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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 Aug 07. 2023

내 귀에 매미


기갈스럽다. 장마가 끝나고 시작된 본격적인 여름의 점령군은 단연 매미다. 그것도 우렁차다 못해 고막이 얼얼할 정도로 떼창을 불러 젖히는 말매미와 유지매미들. 조금 잠잠해졌다가도 한 마리가 울면 이에 질세라 모두들 목청을 뽑아 요란스레 짝을 부른다. 아파트 앞 벚나무 길을 점령한 저들 세레나데의 데시벨은 땅속에 묻혀 있었던 시간과 비례하는 건가 보다.


창을 닫으려다가 멈칫, 어디선가 작고 가냘픈 소리가 들려온다. 저 기갈스런 매미들 사이에 듣기에도 소심한 참매미 한 마리가 끊어질 듯 끊어질 듯 누군가를 부르고 있다. 매년, 목청장군인 말매미와 유지매미들 사이에 한 마리의 참매미만이 맴맴맴 울고 있다. 단언컨대 한 마리다. 작년에도 그러더니 올해도 그 한 마리의 참매미 소리가 들린다. 반갑다 아직도 살아 있었던 거니? 아니 그럴 리가 있나. 성충이 되어 고작 한 달을 살 뿐인데. 녀석이 올해도 제 짝을 만날 수 있기를, 조금 더 큰소리를 내 보라고 응원하는 나를 보면서 나의 편협한 참매미 편애에 웃음이 난다.


사람들은 한여름 잠시 사랑하기 위해 7년을 땅속에서 굼벵이로 인고하는 매미를 탈속의 상징으로 보기도 하고, 땅 위로 올라와서 겨우 한 달가량 살다 죽는 그들을 인생무상의 대상으로 보기도 한다. 그리고 세월을 견디며 도를 탐구하는 군자에 비유하기도 해서, 조선시대 왕들은 매미 날개 모양의 익선관을 쓰고 덕치를 마음에 품기도 했다. 내 집 앞에서 우는 저 한 마리의 참매미는 혹시나 땅 속에서 도를 닦고 물리를 깨우쳐 장생불사 하게 된 것인가. 어떻게 매년 한 마리의 참매미 소리만 내 귀에 들리는지 모를 일이다.


모든 생물들의 한살이는 태어나고 성장하고 늙어가며 생을 마친다. 그런데 매미의 일생은 어쩌면 젊음이 맨 뒤로 간 것이 아닐까 싶다. 죽기 한 달 전에 그렇게 정열적으로 사랑을 찾는 것을 보면 매미에게 늙음은 없고 오로지 열정적인 삶과 장엄한 죽음만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인간이 매미의 일생 인생무상이라 측은해 할 수 없을 터다. 인간의 삶도 거대한 우주의 삶 앞에서는 매미의 생애처럼 짧디 짧고 무상한 것일 뿐인데...


자기 존재의 이유를 정열적으로 온 세상에 알리고 떠나는 매미는, 내가 지금껏 살면서 저렇게 열정적이었던 때가 있었나 생각하게 한다. 이 세상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생기와 열정을 잃어버리는 순간이 죽음이다. 나도 정열을 다해 목청을 돋우고 싶다.


밈 밈 밈 밈... 미~~~

밈 밈 밈 밈... 미~~~






그림출처

현정 그림책 <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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