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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에는 방음 부스가 있다. 가끔 노래를 부르고 싶거나 울고 싶을 때, 들어가곤 하는데, 밤에는 부스 안쪽의 불빛이 아닌, 밖의 불빛을 킨다. 안쪽 조명을 켜면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이 어둠 속에 고립된다. 바깥의 어둠은 깊어지고, 그 속에서 나는 점점 더 혼자가 된다. 반대로 밖의 불빛을 켜면 어둠이 옅어지며 시야가 확보된다.
이 작은 경험은 사람의 마음과도 닮았다. 우리가 안쪽의 빛만 켜고 세상을 바라볼 때, 두려움은 커진다. 하지만 바깥의 빛 즉, 외부와의 연결, 열린 시선을 켜면 두려움은 차분히 가라앉는다. 이때의 두려움은 단지 감정이 아니라, 마음 깊숙한 곳에서 남아 있는 순수함의 징후다. 아직 선을 넘지 않아 빛을 지닌 이는 두려움을 느끼지만, 선을 넘어버려 빛을 잃어버린 이는 두려움의 감각이 달라진다. 당신이 어떤 부분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면, 당신이 그 분야에 대한 순수함을 여전히 간직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가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는 건, 그 대상에 대해 아직 기대하거나 지키고 싶은 것이 남아 있다는 뜻이라고 믿는다. 두려움이 없으면 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통이 없으면 상처를 알아채지 못하는 것처럼, 두려움은 우리를 지키는 가장 본능적인 방어기제다. 그리고 그것은 곧, 순수함이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두려움을 느끼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그 감각을 '유치하다', '비효율적이다', '약하다'고 판단하며 밀어낸다. 하지만 순수함은, 그것을 버리지 않을 때에야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과거의 나를 잊지 않고, 미래의 나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순수함을 잃지 않으려 한다. 두려움은 반복되어 찾아올 것이다. 때론 견디기 힘들고, 스스로가 작아지는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감정은, 내가 여전히 내 안의 빛을 꺼뜨리지 않았다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