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네마 Nema / No.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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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DD

다음 날, 엘고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샤워를 마치고 나온 마키스를 보더니 웃는다.

"플로메한을 만나러 가는 게 그렇게 좋아?"

마키스가 프르소를 전혀 고용하지 않는 특이한 케이스라면, 플로메한 시나코프는 고용한 프르소의 수가 가장 많은 특이한 케이스이다.

"당연하지."

토파이오의 국제 공무원들을 프르소라 부른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네마의 수에 비해 프르소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보통 네마는 어떤 프르소가 있는지 알기도 어려울뿐더러, 기본적으로 토파이오가 모든 네마와 프르소의 특기와 특성, 특징을 분석해 놓고 이에 맞게 근무처를 배정하기 때문에 네마와 프르소가 서로 원하는 데로 선택해서 근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플로메한의 경우는 다르다. 그는 국제 프르소 육성 학원의 학생부터 시작하여 높은 등급의 베테랑 프르소까지 빠르게 물색하고, 그들에게 토파이오로부터 받게 될 기본급보다 더 큰 액수를 제시하여, 토파이오를 통하지 않고 그들을 직접 고용해 인재를 선점하는 전략을 취한다.

"선생님을 처음으로 뵈고 알고 지낸 지도 이제 14년이네."

마키스가 17살일 때, 인재를 찾기 위해 에어로크 국제 프르소 육성 학원에 직접 방문한 플로메한을 본 것이 인연의 시작이 되었다.

"오르피트 기업으로 가는 거야? 쿠도이프 연구소로 가는 거야?"

"오늘은 오르피트로 갈 거야."

"오케이, 너 나갈 때 맞춰서 오르피트로 연락 보낼게."

마키스와 같은 휴토상 수상자이자 본픽시오와 같은 1세대 네마인 그는, 토파이오와 여러 국가에 항공모함, 잠수함, 전투기, 로켓, 항공기, 자동차, 군용 무기 등 다양한 기계들을 납품하는 최상위권의 기계 산업 거대 기업, 오르피트(Orpiteu)의 CEO이자, 쿠도이프(Cudoiep) 로봇 연구소의 연구소장이다.

그렇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사실, 평화의 상징인 토파이오가 창설됨을 시작으로 그 이후로부터 절대적 평화주의가 팽배해지자, 모든 군용무기 산업의 규모는 크게 줄어들어 많은 군사 기업들이 파산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4년이 지나자 서로 눈치만 보던 국가들은 슬며시 방위 산업에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13년 전 파산 기업들을 대량 매수하여 이 흐름을 잘 탔던 플로메한이 현재 기계 산업 분야의 거대 기업들을 이끄는 CEO가 된 것이다.

그 역시 네마이기 때문에 토파이오와 연계되어 있긴 하지만, 일반적인 네마와 달리 지원을 받지는 않는다. 엄청난 재력가인 그는 어떠한 지원도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지원을 받지 않기 때문에 연구 성과를 토파이오에 무조건 공개해야 하는 연맹법 또한 적용되지 않으며, 그에게 네마란 그저 수많은 업적과 칭호 중 하나일 뿐이다.

머리를 다 만지고 거울을 향해 플로메한 특유의 여유가 돋보이는 미소를 따라지으며 엘고에게 말한다.

"나 언젠가 꼭 선생님처럼 될 거야."

플로메한은 대저택과 하이퍼카 수집 등 값비싼 취미를 즐기는 한편, 그의 자선단체를 통해서 취미에 사용되는 금액 이상의 많은 돈을 여러 곳에 기부하기도 하고, 한 끼 식사만을 위해 지구 반대편을 가기도 하는 반면, 연구가 진행 중일 때는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연구소 책상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하는 사람이다.

"언젠가 선생님처럼 세상의 중심에서 인류를 이끌어갈 거야."

"뭐, 지금 너 정도면 이미 그러고 있는 거 아니야?"

여유 있던 미소는 이내 마키스 특유의 침울함이 돋보이는 미소로 바뀐다.

"나는... 아직 멀었지, 그래도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다."

마키스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인 채로 렌즈를 바라보면서 엘고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러고 보니 나는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그건..."

당연히 이미 미래를 파악한 마키스도 엘고도 정답을 알고 있다.

"아냐, 장난으로 물어본 거야."

마키스의 장난에 엘고도 장난스러운 대답으로 받아친다.

"32사..."

"아아아, 말하지 마!"

잠깐이지만 둘은 오랜만에 실컷 웃어봤다.

"아, 웃겨라. 그러고 보니 몇 달 뒤면 선생님 생신인데, 곧 90세가 되시겠네."

"오, 인간으로서 90년 동안 살아간 것은 정말 대단한데."

"엘고, 친구도 없는 내가 이런 말 하기가 웃기긴 한데, 친구라 하면 오래된 친구가 최고잖아?"

"보통은 그렇지."

"10년을 알고 지낸 친구는 5분만 만나도 10년 5분을 만나는 느낌일 거야."

"오래 만나 온 만큼 편안하고 익숙하고 자연스러울 거란 말이지?"

"응, 그렇다면 세상이랑 90년간 친구로 지낸 사람은 오늘을 만났을 때 어떨지 궁금하긴 해."

"그건, 나도 좀 궁금하네."

현재 90세를 바라보는 플로메한은 젊은 시절부터 공학자로서 기계 공학 분야를 발전시키는 큰 성과를 냈었다. 그와 동시에 사업가로서 좋은 품질의 전자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을 설립했고, 그 이후에는 자동차, 그 이후에는 항공기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확장해 나가며, 더 나아가 최고 품질의 군용 무기와 드론, 미사일, 로켓, 전투기, 잠수함, 항공모함 등을 생산하는 기업까지 확장시키더니, 현재 기계에 관련된 모든 분야는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게 되었다.

당시 추상적이고 모호했던 분야인 로봇 공학을 최초로 발전시킨 개척자로서 로봇이 기계 산업의 최종단계라고 생각한 그는 로봇 공학 연구소인 쿠도이프 연구소를 설립하게 되었고, 쿠도이프 연구소의 연구 성과를 오르피트 기업에서 곧바로 실현시키면서 단순한 의수, 의족의 수준을 넘어선 사이보그부터 휴머노이드, 안드로이드 분야까지 기업을 더욱더 확장시키고 있다.

플로메한은 재력가로서도, 사업가로서도, 과학자로서도, 기부자로서도 훌륭한 모범을 보이며 대중에게도 인지도와 호감도가 높은 유일무이한 슈퍼스타다. 마키스 또한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스타였던 플로메한을 존경하며 본받았고, 플로메한 역시 마키스를 알게 되면서 그를 존중하며 잘 이끌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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