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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5180323

by ODD

인간을 들여다보면 먼저 취향이 크게 자리를 잡고, 그것에 맞게 특성과 성격이 맞춰졌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그 아래 깊게 뿌리내린 감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감각에 따라 서로 느낄 수 있는 것과 느낄 수 없는 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슬프고 힘들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내가 독립적이며 고립되어 살아가야만 한다는 미래를 받아들인다는 뜻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 고립은 단순히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며 웃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내가 살고 있는 정신적인 세계에 누군가가 침입해 줘야만, 고립을 쫓아낼 수가 있다. 내가 아무리 초대한다고 해서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게 아니다. 나와 상대방의 감각이 다르다면 내가 나에 대해 길고 자세히 설명하더라도 결국, 열쇠 구멍을 찾을 수 없는 거니까. 그래서 내 세계에 조금이라도 발이 닿았다면 난 그들을 귀빈으로 모신다. 물론, 여행 갔다 돌아온 주인을 만난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면서 춤을 추진 않지만, 점잖게 웃으며 속으로 엄청 신나 하긴 한다. 이들 중 입국 횟수가 많으며 체류 시간이 길고 구석구석 많은 걸음을 남긴 3명. 가장 가까운 3명의 친구 중 한 명을 만났다. 내게도 물론 각별한 친구지만, 그 이전에 애초부터 존재가 특별한 사람이다. 내 친구의 정의를 최대로 확장해도,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 친구의 특별함은 여전히 건재할 테니.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존재를 적절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정도에 따라서 그 사람의 현재 살아가는 환경이, 더 나아가 지금까지 살아온 역사가, 더 나아가 앞으로 살아갈 방향이 상상되곤 한다. 이런 상상 하나가 하나의 점이 되고, 점들이 모여 그려지는 그림은 내가 이해하는 인간과 군상이 되어준다. 그 와중에 드물게 볼 수 있는 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밀집되어 있는 점들 사이에 섞여 있지 않고, 멀리 떨어져 빛나는 별 같은 점. 눈알만 굴리는 태도로는 찾을 수 없이, 고개를 돌려야 비로소 보이는 새로운 점. 그런 특이점을 지닌 특별한 점이 있다. 뭐, 이렇게 말하는 나도 아직 고개를 온전히 돌리진 못한 듯하다. 이 친구를 알아갈수록, 이 친구를 향해 고개를 돌릴수록 밝아지는 빛은 더욱더 강해져 가니까. 그도 그럴 게 사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는 아니다. 앞으로 그렇게 되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워낙에 서로의 특별함을 깊이 알아봤기 때문에 시간에 비해서 겹치는 부분이 많았고, 반대로 말하면 겹침에 비해서 시간은 젊은 편이다. 그래서 재미있는 상황이라고 생각될 때가 있다. 느껴지는 유대나 감정, 편안함은 충분한데, 공유되는 기억이 적어, 싱글 사이즈 침대 위에서 라지 킹 사이즈 이불을 덮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럴 때면 웃겨서 웃는다. 별것 아닌 이유로 시작된 웃음이지만, 이렇게 편안하고 솔직한 웃음은 내게 흔치 않다. 나의 그 웃음은 오로지 이 친구를 만났을 때만 얻을 수 있고, 그 특별한 웃음이 날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친구도 나를 통해서 이런 웃음을 많이 얻어갔으면 좋겠다.



난 제 3자의 정보를 다른 제 3자에게 알리는 걸 기피한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타인의 이야기는 주제로 삼지 않고, 삼더라도 자세한 특징을 열거하기보단, 독립된 정보만 묘사한다. 다만, 내가 말할 수 있는 직접적이고 확실한 정보는 다음 한 줄. 오늘 우린 돈가스를 먹었고, 난 순도 높은 웃음을 잔뜩 얻었기 때문에 앞으로 몇 달 동안은 행복 걱정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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