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네마 Nema / N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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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DD

스마트폰으로 준비된 데이터를 전송하며 담배를 하나 더 꺼내는 텔레스트와 헤어진 마키스는 유난히 느리게 느껴지는 엘리베이터를 뒤로하고, 1층으로 향하는 나선형 중앙 계단을 두 칸씩 밟아 내려간다.

오른손을 양복 안주머니에 푹 찔러 넣고 뒤적거리니 블루투스 이어폰이 손에 잡힌다. 이어폰 케이스에서 한쪽을 꺼내어 왼쪽 귀에 착용한 뒤, 인공지능 엘고에게 묻는 마키스.

"엘고, 곧 텔레스트 형이 데이터 파일을 보낼 거야, 전송이 완료되면 알려줘."

"오케이, 마침 텔레스트의 부재중 전화 14통과 메시지 5개가 있어."

"아, 그건 괜찮아, 방금 만났거든."

"확인, 텔레스트가 보내는 파일의 용량이 꽤 되네."

엘고는 전송받고 있는 파일을 확인해 본다.

"이게 뭐야, 감마선 폭발?"

"응, 형이 약 308일 뒤에 발생할 거라고 말해줬어."

"그게 사실이라면 아주 심각한 문제인데, 뭐, 일단 데이터 파일을 모두 전송받았어."

"그럼, 전송받은 데이터를 토대로 감마선 폭발에 대한 상세한 분석과 분석한 광선이 지구에 직격했을 때의 시뮬레이팅을 시작해."

"분석이랑... 그럼, H100 시뮬레이션을 실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때?"

"좋아, 실행해."

마키스의 대답이 끝나자, 아르티아 연구소 기기들이 스스로 작동한다. 그사이에 뒤풀이 파티장의 주차장에 도착한 마키스는 차에 탑승해 곧장 자신의 연구소로 향한다.

"우리 연구소로 가자."

연구소로 가는 자율주행 차 안은 고요했고 마키스는 머릿속이 복잡하다. 그렇게 바라던 휴토상을 수상받았고 뇌는 계속해서 시상식장과 파티장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들을 되새김질한다. 텔레스트의 말을 듣고 홧김에 나와버렸지만,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가서 파티를 즐기고 싶다.

'돌아갈까? 아니다, 이 상태로 돌아가면 즐길 수도 없을 거야.'

미소가 절로 지어질 정도로 너무나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텔레스트가 전해준 심각한 종말을 듣고도 문제에 집중하지 못하는 자신의 이기심에 질려버렸고, 그렇게 어느 정도 자책이 끝나고 나니 이번에는 이렇게 경사스러운 날을 망쳐버린 텔레스트가 미워지기 시작한다.

'아, 이게 뭐야, 감마선 폭발이라고? 차라리 내일 말해주지...'

잠시 후, 침묵을 깨며 엘고가 물어본다.

"마키스, 텔레스트가 보내준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산한 감마선 폭발에 대한 분석이 먼저 완료됐어. 결과를 바로 듣겠어?"

마키스는 깊은 생각에서 깨어나며 대답한다.

"아... 응, 부탁해."

"그럼, 기본적인 정의부터 시작할게. 감마선 폭발은 빅뱅 다음으로 가장 강력한 우주 현상이야."

마키스는 잠시 생각해 보다가 그 말뜻을 이해하고는 눈이 커진다.

"뭐야, 그러면 사실상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우주 현상이라는 거야?"

"맞아,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모든 우주 현상 중 가장 강력해."

엘고는 차량 뒷좌석에서 볼 수 있도록 설치되어 있는 모니터에 시각적 참고 자료를 띄운다.

"감마선 폭발 중에서도 에너지를 비교적 긴 시간 동안 천천히 내뿜는 긴 폭발과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내뿜는 짧은 폭발이 있는데, 텔레스트가 보내준 데이터에 따르면 우리의 경우는 짧은 폭발이야."

"그러니까, 짧은 폭발이 더 강한 거지?"

"그렇게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에너지가 동일한 경우 짧은 폭발이 더 강한 것으로 간주할 수는 있어. 방출되는 시간이 짧아지는 만큼 폭발의 에너지 밀도는 높아질 테니까."

강한 폭발이라는 말에 마키스는 입을 꾹 다문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일단, 블랙홀과 블랙홀 다음으로 가장 강력한 천체인 중성자별이 병합할 때, 혹은 중성자별 2개가 쌍성계로 이루어져 충돌 및 붕괴가 일어날 때,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발생하는 것은 이해되지?"

"그 정도는 알지."

"그렇게 발생한 에너지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강력한 블랙홀이 만들어지는데, 만들어진 블랙홀은 자기장을 회전시켜서 도넛 형태로 정렬시키거든."

모니터에 띄워져 있는 시뮬레이션 속 자기장의 모양은 파티장에서 아무 음식도 먹지 못 하고 나온 마키스의 침샘을 살짝 자극할 정도로 완벽한 도넛 모양이였다.

"그래, 도넛, 이해했어."

"도넛 형태의 구멍 위, 아래 두 방향으로 뜨거운 입자들을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내뿜게 되면서, 감마선으로 구성된 제트가 만들어지는데, 이것이 감마선 폭발이야."

마키스는 자신이 제대로 이해했는지 아닌지 확신이 없다는 듯, 고개를 위아래에서 조금 엇나간 대각선으로 끄덕거린다.

"결국, 강력한 자기장 내에서의 순간적인 에너지 분출로 인한 상대론적 제트의 발생이라는 말인데..."

엘고는 마키스의 반응을 살피더니, 좀 더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기로 한다.

"음, 태양이 100억 년의 수명을 다하는 동안 발생되는 모든 에너지 양은 어느 정도일까?"

"어마무시하겠지?"

"그렇지, 그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단 몇 초 만에 내뿜는 거야. 그것도 구 형태의 폭발이 아닌 직선 형태의 압축된 빔의 형태로. 그것도 다른 곳이 아닌 우리 태양계로."

"와아아아."

그제야 마키스의 얼굴이 제대로 구겨진다.

엘고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묻는다.

"너, 감마선 폭발이 뭔지도 모르고 심각했던 거야?"

"음... 아니 뭐, 텔레스트 형이 그렇게 심각한 건 처음 봐서, 내 전문 분야 아니면 잘 몰라, 계속 설명해줘."

"... 그래, 사실 우주에 감마선 폭발은 가득하고, 인류의 관측 기술이 발전될수록 관측 가능한 감마선 폭발의 수도 점점 더 많이 늘어가고 있어.

오래전에는 일 년에 한 개 정도만 관측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하루에 한 개 이상을 관측하고 있으며, 우리가 관측할 수 없는 것까지 생각하면 하루에 10개 이상의 감마선 폭발이 발생한다고 예측되고 있어."

'하루에 10개 이상이라면 오히려 여태까지 빗맞은 게 신기한데.'

"생각보다 훨씬 많네."

"이제까지의 감마선 폭발들은 우리에게 닿지 않을 정도로 멀거나, 회전축이 우리를 바라보지 않아서 영향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됐네."

마음이 착잡해진 마키스는 좌석 유리창에 머리를 박은 채 빠르게 지나가는 밖의 풍경을 멍하니 쳐다봤고, 그렇게나 난리를 쳤던 텔레스트의 반응들이 이제서야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텔레스트의 데이터를 보면, 현재 거대한 블랙홀 하나에 쌍성계를 이루는 두 개의 중성자별이 끌려가는 상황이야. 고로 아까 말한 통상적인 짧은 감마선 폭발을 훨씬 상회하는 막대한 에너지가 발생되겠지."

"아까 형이 남은 시간은 얼마 정도라고 했지?"

"약 308..."

종말이 가까이 다가왔음을 알리듯, 차량 알림 음성이 엘고의 대답을 끊으며 끼어든다.

"곧 도착합니다."


누가 감히 자유를 정의할 수 있겠는가. 정의할 수 없기에 자유라 부르기 마땅하지 않겠는가.

자유 의지, 대부분의 생물은 자유롭게 자신의 의지로 판단하며 선택하고 결정을 내린다.

정말로 그러한가.

그러길 바라지만 사실, 그 자유는 통제 속에 갇혀있다. 느낄 수 없을 만큼 투명하며, 느껴지지 않을 만큼 거대한 어항 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칠 뿐이다. 이 어항은 자연스럽게 생성된 것이지만, 누군가는 이 자연스러운 생성을 유도한다.

팀 파렐이 그러하듯.

AI 집단인 마키스의 팀 파렐은 그들의 독보적인 고성능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래 예견에 가까운 여러 조언들을 연맹에게 제공해 왔다. 이는 곧 사회 안정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문명을 발전시키며 분쟁을 완화시키는 등 인류의 평화를 이끌어냈다. 이러한 초월적인 능력은 국제 연맹 토파이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그들은 팀 파렐의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접근했다.

하지만 여태껏 토파이오가 팀 파렐에 접근하기 위해선 마키스를 거쳐 갈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마키스의 설계 의도에 맞게 모든 AI는 그의 명령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고, 마키스는 본인만이 오용과 남용 없이 신과 같은 능력의 AI들을 적절히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가 죽게 되었을 때 그의 모든 AI들이 스스로 파기할 것을 강제하는 자동 프로토콜이 설정되어 있을 정도다.

마키스는 서로 다른 듯, 비슷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인간을, 그리고 그들의 연속성으로 만들어진 인류를 관찰한다. 그는 인류를 지켜보며 필요한 게 무엇인지, 필요할 게 무엇인지, 무엇을 필요하게 해야 할지를 생각한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실이라고 부르는 착각 속에 갇혀있는 모순을 이해하며, 인간의 실수와 반복, 비효율적임과 비이성적임을 이해한다. 그는 인간을 이해하고 인류를 사랑하지만, 자신과 그들이 같은 곳에 있는 것을 혐오한다. 그는 자신의 뿌리가 인간이라는 것과 그로 인해 형성된 인간의 한계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한편으론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잘라낼 수 없는 자신의 인간적인 부분마저 혐오한다.

그런 그의 연구소, 아르티아 연구소의 모든 지성체는 그가 만든 AI들로만 이루어져 있고, 그곳에 인간은 마키스 혼자다.

아르티아 연구소에 도착한 마키스가 차에서 내리니, 자율주행 차는 혼자 어디론가 가서 주차를 마치곤 마키스에게 그 위치를 전송한다.

'긴 밤이 될 테니 커피를 좀 사 가야겠어.'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이라도 붙잡아 자랑하고 싶은 오늘, 이대로 내일에게 그냥 내어주고 싶지 않은 오늘이다.

'뭐, 얼굴도 비칠 겸...'

지하에 위치한 아르티아 연구소 위로는 별개의 9층 상가 건물이 들어서 있는데, 그중 1층에는 마키스가 자주 찾는 24시간 카페가 들어서 있다.

'허.'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저 귀여운 생물이 나를 보곤 공기를 들이마시며 놀란다.

"마키스 님, 일찍 돌아오셨네요? 시상식 다 봤어요."

위험하다, 생글생글한 미소와 간지러운 목소리에 딱딱하게 응축된 인간에 대한 혐오가 녹아버리기 시작한다.

“아, 보셨군요.”

인간혐오를 기반에 두는 사고방식은 완벽에 가까운 방어력을 지니는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인간에 대한 무관심과 실망감이 우러나온다면 인간으로 인한 불쾌한 상황이나 사건을 마주하더라도 별다른 무리 없이 납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처가 잘 생기고 잘 아물지도 않는 체질의 내게는 딱 들어맞는 갑옷이다.

"휴토상 받으신 거 축하드려요!"

하지만 가치관의 뿌리 부분에 자리 잡고 있는 인간혐오라는 주춧돌이 녹아버릴 때마다 가치관 전체가 흔들려 버리는 혼란이 동반되고, 녹아버린 마음은 아이스크림을 굴려 퍼내듯 부드럽게 긁혀 빼앗긴다.

"감사합니다."

따로 내색하진 않는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내색하는 법을 모른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조용하지만 환한 미소로 대답했다.

"에스프레소 프라푸치노 3잔 테이크 아웃 할게요."

"네, 에스프레소 프라푸치노 3잔이요. 오늘도 밤새시려나 봐요?"

"네, 그렇게 될 것 같네요."

"저도 그럴 것 같은데, 우리 같이 힘내요. 화이팅!"

친절한 사람은 늘 감사한 존재다. 하지만 동시에 혼란을 주기도 한다. 완벽할 것 같았던 인간혐오 계산식의 큰 변수이자 유일한 예외인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는 늘 헷갈리기 때문이다.

싫어해야 할 인간에게 호감을 느끼는 자신의 모습에 혼란스러워하는 마키스의 마음은 이내 자기혐오로 이어진다.

'정신 차리자.'

마키스는 삐져나오는 고장 난 사고방식을 도로 머릿속에 꾹꾹 눌러 담으며 빈자리를 찾아 앉는다.

좋은 공간이다, 편히 쉴 수 있을 정도로 작지도 않고 너무 소란스러울 정도로 크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의 카페다. 점장을 포함한 이 카페의 직원은 총 8명이고 그들과의 관계는 두루두루 친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22시가 넘어가는 야간이 되면 1명의 직원만 남아있게 되는데, 이럴 때면 꼭 바에 온 것 같아서 속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게 된다.

주문을 받은 직원은 등을 보인 채 음료를 제조하고 있고 마키스는 직원에게 질문한다.

"혹시 갖고 계신 꿈이 있나요?"

마침 작동시킨 시끄러운 믹서기 소리에 질문이 묻혀버려, 제대로 전달 되지 못했다.

"뭐라고요? 잘 못 들었어요."

마키스는 주위를 둘러본 뒤, 카페 내부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좀 더 큰 소리로 묻는다.

"꿈이요, 꿈."

"갑자기 꿈이요? 장래 희망 같은 거 말씀인가요?"

"그것보단 좀 더 포괄적으로 여쭤보고 싶어요. 되고 싶은 거나 하고 싶은 거나... 아니면 뭐, 갖고 싶은 거요."

카페 직원은 가만히 서서 몇 초간 진지하게 고민해 본다.

"음, 아무래도 많은 돈을 갖고 싶고 부자가 되고 싶네요."

"그럼, 부자가 되고 나서는요?"

"그다음부터는 뭐든 좋아요, 놀고먹을 거예요. 편안하게 살고 싶어요."

마키스는 무표정한 눈과 그 아래의 입에는 가벼운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천천히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대답해 줘서 고마워요."

잠시 후, 주문된 모든 음료를 제조한 직원이 포장을 마치고 마키스에게 건네며 질문한다.

"마키스님도 꿈이 있으세요? 이미 엄청난 걸 이루시긴 했지만요."

질문을 역으로 받아본 지는 오랜만이라 마키스의 눈썹이 올라간다.

"제 꿈이라."

몇 초간의 정적 후, 자신감 섞인 미소를 입에 한가득 담은 채로 대답한다.

"제가 욕심이 많아서 여러 가지의 꿈이 있습니다만... 지금은 세상을 구하고 싶네요."

이 말이 농담이라고 생각한 카페의 직원도, 남모르게 진담을 내뱉은 마키스도 한껏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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