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네마 Nema / No.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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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DD

"연맹장님... 확인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피아톤은 그녀의 1급 비서가 건넨 태블릿을 받고, 그 안의 인터넷에는 '감마선 폭발', '종말' 이라는 키워드로 가득 찬 것을 확인한다.

"이게 무슨..."

한편으로는 올 것이 왔다는 생각으로 수브이 국장에게 연락하여 기사를 내릴 것을 명령하고 우에아디는 그렇게 했지만, 이미 삽시간에 퍼진 뒤였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은 패닉에 빠졌다. 33년 전 사테파르의 선전포고로 일어난 혼란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의 훨씬 더 큰 혼란이었다. 잃을 게 있는 사람들은 분노했고,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은 언뜻 즐기는 듯했다.

이미 알고 있던 알도르프와 사테파르를 제외하고, 정보력이 강한 국가들과 거대 기업들의 수뇌부는 이에 대해 진위 파악에 나섰다.

충분한 정보를 알아낸 재력가들과 권력가들 사이에서는 종말이 다가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각자의 방식으로 대비하려 한다.

그들 또한, 지하 도시를 위해 지역을 선점하려 하거나, 비윤리적인 방법까지 동원된 감마선 저항에 대한 인체 실험을 꾀하기 시작한다.

갈피를 잡지 못 하고 있는 일반 대중들을 뒤로한 채, 재력가들과 권력가들 중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뭉쳐, 각자 세력을 만들었고, 눈에 띄는 움직임 중 하나는 지하 도시를 거점으로 기계와 로봇 연구를 통해, 인간이 조종 및 탑승할 수 있는 기계적 진화였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생명공학 연구를 통해, 종말 이후 극한의 환경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신체를 얻을 수 있는 생물적 진화였다.

이들은 자신들이 뜻하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해짐에 따라, 네마와 프르소들을 납치해 연구를 강제로 진행시켰는데, 이때 벌어진 납치로 가장 많은 연구자와 기술자를 모은 집단은 종말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부터 많은 최고위층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던, 레이&브레 센터였다.

대중의 믿음은 '모든 것은 음모론이거나 잘못된 연구의 결과이며 종말은 오지 않는다.'와 '종말은 온다.'로 나눴고, 종말이 온다고 믿는 사람들은 '무슨 짓을 해도 피할 수 없는 완전한 종말.'과 '충분한 대비를 하면 높은 확률로 생존할 수 있다.'로 나눴고, 생존 가능성을 믿는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감마선 차폐벽의 주재료인 납은 순식간에 동났으며, 모든 지하 벙커 회사의 매출은 평균적으로 60,000% 이상 증가했고, 그마저도 며칠이 지나자, 판매하지도 않았다.

북쪽으로 향하는 모든 항공편은 빠르게 매진되었고,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다른 모든 교통수단을 사용하였으며, 같은 대륙의 사람들은 걸어서라도 이동했다.

이에 대해 북극 주변국들은 타국민의 입국을 강하게 제재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수 국가의 압력으로 반강제적으로 국가를 개방하게 됐다.

어느 국가에선 정부가 나서서, 지하 쉘터를 하나라도 더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대중에게 내놓았지만, 턱없이 부족할 소수의 지하 쉘터가 완공되어도 어차피 상류층만 들어간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결국 무산됐다.

대부분의 지하 쉘터는 초기 부자들이 자리를 선점했지만, 얼마 못 가, 총알 수보다 많은 수의 잃을 것 없는 일반인들에게 망가뜨려지거나 내쫓기게 됐다.

군대를 동원하여 광분한 시민들을 제압하기도 하고, 국가 간, 지역 간의 점령전과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의지를 잃어가는 군인들로 인해, 군사 시스템 역시 힘없이 무너졌다.

거대 기업을 비롯한 강력한 세력들 중 일부는 선한 척 대중을 돕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이내 의미 없는 행동임을 알게 되면서, 불편했던 가면을 벗어 던지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약탈을 시작하며 무력 단체로 성장해 갔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모든 국가들은 국가 시스템의 대부분이 기능하지 못했고, 체제가 붕괴되어 무너져 갔다.

한편, 믿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 지친 것인지, 대중의 일부는 한 주, 한 달,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발버둥 치는 것을 포기하며, 불감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붕괴된 사회 속에는 생존을 포기한 사람들과, 혼란한 흐름에 적응해 가는 사람들과, 거대한 흐름을 온몸으로 막으며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피아톤은 종말에 대한 정보가 외부에 알려지게 되면, 국가뿐만 아니라 토파이오 역시 순식간에 체제가 붕괴될 것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종말이 외부에 알려진 것을 확인했던 순간, 빠르게 날노르그의 모든 건설을 중단 및 철수하고, 텔레스트와 그의 가족, 세네큘라와 그녀의 가족을 포함해 연구자와 기술자 중심의 주요 인물들을 리버스 월드의 완성된 지하 쉘터로 보냈다.

프로젝트 리버스 월드가 진행되었던 약 한 달 동안, 15,834곳의 지하 도시를 완공했으며 피아톤과 플로메한은 쉘터에 입주하게 될 입주자를 결정할 때, 미래 인류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네마, 프르소 위주로 선정했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북극 주변국에 도착하게 되면서, 날노르그의 프로젝트 리버스 월드로 지어진 지하 도시 역시 확인되었고, 이곳에도 피비린내를 풍기는 혼란이 찾아와, 뺏고 뺏기는 점령전이 끝없이 반복됐다.

세계는 토파이오의 통제를 벗어났고, 토파이오는 사실상 해체되었으며, 전 세계의 많은 네마와 상위 프르소는 무력 단체들에게 납치되어 강제로 연구에 참여됐다.

밑천이 드러난 사회의 혼란 속에서 도덕성과 윤리성 따윈 예전에 벗어버린, 힘 있는 거대 세력, 거대 조직들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여러 의미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껴있는 일반인들은 잔인하게 갈려 나간다.

대중에게 종말이 공개된 지 33일이 지났고, 종말까지 109일이 남은 지금, 토파이오를 포함한 모든 국가의 체제가 완전히 붕괴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무력 단체를 중심으로 혼란스러운 새로운 세력들이 확립되어 간다.

북반구, 남반구 할 것 없이, 어디서든 어렵지 않게 시체를 찾아볼 수가 있었고, 물론 북반구로 갈수록 많아지긴 했다.

민간인, 군인 할 것 없이, 전 세계의 모든 무기고가 털렸으며, 언제 누가 핵 버튼을 누를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그렇게 세상에 종말이 알려진 지 약 두 달이 지난 후, 어딜 둘러봐도 눈뜨고 보기 힘든 광경이었지만, 그중에서 눈에 띄는 곳은 3곳이 있었다. 날노르그와 아헤일라와 레비사.

날노르그는 프로젝트 리버스 월드로 만들어 놓은 지하 도시 때문에 다른 곳에 비해 더 처절한 무법지대가 됐다.

지하 도시나 지하 쉘터에 숨은 사람은 문을 닫고 목숨을 걸고 방어했지만, 외부의 사람들 또한 목숨을 걸고 공격했다. 모든 공구와 무기, 폭탄을 이용해 문을 파괴하고 그 안의 사람들과 물품들을 약탈했다. 그리고 그 안에 숨게 되며 입장이 바뀐 싸움을 이어갔다.

아헤일라의 레이&브레 센터에는 알도르프의 수뇌부와 전 세계 최고위층의 재력가와 권력가들로 뭉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권력도 재력도 쓸모가 없어졌으며, 종말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남은 인간들은 지성을 쫓게 됐고, 납치당했던 네마와 프르소들의 발언권이 커지면서 이들이 새롭게 주도권을 잡아갔다.

그들이 무너져 가던 중, 날노르그의 리버스 월드에서 후퇴한 플로메한과 피아톤은 아헤일라에 있는 알도로프에 협력을 제안했고 받아들여졌다.

이들은 알도르프와 함께 레이&브레 센터를 중심으로 하나의 거대한 본부를 만들었고, 가능한 많은 과학 연구원과 기술자를 모으며, 기계 공학 중심의 발전을 주도함과 동시에 종말과 인간으로부터 방어전을 펼쳤다.

한편, 본픽시오 역시 가만히 있을 인물이 절대 아니었다. 그녀는 사테파르의 수뇌부에 협력을 제안했고, 이 역시 받아들여지면서 레비사를 중심으로 생명 공학 중심의 발전을 주도했다.

사테파르의 레비사는 알도르프의 아헤일라와는 다르게 하나의 중심지로 모이기보단 거점을 여러 곳에 나누어 점령지역을 넓게 퍼뜨렸다.

왜냐하면 이들에게는 많은 수의 인간들이 필요했기 때문인데, 처음에는 외부의 일반인들을 납치하여 방대한 규모의 인체 실험을 진행했으며, 나중에는 거점 밖의 불특정 다수에게 실험용 약품을 백신이라는 이름으로 퍼트린 후, 죽거나 돌연변이가 된 이들을 방치하고, 생존자가 있으면 납치하여 2차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은 지옥에서 살아남기 위해 악마가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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