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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 Feb 20. 2023

칼을 던져 줄 사람

걸 온 더 브릿지

스물한 살 아텔은 여자에게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굳게 믿는다. 많은 남자들에게 사랑을 느끼고 빠져들었지만 그 누구도 그녀의 곁에 머물지 않았다. 그녀는 센 강 위에 서서 자살하기로 결심한다. 그녀가 생을 버리려던 그 순간 한 남자가 나타나는 아이러니.


그는 서커스단에서 칼 던지기 쇼를 하는 남자인데, 자신의 표적이 될 조수를 구한다는 가보이다. 이후 가보와 아텔은 최고의 서커스 파트너가 되어 칼 던지기 쇼를 거듭할수록 인기를 누리고, 칼을 던질 때마다 둘은 사랑일지도 모를 특별한 교감을 느낀다.


그러나 아텔이 쇼에서 만난 낯선 남자에게 빠져 가보를 떠나고, 그녀는 가보를 떠난 후에야 그를 향한 자신의 느낌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 두려워진다.



가보가 혼신의 힘을 다해 아텔에게 칼을 던질 때 마치 에로스의 화살이라도 맞은 양 매번 내 가슴이 움찔거렸다. 운명 같은 사랑에 코웃음 치면서도 영원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며 차가운 이성은 항상 나를 세뇌시키지만, 우연이 필연이 되고 기적이 현실이 되는 동화 같고 마술 같은 이야기들은 늪처럼 나를 끌어들인다.


내게도 영화 속 가보처럼 칼을 던져줄 사람이 있겠지 어딘가에. 모든 것을 그 사람의 칼에 내맡길 수 있는 그런 사람. 칼을 던지는 가보와 표적이 되어 날카로운 칼 앞에 온몸을 맡겨야 하는 그의 조수 아텔처럼 특별한 교감과 믿음을 가진 그런 사람. 


여전히 파트리스 르콩트의 사랑에 대한 은유가 참 좋다. 이제는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의 마틸드를 이해할  있을 것도 같고, <이본느의 향기>의 이본느가 빅터를 떠난 것이 현실이란 생각을 할 만큼 나이를 먹었지만 그래도 사랑에 대한 환상의 한 자락은 남아 있는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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