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네마 Nema / No.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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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DD

한편, 국장실에서 나온 노타는 여전히 마음이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사회를 흔들 정도의 큰 사건이기에, 더욱더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그녀는 자신의 사무실에 들러, 기사 작성에 필요한 물품들을 챙긴 후 자택으로 향했다. 물품들을 자동차 트렁크에 싣고, 운전대를 잡아, 수브이 건물의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간다.

주차장에서 나갈 때, 맞은 편에서 보기 드문 검은색 리무진 SUV 3대가 들어오는 것을 보게 된다.

'차 멋있네. 국장님이 탈 차인가?'

그녀는 저 차량들이 본인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아직 몰랐다.

회사 가까이에 위치한 자택에 도착하자마자 노트북의 기록을 자택 업무용 데스크탑에 옮기며 복사해 놓은 사본을 훑어본다.

'혹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봐, 복사한 건데. 역시 감이 좋아. 근데, 흑백이라서 사진이랑 그래프의 가독성이 좀 떨어지네. 아, 컬러로 복사할걸. 그래도 데이터에 문제는 없으니까.'

빠진 내용이 없는지 확인을 마친 그녀는, 바로 기사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두 시간 정도 정신없이 작업하여 주요 내용을 얼추 담아낸 그녀는 스마트폰을 확인하며 커피를 내리러 부엌으로 간다. 캡슐을 넣고 커피 머신을 가동시킨 후, 기다리는 동안 거실의 창밖을 보는데 검은색 리무진 SUV 3대가 보인다.

'뭐야, 아까랑 완전 똑같은 차들이잖아, 설마 나를 따라온 건가?"

촉이 좋은 노타는 순간 여러 생각이 들며, 혹시 자신을 찾는 것일 수도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그녀는 급히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 주변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기사를 마무리 지었는데, 이후, 몇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고 밖을 다시 확인해 보니 차량도 보이지 않는다.

그냥 자신이 예민해진 것이라 생각하며 의심이 조금은 가라앉았던 노타.

기사를 모두 작성한 그녀는 수브이 공식 뉴스 페이지와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 올릴 준비를 마쳤지만, 클릭 한 번을 앞두고 불현듯, 사회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우에아디의 말이 떠올라서 망설여진다. 좀 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 노타는 거실로 나가 소파에 앉고, 잠깐 생각해 보기로 한다. 친구에게 종말에 대해 전해 듣는 등 고된 하루를 보내고, 장문의 기사 작성까지 마친 노타는 긴장이 조금 풀렸는지, 눈이 감긴다.

"똑똑똑"

어느새 소파에서 잠들어버린 노타는 초인종 소리가 아닌,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똑똑똑"

정신이 번쩍 들며, 어느새 밤이 되어 어두워진 집 안을 살피려고 전등 스위치를 누르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녀의 눈은 어둠에 적응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주변을 암시할 수 있었다. 집 안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다.

"똑똑똑"

외부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거실의 월패드도 작동하지 않아, 밖에 누가 있는지 확인 할 수 없었다.

'아!'

생각해 보니까 현관문에 렌즈가 달려있다. 월패드 덕분에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어서 생각이 바로 떠오르지 않았었다.

외부를 확인했는데, 그 앞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 두 명이 보였다. 놀란 노타는 업무용 데스크탑으로 달려가, 작성해 놓은 기사들을 올리려 했지만, 역시 꺼져있는 본체의 전원 버튼은 무색하기만 했다.

노트북을 열었지만, 자료만 있을 뿐 작성해 놓은 기사는 전부 데스크탑에 있었다.

이 망할 스마트폰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다.

"직지직지지지직"

현관문 쪽에서 불꽃이 튀는 용접기 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어두운 실내에서 현관문 손잡이 주변만이 밝게 빛난다. 그들은 문 손잡이 채, 용접기로 녹여내서 떼어내는 중이었고, 노타는 비명을 지르고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부엌으로 가서 가장 큰 프라이팬 하나를 집으려는데. 아, 그 옆에 있는 스마트폰을 찾았다. 그런데 이런, 하필 소프트웨어 자동 업데이트가 진행되고 있어서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일단 가장 큰 프라이팬을 들어, 두 손으로 질끈 부여잡았다. 용접기 소리가 멈추고, 현관문 손잡이 부분 자체가 뜯어져 구멍이 생겼다. 그들이 현관문을 천천히 밀어 열자, 이제 노타와 그들 사이를 가로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졌다. 서로 눈을 마주쳤고, 그녀는 고함을 지르며 프라이팬을 휘두르다가 던졌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들은 순식간에 그녀에게 접근하여 제압하곤, 왼쪽 팔뚝에 진정제를 투여해 조용히 시킨다. 그녀는 부축되어 끌려갔고, 이후 몇몇의 사람들이 더 들어와서 집안을 수색했다.

텔레스트를 연행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의 취조실, 그곳의 의자에 묶여 있는 노타. 서서히 정신이 들고, 가려진 눈 때문에 집중된 후각은 차가운 쇠의 냄새를 피비린내라고 의심하게 만들었다. 안대가 풀리고, 철제 책상 건너편에는 풍채에서 강인함과 무게감이 흐르는 중년의, 아니, 노년의 여성이 있었다.

"노타 무카에온, 험하게 다룬 것은 사과하지. 나는 제7대 토파이오 국제 연맹장 피아톤 에니아포라네."

여전히 상황은 곤란했지만, 자신을 납치한 사람이 유명한 공인임에, 조금이지만 그녀는 안심했다.

"자네 집을 수색해 보니 감마선 폭발로 인한 종말에 대해서 작성 완료된 장문의 기사가 여럿 있더군. 외부에 모든 것을 보도할 생각이었나?"

"..."

"자네, 무슨 짓을 할 뻔한 건지 자각은 하고 있는가?"

노타는 내심 억울했다.

화를 내야 할 사람은 오히려 자신이라는 생각에 공포가 섞인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아뇨, 하지만... 하지만, 기자의 정신을 저버리는 행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 젊구만, 자네의 뜻은 알겠지만, 그게 사회가 붕괴되고 전쟁이 일어나는 것... 보다 중요한가?"

"..."

"여기 토파이오 에어로크 지점의 5성급 호텔은 쾌적하고 인기가 많아서, 하루 숙박비용이 자네 집의 월셋값보다 비쌀거야."

노타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피아톤을 쳐다본다.

"종말이 오기 전까지 여기 호텔에서 생활해 주게, 필요한 것들은 여기 경호원들에게 말하고."

"뭐, 지금 저를 감금시킨다는 거에요? 죽을 때까지 갇혀 살라고요?"

"그렇다네, 내 입장에선 실패로 이어질 일말의 가능성도 방치할 수 없어... 내가 나간 후 취조관이 들어올 텐데 자네가 알고 있는 모든 정보와 그 정보를 누구에게 받았고 누구에게 줬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대답해 주게."

"연맹장? 당신! 연맹장이면서 어떻게 시민한테 이럴 수 있어, 이거 다 기사로 써서 내보낼 거야!"

피아톤은 묶인 채로 악쓰는 노타를 뒤로한 채 취조실에서 나온다.

한편, 종말이 다가온다는 것을 모른 채 수브이에 이제 막 입사한, 16일 경력의 신입 사원은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복사 업무를 수행하러 복사실로 향했다.

몇 주간 숙달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해 봤지만, 그가 평생 본 복사기를 다 합친 것보다 더 큰 이 복사기를 다루는 것은 여전히 복잡하고 어려웠다. 특히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은 외국에서 수입한 것인지 각 버튼에는 외국어가 쓰여있는데, 자신만 빼고 다들 잘만 알아보는 것 같다.

수많은 버튼들을 앞에 두고 잠시 고민하다가, 너무 늦어서 혼나면 안 되기 때문에 기억을 되짚어 조작할 방법을 생각해 냈다. 생각을 실행에 옮겼더니, 아직 복사할 종이를 넣지도 않았는데 인쇄된 종이가 막 나오기 시작한다. 빠른 속도로 나오는 종이들은 각각 서로 다른 내용이 인쇄되어 나왔고 그중 한 장을 집어 들어 읽어본다.

'감마선... 폭발...? 이게 뭐지?'

그가 들고 있는 종이를 다 읽기도 전에 모든 내용의 인쇄가 끝났다. 다른 사원이 들어오더니, 멍하니 서 있는 신입 사원에게 묻는다.

"뭐... 도와드릴까요?"

다른 사원의 도움으로 신입 사원은 자신의 맡은 지시를 끝내게 됐지만,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는지, 인쇄된 종이 뭉치를 따로 파일철에 정리해 들고 복사실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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