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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2502170159

by ODD

예술이 깊어질수록 대중과 멀어진다.

지식이 전문적일수록 상식과 멀어진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너와 멀어진다.


다들 그렇잖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나라는 사람의 전문가가 되어가는데, 모두가 스스로의 전문가가 되어가면서, 어느새 돌아보면 어디에서 출발했던 건지도 모를 정도로 멀어져, 당신을 찾을 수 없게 돼요.


그래서 시간이 지났음에도 주변에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서 그 존재만으로도 감동을 느끼는 것 같아요. 내가 이렇게 내 길을 걸어온 것처럼, 당신도 그렇게 당신의 길을 걸어오며 여전히, 혹은 드디어 우리는 서로 보이는 곳에 도달했네요, 라며.


다들 그럴 때 있잖아요.

나름대로 열심히 걸었는데, 쉬려고 주변을 둘러보니 나밖에 없을 때. 내가 열심히 해서 남들을 제친 건가 우쭐하다가도,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혼자라는 사실만으로 차갑게 식어버리곤 해요.


그래서 그다음 길에 만난 그대에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모를 반가움과 기쁨을 느껴요. 그때, 그대가 날 봐줬다는 사실만으로도 난 얼어붙지 않을 수 있었어요. 말 그대로 그 눈길이 눈보라 속 길이 되어주니까요.


하지만 서로 갈 길이 아직 끝나진 않았죠.

언젠가 곧 어느새 또 헤어져 버려 찾을 수 없게 되겠지만,

언젠가 곧 어느새 또 만나길 바라면서 계속 걸어갈게요.

거기서 다시 만나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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