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네마 Nema / No.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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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DD

약 3개월 후, 감마선 폭발까지 약 218일 남은 오늘도 전날 밤을 새운 마키스는 아침이 되자마자 1층의 카페로 가서 프라푸치노 세 잔을 사 온다. 눈은 절로 감길 정도로 무겁지만, 발은 날아갈 듯이 가볍다. 드디어 관리자 AI의 제작 완료가 끝이 보이기 때문에 마키스는 기분이 좋았다.

"엘고, 나 왔어, 문 열어줘."

마키스의 명령을 들은 엘고는 평소와 같이 연구소를 바라보는 외부의 카메라를 통해 주변의 안전을 확인하는데, 두 명의 사람이 마키스에게 접근하자 엘리베이터를 올리지 않고 마키스에게 알린다.

"잠깐 기다려봐, 누군가 있어."

엘고의 말을 들은 마키스가 뒤를 돌아보자, 도로 건너편에 주차되어 있는 방탄 수송 트럭 두 대와 지게차가 실려있는 대형 트럭 한 대로부터 자신에게 다가오는 두 사람이 보인다. 마키스가 경계하자, 그들은 손을 가볍게 흔들어 무해함을 표현하며 가까이 다가왔고 마키스에게 자신들의 소개를 시작한다.

"아, 안녕하세요. 마키스 님,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저희는 에투인 연구소의 운송인입니다."

관리자 AI를 제작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마키스는, 전날 저녁에 본픽시오로부터 연락을 받았던 것을 잊고 있었는데, 마침 운송품이 도착했던 것이다.

"오, 네, 안녕하세요."

운송인은 손으로 뒤편에 주차되어 있는 트럭들을 가리킨다.

"주문하신 수정란 캡슐 100개와 잉태기 2대, 극초저온 냉동고 1대, 전용 양수 10톤이 담긴 저장탱크입니다."

"오오오."

몇 개월 동안, 연구소 안에서 엘고의 진행 상황에 대한 보고 이외에는 프로젝트의 진전을 느끼지 못했던 마키스였다. 본픽시오가 보낸 트럭을 바라보며 프로젝트의 주요 요소를 가시적으로 확인하자 불안으로 갈라진 마음에 기쁨과 안도가 스며들었다.

"그럼, 설치를 먼저 끝낸 후에 사용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어디에 설치해 드릴까요?"

마키스는 잉태기가 실린 방탄 수송 트럭으로 가서 잉태기의 사이즈를 체크한다. 잉태기의 길이와 너비, 높이는 약 3m, 2m, 2m 정도로, 사전에 본픽시오에게 안내받긴 했지만, 실제로 보니 압도되는 크기였다. 그리고 그 옆의 트럭에는 그와 비슷하지만 다른 기기가 있었다.

"이건 뭐죠?"

"아, 그건 극초저온 냉동고입니다. 수정란 캡슐을 보관할 때 사용합니다."

'이게 냉동고구나, 둘 다 엄청나게 크네, 이 정도 크기면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써야겠어.'

"엘고, 화물용 엘리베이터로 올려줘."

평소에 마키스가 타고 다녔던 출입용 엘리베이터와 다르게, 꽤 시끄러운 기계음과 마찰음이 들리며, 출입용 엘리베이터의 입구보다 열 배 이상 더 넓고 두꺼운 특수 소재 강철판이 높게 들어 올려지면서 화물용 엘리베이터 구조물이 드러난다. 탱크까지 실어 나를 수 있도록 설계된 화물용 엘리베이터는 잉태기를 실은 지게차 정도는 가볍게 옮겼다. 옮긴 기기들은 프로젝트 아이의 계획상 가장 마지막에 사용될 것들이기 때문에, 미리 비워놓았던 지하 4층에 설치하기로 한다.

그로부터 몇 시간이 지나고.

"잉태기와 극초저온 냉동고의 설치가 완료됐습니다."

설치가 완료되자, 운송인은 주머니에서 메추리알 크기의 뭔가를 꺼낸다.

"다음으로 설명드릴 것은 수정란 캡슐이고, 제가 지금 들고 있는 것은 실물 크기의 수정란 캡슐 모형입니다. 캡슐 하나에는 냉동 처리된 정자와 난자가 들어있으며, 캡슐 하나는 잉태기를 통해 인간 하나로 키워낼 수 있습니다. 캡슐 외부에 검은색 선이 한 줄이 그어져 있다면 남성이고 두 줄이 그어져 있다면 여성입니다. 또한, 캡슐 외부의 색상을 통해 키워낼 인간의 피부색을 유추할 수 있으며, 캡슐의 안전택에 인쇄되어 있는 QR코드를 잉태기의 리더기에 인식시키시면 더 자세한 유전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운송인이 QR코드를 리더기에 인식시키자, 잉태기의 모니터에 모든 유전 정보가 뜬다.

"이렇게, 이렇게 하시면..."

운송인이 터치스크린과 버튼을 조작하자, 유전 정보 페이지에서 화면이 넘어가고, 캡슐의 수정란을 키워냈을 때 태어날 인간의 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의 기본형 모습이 나타난다.

"별다른 추가 조작이 없다면 유전자의 DNA의 특성을 그대로 따라가며 화면을 통해 대상의 신체 사이즈 변경 및 제거와 같은 커스터마이징 정보를 입력하신다면 단순한 범위 내의 유전자 조작을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럼 잉태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테스트를 진행하겠습니다."

운송인이 잉태기의 버튼을 조작하자, 조그만 입구가 열리면서 메추리알 크기의 홀더가 슬라이딩하며 나온다. 운송인은 전용 집게를 이용하여, 특수 냉동보관함 가방에서 수정란 캡슐 하나를 꺼내서, 홀더에 캡슐을 올리고 버튼을 누르자, 홀더는 제자리로 돌아간다.

"수정란 캡슐을 옮기실 때는, 가급적 맨손으로 집는 것은 삼가시고, 상온에 35초 이상 노출되지 않게 주의해 주십시오. 전용 양수가 담긴 저장탱크와의 연결을 확인하시고, 급수와 급전에 이상이 없다는 표시등을 확인해 주신 후, 모니터의 분만 시 예상 모습을 확인하시면서 태아기부터 노년기 사이의 발육 정도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최종적으로 이 버튼을 눌러주시면, 설정하신 발육 정도에 따라서 약 40분에서 약 11시간 사이로 발육이 완료됩니다."

운송인이 빨간 물리 버튼을 누르자 잉태기가 작동하기 시작했고, 마키스는 어지러움을 느낀다.

'뭐야, 지금 뭐 하는 거야? 설마 지금 사람을 만드는 거야? 갑자기? 말도 없이? 이거 진짜야? '

사실은 아까 자세한 설명을 듣기 시작할 때부터 비위가 상하고 속이 메스꺼워졌었다. 마키스는 현실감각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지금 자신 앞에서 이루어지는 이 상황이 정녕 현실인가.

마키스는 눈을 잔뜩 부라린 채 잉태기를 바라본다.

뭔가 이상하다. 한편으로 메스꺼움과는 다른 뭔가가 느껴진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불쾌와는 거리가 먼 무언가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설마 지금 자신이 느끼고 있는 것이 쾌감인가. 마키스는 속으로 이 감정을 강하게 부정하며 밀어내려 한다. 아아, 하지만 더 점점 더 강하게 느껴지는 이것은 분명 쾌감이었다. 부정할 수 없는 절대적인 쾌감. 원하는 대로 인간을 조작하고 키워낼 수 있다는 지배욕은, 지배로부터 얻어내는 쾌감은 범죄적인 흥분을 일으켰다.

'말도 안 돼, 내가 그 사람이랑 다를 게 없다고? 정신 차리자.'

마키스는 양 손바닥으로 양 볼을 때리며 정신을 차리려 했고, 갑작스럽고 생각보다 컸던 짝소리에 운송인은 움찔하며 놀랐다.

'뭐야, 깜짝 놀랐네.'

"어... 지금 키워내고 있는 대상의 발육 정도는 태아기입니다. 태아기까지 성공적으로 키워낼 수 있다면 잉태기의 모든 테스트는 성공적으로 끝납니다. 기다리시는 동안 이것부터 받아주시겠습니까?"

운송인은 아까보다 훨씬 더 큰 특수 냉동보관함 가방을 건네주고 마키스는 얼떨떨한 상태로 받았다.

"인코이브 소장님의 특수 냉동보관 처리된 100개의 수정란 캡슐입니다. 적정 보관 온도는 영하 110도이며, 설치해 드린 극초저온 냉동고 또한 110도로 자동 설정이 되어있습니다. 설치해 놓은 극초저온 냉동고에 보관하러 같이 가보시죠."

마키스는 이동하는 운송인의 걸음을 따라, 설치된 극초저온 냉동고 앞으로 이동한다. 냉동고라고 불렀지만, 사실 그보다는 작은 방에 가까웠다.

"이 냉동고는 100개의 개별된 칸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수정란 캡슐은 하나씩 개별 보관됩니다. 냉동고를 이용하실 때는, 안전을 위해 꼭 방한복을 착용하시길 바랍니다."

마키스는 운송인을 따라 방한복을 입는다.

"냉동고의 첫 번째 문을 열고 내부에 들어가신 후, 첫 번째 문을 닫는 것을 잊지 마시고, 내부에서 두 번째 문과 세 번째 문을 순차적으로 열고 수정란 캡슐에 접근하셔야 합니다."

이후, 마키스는 운송인의 시범을 따라 하며 모든 사용법을 숙지하였고, 여러 주의 사항과 사용 방법이 담긴 책자와 데이터 파일을 전달받았다. 기계 알림음이 들린다. 37분이 지났다는 알람이. 두 사람은 잉태기 앞으로 다가간다.

성공입니다! 이것이 바로 태아기의 인간입니다."

운송인은 생각보다 더 기뻐했는데, 새로운 생명의 탄생에 기뻐하는 것인지, 본픽시오에게 혼나지 않아도 돼서 기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잉태기의 강화 유리창 부분을 통해 그 안쪽을 보니, 갓 성장한 태아가 특수 액체로 가득 찬 저 안에 둥둥 떠 있는 게 보인다.

"지금 상태에서 출하 및 폐기를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출하랑... 폐기요?"

아까보다 더 심한 어지러움을 느낀 마키스는 신체와 정신이 뇌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네, 이 버튼을 누르신 후, 폐기 코드를 입력하시면 우측의 프로펠러와 좌측의 고속 회전 칼날이 동시에 회전하면서 내용물을 액체 상태로 곱게 갈아주게 되고 갈린 내용물은 하수구로 배출됩니다.

"그게 무슨..."

양육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도 안 해놓고는 무책임하게 낳아버렸다. 그렇다고 버릴 용기도 없는 마키스는 넋이 나갔다. 그 앞의 운송인은 그런 마키스를 보더니 곤란해하며 멋쩍게 웃는다.

'아니, 잉태기를 주문한 사람이 이제 와서 겨우 이런 걸로 위선을 부리다니.'

"하하, 이어서... 말씀드리면, 이 버튼을 누르시고 출하 코드를 입력하시면, 발육에 사용된 전용 양수가 하수구로 배출되고 발육시킨 인간만 남게 됩니다. 이후, 몇 분간의 세척 및 건조, 안정화 작업이 이루어진 후, 상단의 1번 개폐문이 열리면서 깨어나게... 됩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더 궁금하신 게 있으신가요?"

마키스는 하릴없이 운송인을 바라보았고 운송인은 마키스의 눈치를 보더니, 그렇게 몇 초간의 정적이 흐른 뒤에 말을 꺼내는 운송인.

"아, 아아아, 태아를 걱정하시는군요. 현 상태에서 약 9시간 내로만 결정하시면 문제없으니 천천히 생각해보시겠습니까...?"

"... 네."

잉태기와 냉동고를 비롯한 모든 기기의 점검은 성공적으로 완료되었고 운송인은 떠날 채비를 한다.

"마키스 님, 감사했습니다. 이후에 인코이브 소장님으로부터 확인 연락을 받으실 때, 꼭 좋은 평가 부탁드립니다."

고객 평점에 대한 본픽시오의 상벌을 걱정하는지 운송인은 겁에 질린 표정이 얕게 깔린 채, 몇 번이나 허리 숙여 공손히 인사한 후 떠났고, 마키스는 의자를 잉태기 앞으로 끌고와 바로 앞에 앉은 후, 긴 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며 그 안의 태아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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