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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 Jan 05. 2023

도대체 우리가 왜 헤어졌지?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마르크스 전 필리핀 대통령의 부인인 이멜다는 세상이 다 아는 구두 수집광이었고, 오드리 헵번은 모자 수집광, <로리타>의 저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나비 수집광이었다.


음악이든 책이든 영화든 사랑이든, 무언가에 미쳐본 사람은 안다. 알면 알수록 그 깊이를 모르겠고 가지면 가질수록 더 커지는 공허감 그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말이다. 광적인 수준까지 치닫지 않더라도 무언가를 하나하나 모아가면서 스스로 부자가 된 듯 삶의 여유가 생기고 왠지 모를 뿌듯한 느낌은 해 본 사람만이 아는 즐거움이다.


나처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그(그녀)에게 자신만의 Best 음악을 선물한 기억이 있을 게다. 세대마다 다르겠지만 7080 세대들은 녹음테이프로, 그 이후 세대들은 MP3로 다운로드하거나 USB로 마음을 전달했을 것이다.(MZ 세대들은 알아서 잘 보내겠지. 나와 너무 동떨어진 세대라) 영화를 볼 때, 천 장이 넘는 LP를 수집한 롭 고든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해박한 지식, 그리고 만만치 않았을 비용을 감당할 수 있었던 경제력이 부러웠다. 2000년도에 개봉한 영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이야기다.


한참 전에 CD로 넘어간 그 시절에 LP를 모으고 있다는 고리타분함으로 보여지듯 롭은 야망도 꿈도 없는 사내다. 취미라면 그날의 분위기와 기분에 걸맞은 음악 Best 5 선정하기, 천 장이 넘은 LP를 가수별, 알파벳순, 제작연도별로 정리하고 추억이 담긴 순서대로 다시 정리하기 등이다. 그는 자신의 옛 애인 베스트 5를 정해서 한 사람씩 찾아간다. '도대체 우리가 왜 헤어졌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문제점을 발견해 나간다.


가끔 나도 그런 생각을 해보곤 한다. 영화 속의 롭 고든처럼 과거의 연인을 찾아가서 '도대체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 '내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물어보고 싶은 거. 하지만 절대 그렇게 못할 것이라는 거 안다. 한때 세상에서 가장 가까웠던 사람이 이젠 '남'보다 못한 존재가 되었다는 걸 내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사랑을 리콜'해 준다고? '오! NO.' 절대 사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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