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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 Dec 19. 2022

일 년은 열한 달

은행에서 달력 받으러 오라는 문자가 여러 번 온다.


예전에는 이맘때만 되면 둘둘 말은 달력을 옆구리에 끼고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흔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한 해가 끝나가는 것을 실감하곤 했는데, 근래에는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시선이 닿는 곳곳에 디지털 시계들이 빛나고, 손에서 떼어놓지 않는 스마트폰에 기념일을 지정해 놓으면 신경 쓰지 않아도 척척 알려주기 때문일 게다.


새 달력을 받아 그 밑에 기념일들을 일일이 표시해 놓지 않아도 실수할 일이 없으니 그야말로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고개를 주억거려 본다.


하는 것도 별로 없이 이 달이 반이나 넘게 지나가 버렸다. 연말연시를 늘 북적이며 지낼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느슨하게 살고 있는 요즘도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흐르다니. 그러고 보면 늘상 내 生의  달력은 열한 달 만 있는 듯해서 하늘 한 번 올려다본다.


물처럼 심심하게 흘러가는 나날에도 그날그날의 파고는 있었다. 만 16년간 우리 집의 희락을 담당했던 반려견 몽이가 2월에 떠났고, 그 여파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이별의 후유증이 오래간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내년에는 전 국민이 한 살씩 어려진다고 하니, 덤으로 사는 혹은 보너스 같은 일 년이 될까?


그나저나 온 세상이 폐색 된 것처럼  날씨는 왜 이렇게 떨리게 추운 건지. 어둠 속에서 모든 생명이 휴식을 취하듯 봄을 준비하는 모든 것들이 이 계절의 고개를 무사히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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