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와 풀꽃

by 마루

계절의 여왕은 오월, 꽃의 여왕은 장미꽃이라고 한다. 동의할 수는 없다. 나는 다른 꽃을 좋아하므로. 오월에 피는 꽃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소린지 모르겠지만, 나는 풀꽃들이 더 좋다. 사람들이 오월에 피는 풀꽃들을 자세히 본다면 모르긴 몰라도 장미만큼 아름답다 생각할 게다.


여전히 나는 산책 중인데, 유명하다기에 어제는 장미 마을을 산책했다. 요즘은 매일매일 산책코스를 다르게 짠다. 그래야 오래 걸을 수 있다. 같은 반찬만 먹으면 물리는 것처럼 밥이 되는 산책은 지겹지 않은데, 같은 곳을 산책하는 것은 싫증이 나서 보통 일주일 식단 짜듯이 산책코스를 짜곤 한다. 평균적으로 10킬로미터 정도 걷는데, 누군가는 삶을 소풍에 비유하기도 했었지만, 나는 일상이 되는 산책이란 말이 참 좋다.


장미 사이를 걷다 보니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어름풋이 알 것 같기도 하다. 향기도 짙고, 색깔도 아름답고 모양새도 화려하다. 사람들은 장미에 취한 것인지, 자신에게 취한 것인지 사진을 엄청나게 찍어댄다. 장미처럼 어여뻤으면 하는 욕망이려나.


장미를 보다가 자연히 가시에 눈이 간다. 그리고 자동적으로 몸이 움찔한다. 가시에 찔려본 사람은 안다. 꽤나 아프다. 아름다움을 보호하기 위해 이 어마무시한 가시를 달고 있다니, 과연 좋은 생존 방법이었을까 싶다.



사는 것이 맨손으로 장미를 더듬는 것과 같은 듯하다. 손으로 장미를 더듬다 보면 가시에 찔리기 마련인데, 손이 가시에 찔려 너덜너덜해지고 온몸으로 고통을 느끼더라도 가시에 무릎 꿇고 싶지 않다. 가시 줄기 위에 장미가 피어 있을 것이라고 믿고 더듬어가다가 끝끝내 장미를 보고 싶다. 내 지나온 시간이 가시 위에 분명 장미가 있다고 확답을 해주면 좋겠지만, 모른다고 하더라도 열심히 장미를 향해 더듬어 가야지.


그런데 누군가가 힌트라도 주었으면 싶다. 삶이란, 가시는 있지만 꽃이 피는 장미인지, 가시만 있고 꽃은 피지 않는 장미인지를.



어쨌거나 나는 산책 중 길가에서 쉽게 만나지는, 이 연하디 연한 풀꽃들이 좋다. 이 풀꽃들은 삶을 더듬어가다 입은 내 상처를 후후 불어주는 것 같다. 급기야 장미는 고사하고, 가시 없는 이 풀꽃이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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