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마지막 장면
Knockin' On Heaven's Door
2시의 병실. 갑자기 일어난 마틴이 루디의 콧속으로 뜨거운 담배연기를 뱉는다. 기겁을 하며 깨는 루디.
"죽었나 살았나 검사해 본거야 시체하고 한 방을 쓸 순 없잖아?"
"난 살았어! 아직 살았다고!"
소리치는 루디에게 마틴은 씩 웃으며 고백한다.
"축하해. 난 뇌종양이라서 곧 죽을 거야."
"... 난 골수암이야. 나도 곧..."
둘은 의기투합하여 테킬라를 마시며 친구가 된다.
태어나서 한 번도 바다를 본 적이 없는 두 사람은 어쩌면 천국에서는 바다 얘기만 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고, 병원 주차장의 하늘색 벤츠를 훔쳐 타고 바다로 향한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벤츠엔 백만 달러가 든 범죄조직의 가방과 권총이 실려 있다.
"바다로 가려면 돈이 필요해."
마틴은 차에서 발견한 권총으로 주유소를 털고 또 은행을 턴다.
드디어 경찰은 마틴을 추적하고 돈을 빼앗긴 악당들 역시 마틴과 루디를 추적한다. 경찰과 악당 그리고 죽음으로부터 쫓기는 두 사람. 그들은 운 좋게도 훔친 차 안에 들어있던 100만 달러의 돈가방으로 호의호식하며 바다로 향한다. 그러나 이들을 쫓는 100만 달러의 주인인 악당들의 위협이 만만치 않다.
"난 엄마에게 캐딜락을 사드릴 테야."
"난 두 여자와 동침해 보는 게 꿈이었어."
둘은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일들을 하나씩 이루어 간다.
여전히 바다를 향해 달려가는 마틴과 루디. 집요하게 추적하는 경찰. 드디어 체포되는 순간, 악당 패거리들이 구세주처럼 등장한다. 경찰을 따돌리고 돈 가방을 찾아야만 하는 악당들은 경찰에 무차별 총격을 갈겨대고 경찰과 악당들의 신나는 총격전, 난무하는 총탄 사이로 마틴과 루디는 100만 달러를 움켜쥔 채 다시 희망의 바다를 향해 탈출한다.
마지막에 바다를 바라보며 숨을 거두는 두 남자의 뒷모습 위로 밥 딜런의 "Knockin' On Heaven's Door"를 강한 비트로 편곡한 셀리그의 노래가 흐른다.
전생과 환생을 믿는 불자이거나 착하게 살았으니 천국에 갈 거라는 믿음을 가진 독실한 기도교신자라 할지라도 막상 죽음에 이르면 누구나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죽음을 앞둔 이 젊은이들의 마지막 일탈은 시종일관 밝고 유쾌하고 따스한 분위기다.
해가 지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죽음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천국의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는 것과 같을지 모른다. 자신들이 죽음을 맞는 순간, 눈앞에 펼쳐질 장면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던 그들이 부러웠다고 한다면 지나칠까? 대부분 병실에 누워 마지막을 맞는 요즘 현실을 생각해 보면, 마틴과 루디의 마지막은 인간의 실존에 부합하는 죽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떤 장면을 바라보며 나의 마지막을 맞을 것인지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생각한다.
당신은, 생의 마지막에 무엇을 보고 싶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