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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플로메한과 피아톤은 토파이오 에어로크 본부로 돌아와 지하 도시 건설에 대한 회의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이전에 감정적으로 마찰이 있었지만, 일단은 접어두고 서로 중요한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플로메한... 역시 이 자는 천재다. 실로 놀랍구나.'
플로메한은 피아톤에게 자신의 계획안을 보여줬고 피아톤은 따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플로메한의 지하 도시 계획에 심히 감탄했다. 특히 그의 로봇과 드론을 이용한 건설법은 계획을 실행함에 있어서 완성도와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여줬다.
"인간의 가치를 매기고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이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네마와 프르소를 비롯한 연구자와 기술자를 중심으로 생존시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어떤가?"
"그 방법이 최선이겠지, 동의하네."
플로메한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며 계획을 발표했고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피아톤은 동의했다. 플로메한은 자신의 프로젝트를 변경하지 않고도 토파이오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됨으로써 프로젝트를 더 큰 규모로 더 빠르고 완성도 높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피아톤은 토파이오의 연맹장으로서 공식적으로 플로메한의 오르피트 기업과 손을 잡고, 그의 지하 도시 계획안을 받아들이며, 리버스 월드(Reverse World)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프로젝트 리버스 월드는 북극점을 중심으로 반구에 위치한 주변국에 다량의 지하 도시를 건설하여 최대한 많은 사람을 감마선 폭발로 겪게 될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둔다.
피아톤은 최대한 플로메한의 의견을 수용하려 하며 질문한다.
"프로젝트 리버스 월드를 처음으로 실행할 위치는 어디가 좋다고 생각하는가?"
이들은 커다란 책상을 사이에 두고 서로 머리를 맞대며 책상에 높이 쌓인 지리적 특성에 대한 데이터 파일을 분석한다.
"여길 보면... 척박하긴 하지만, 역시 국토 면적이 넓고 인구 밀도가 낮은 날노르그가 적절할 듯하네."
"자네 생각도 그러한가, 그럼, 내가 날노르그의 총리를 만나보도록 하지. 현시점으로부터는 타국에 정보가 퍼져 혼란과 전쟁의 가능성이 높아지더라도... 그 위험을 감수해야 할 걸세."
"그래야 하겠지..."
이들은 환경이 척박하긴 하지만, 국토 면적이 넓고 인구 밀도가 낮은 날노르그를 지하 도시 계획의 첫 번째 지역으로 꼽았다. 피아톤은 날노르그 총리를 만나, 감마선 폭발로 인한 종말의 심각성을 전달하며, 지하 도시 건설을 위해 토지를 받아내는 대가로, 완공 후 날노르그 국민에게 우선 거주권을 보장한다는 알리포(Alipo) 조약을 맺었고, 시간이 촉박했던 만큼 프로젝트 리버스 월드는 타국의 시선에 대해서 최소한으로만 경계하며 전력을 다해서 일사천리로 지하 도시를 건설해 나갔다.
"기존 지하 도시의 설계처럼 6개의 모든 면을 차폐벽으로 만들게 되면 얼마 가지 못해서 납을 비롯한 재료를 모두 소진하게 될 걸세."
플로메한은 태블릿을 조작하며 청사진의 일부를 확대한다.
"안정성은 최소 수준으로 떨어지겠지만, 여기 이렇게 상단 부분의 한쪽 면만 차폐벽으로 만들게 된다면 같은 양의 재료로 훨씬 더 많은 수의 지하 도시를 건설할 수 있으니, 결과적으로 더 많은 수의 인원을 생존시킬 수 있겠지."
"흠, 각 지하 도시 내의 생존율은 떨어지겠지만, 인류 전체의 생존율은 극적으로 오른다는 말이군, 그래, 그거면 된 거야..."
플로메한의 설계도에 따르면 리버스 월드의 지하 도시는 레이&브레 센터의 지하 도시를 건설했을 때와는 다르게, 훨씬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이므로,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서 퀄리티는 낮은 양산형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리버스 월드의 지하 도시 하나의 수용 가능 인원수는 약 1,100명으로 추산되고, 지면에 드러나 있는 상단 부분만 감마선 차폐벽으로 만들어, 부족하지 않을 만큼 최소한의 안전성을 충족시키고, 가능한 한 더 많은 지하 도시를 건설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효율성을 추구했다.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는 100억 명가량의 모든 인간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의 많은 지하 도시를 북반구 위치에 건설하는 것이기에,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비현실적인 목표였지만, 이들은 목표를 의식하지 않고 그저 최대한 빠르게 많은 지하 도시를 건설해 나갈 뿐이었다.
첫 번째로 계획이 실행된 날노르그에 플로메한과 피아톤은 1개월 내로 약 15,300개의 지하 도시를 건설할 계획이고, 이는 약 1,683만 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였다. 플로메한은 아헤일라의 레이&브레 센터와 날노르그의 리버스 월드 모두 각별히 신경을 썼다. 레이&브레 센터는 알도르프의 수뇌부와 함께하고, 리버스 월드는 토파이오와 함께하며 이 두 새로운 세계에 자신의 모든 자산을 전부 투자하는 등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플로메한, 이대로라면 우리가 아무리 노력하고 운이 따라주더라도 1억 명 남짓의 인구만 구제할 수 있을 텐데... 승부를 한 번 걸어보는 게 어떤가?"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는가, 목표에 비해서 현재 우리의 노동력은 턱없이 부족하니 전쟁이 벌어지지 않길 바라며 타국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네."
제한 시간이 없다면 아마도 플로메한과 피아톤은 100억 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 리버스 월드를 완수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제한된 시간 내에 충분한 규모의 지하 도시를 건설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또 다른 문제였고, 이들의 계획에는 더 많은 인력이 필요했다.
반면 아무리 타국의 경계를 최소로 한다지만, 완전히 내려놓고 전 세계에 공표를 해버린다면, 순식간에 질서가 무너질 게 뻔했으니, 능력과 가치를 지닌 국가에 개별적으로 연락하는 것이 옳았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알도르프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봐야겠지?"
"피아톤, 저번에 말한 대로 그들은 이미 감마선 폭발에 대해 알고 있으니 아마 협조하지 않을 걸세."
"그렇다면 사테파르는 어떤가?"
"어쩌면 그들도 이미 알고 있을 것 같구만, 토파이오 뿐만 아니라 알도르프 내에도 적잖은 사테파르의 스파이가 있으니."
"우리 발등에 불이 떨어지긴 했으나, 이 두 국가가 아닌 다른 국가에 사실을 알리기에는 여전히 득보다 실이 많다는 생각이 드는군.
피아톤은 책상 서랍 맨 아래 칸에서 위스키를 꺼내 플로메한에게 흔들어 보인다.
"고맙지만, 난 괜찮네."
위스키 옆에 있던 컵 한 잔을 꺼내어 위스키를 따라 단숨에 들이킨 뒤, 한숨을 푹 내쉬는 피아톤.
"일단 알도르프와 사테파르에 협조를 부탁해 보겠네, 만약 거절한다면 계속해서 우리끼리 해나가는 수밖에."
여느 국가보다도 토파이오 내에 여러 국가의 많은 스파이가 녹아있는데, 이들은 토파이오의 일원으로써의 권한은 취하지만 의무는 수행하지 않는 자들로, 세계의 평화보다 자국의 안녕만을 위하며, 자국의 위해서 타국을 밟고 넘어가려 한다.
어느 국가의 일반적인 국민이라면 이러한 행동은 잘못된 것이 아니지만, 토파이오의 일원이라면 해서는 안 될 행동이다.
피아톤이 임명된 후, 토파이오의 대대적인 스파이 색적 작업이 진행되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스파이가 잔존해 있으며, 토파이오 내에 가장 많은 수의 스파이를 잠입시켜 놓은 국가는 알도르프, 그다음은 사테파르다.
알다시피 피아톤의 2급 비서 중 알도르프의 스파이가 있었고, 우에아디가 노타로부터 전달받은 감마선 폭발에 대한 내용을 피아톤에게 보고하기 위해 그녀의 집무실을 찾았을 때, 주기적으로 집무실 내에 도청장치를 설치 및 회수하던 2급 비서를 통해서 그 정보가 알도르프에 넘어갔었다. 그렇게 알도르프에 흘러간 정보가 플로메한의 예측대로 알도르프에서 활동하는 사테파르의 스파이를 통해서 또 다시 퍼져버렸다.
그렇게 피아톤이 감마선 폭발에 대해 알게 된 날, 알도르프와 사테파르 정부의 수뇌부 역시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감마선 폭발에 대한 정보를 이미 보유한 알도르프와 사테파르 입장에선 굳이 토파이오와 조약을 맺어가며 타국의 짐까지 떠안을 필요가 없었다.
이를 모르고 의심은 했지만, 확신은 없었던 피아톤은 초강대국인 알도르프와 여전히 무시 못 하는 국력을 보유한 사테파르에 접근하여 회담을 통해 조약을 맺고 힘을 합치자는 제안을 하게 됐다. 하지만 역시 알도르프도, 사테파르도 토파이오와의 협력을 거절했기에, 피아톤의 의심은 확신이 되며, 일단은 토파이오와 오르피트의 내부 자본으로만으로 프로젝트를 이어가기로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