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서너 시간 정도밖에 잠을 자지 못한다.
그 와중에도 꿈을 꾸었나 보다.
결코 떠 올리기 싫은 장면들과
소리 없는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잠이 깨어서도 그 장면들은
귀밑머리처럼 아프게 매달려 있다.
새해가 되면 열일곱이 되는
우리 집 반려견 몽이가 암에 걸렸다.
나이가 많아 2,3년 전부터
시름시름이었지만
작년 여름에 암 진단을 받고 케어를
시작했더랬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아픔이 잦아져
새벽에는 거의 잠을 못 자고 계속
칭얼거린다. 나도 덩달아
잠을 못 자는 생활이 벌써 반년.
수면 부족이 원인이었던지
내겐 덜컥 돌발성 난청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한쪽 귀가 먹먹하더니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독한 스테로이드 약을 들이붓고
청력은 돌아왔지만
재발 가능성에 살얼음 디디듯
생활이 조심스러워진다.
잘 자고 잘 먹고 절대로
스트레스받지 말라는
의사의 당부가 옆집 이야기 같다.
둘 다 자긴 자야겠는데..
동물병원에서 처방받은 몽이의 안정제와
내가 처방받아 온 신경안정제 각각
한 알씩을 손에 올리고 바라본다.
몽이의 주치의 선생님은 몽이에게
무리가 갈 수 있다고 약을 권하지 않는다.
내게 처방 내린 선생님은 만성이 될
수 있다고 약을 권하지 않는다.
누가 먹어야 하나..
조용 조용히 지낸다.
가끔 철 지난 아픈 기억,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여전히 시덥잖은
글을 매만지면서,
언제든 도망가기 위해
한 쪽 다리는 밖으로 빼 놓은채
(그렇지만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하루키를 다시 읽고
가끔 보다 자주 마시던 술도 끊고,
난청에 좋을 것 없다는 커피를 시간 맞춰
약 먹듯 하루에 한 잔만.
멍하니 졸리운데 여전히 몽이와 새벽을 지샌다.
둘 다 약을 먹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