 목 디스크와
퇴행성 관절도 시작되었다는
반갑잖은 소식이다.
심하면 수술을 할 수도 있으니까
더 자주 체크하고 관리를 해야 한단다.
잘못된 자세로 오랜 세월 책 읽고
쓰고 했던 결과물이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나는 목과 어깨의 위치가 어디 있는지
매분 매초 정확하고 무겁게 느끼고 산다.
그럴 때마다 하늘을 떠받치고 서 있는
아틀라스의 형벌을 떠 올린다.
자세가 나쁘다는 엄마의 지적을
매번 무시하고 꿋꿋하게 내 편할 대로
살아온 벌이리라.
돌아가신 엄마를 한 번쯤 만난다면
아마 하루 종일 욕만 실컷 먹겠지.
거북목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생의 무게를 늘상 두 어깨로 확인하며
사는 삶인 것 같다.
그 무게감만큼 진중하고 조심조심
발을 내딛는다면 사고는 나지 않겠지.
그러고 보면 거북목은 내 인생의
과속방지턱 같은 것인가 보다.
마틸다야,
어른이 돼도 힘든 것 투성이지만
진짜 어른은 바람결 같은 불안이
너울거려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야.
오늘도, 어깨가 무겁다 나는.
P.S
엄마는 예쁜 여자 사람을 낳았는데,
거북이로 커서 죄송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