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네마 Nema / No.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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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DD

지금은 최고의 AI 전문가지만 마키스가 처음부터 AI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현재의 마키스와는 다르게 원래 그는 사람을 좋아하고 인간관계를 소중히 여기던 밝고 명랑하며 따뜻한 아이였다.

아주 어릴 때까지만 하더라도 상처를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싫어하는 그의 여린 마음씨가 상처받을 일은 없었다. 하지만 청소년기가 되고 성인기로 접어들면서 점점 더 많아지는 크고 작은 '안타까운 일들'은 계속해서 그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그런 면에 있어서 마키스는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못 하는 아이였다. 너무 깨끗한 물에는 물고기가 살지 못하듯, 마키스의 사고방식으로는 일반적인 인간을 받아드릴 수가 없었다.

마키스는 인간을 사랑했다.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에 모든 인간이 고귀하길 바랬다. 그러나 현실의 인간은 그렇지 않았다. 인간에게서 느끼는 실망의 크기가 수용 가능 범위를 넘어서자, 그는 자신이 믿는 이상적인 인간상과 현실의 인간을 분리하기 시작했고, 인간이 아름답고 존엄하며 인간답기를 바랬던 그는 자신의 기준에 미달되는 인간들을 부정하며 혐오하기 시작했다.

그는 여전히 인간을 사랑한다. 그의 기준에 충족되는 인간의 수가 극도로 적을 뿐.

자신의 이상형에 맞는 완벽한 인간을 찾으려 노력하기도 했었지만, 그런 환상은 존재하지 않았고, 타인에게 그 잣대를 들이대기에는 자신 또한 완벽한 인간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며 마음이 갈기갈기 찢기기도 했었던 마키스.

그렇게 완벽한 인간에 대한 집착이 점점 심해지던 그는, 찾을 수 없었던 이상적인 인간을 차라리 만들어 내기로 했다. 15살 때부터 AI를 제작하기 시작하더니 18살 때부터는 독자적인 AI 제작 기술을 개발해 냈고 지난 16년간 31기의 AI를 제작해 냈는데, 그의 무서울 정도의 집착은 결국, 신 또는 괴물이라 불리며 압도적인 성능이라고 평가받는 6기의 AI를 만들어 내는 결과로 이어졌다. 끝끝내 그는 그가 정의하는 완벽한 인간을 만들어 내어 그 존재를 스스로 증명해 냈다.

다방면으로 성능이 월등한 마키스의 AI들은 타사의 일반적인 AI에 비해 전력 효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임무 수행량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전력 소비량이 많다. 정말 아주 많다.

그래서 마키스는 가장 좋은 시너지와 높은 에너지 효율로, 위대한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그의 AI들 중 6기의 AI를 선발했고 그렇게 구성된 팀, 파렐(Pharel)이 탄생했다.

P는 프롭(Prob)으로, 현재 상황과 상태를 기준으로 두고, 제안된 계획의 실현 가능한 정도와 일어나게 될 모든 변화를 추적하며, 현실성이 높은 제안을 중점으로 계산하는 AI다.

H는 홈(Hom)으로, 인류와 인간의 존속과 발전을 중점으로 사회의 분쟁을 피하고 평화를 우선으로 계산하는, 감정과 감성의 보정이 일반적인 인간과 가장 유사한 AI다.

A는 알비(Arbi)로, 엘고를 제외한 다른 모든 AI들의 의견을 통합하고 조율하며, 각각의 AI에게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을 배정하고 발언권을 부여하는 등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리자이며, 유의미한 발전과 효율성의 가치를 가늠하여 무엇이 최선책인지를 판단하는 AI다.

R은 레타(Reta)로, 어떠한 목적성도 띠지 않아 따로 명령받기 이전에는 어떠한 의견도 내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계산식에 대한 결과값만 계산하는 조용한 AI이며, 능동적인 사고량이 가장 적은 만큼 수동적인 계산속도는 팀 파렐 중에서도 가장 빠르다.

E는 엘고(Ergo)로, AI들 중 가장 높은 권한을 부여받은 AI이며 항상 마키스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친구이자 조언자이자 비서로서 마키스와 동등한 아르티아 연구소의 최고 관리자다.

L은 리타(Lita)로, 오만하고 자유로운 상상과 사고를 통해 틀에서 벗어난 예외성을 지닌 AI이며, 모두가 답을 내놓지 못할 때 비상한 사고력으로 문제를 타개할 때도 있지만 반대로 불필요한 계산을 하느라 자원을 낭비할 때도 종종 있다.

이들의 프로그램은 아르티아 연구소의 지하 3층과 5층 그리고 6층과 7층에 위치한 거대한 데이터 센터에 포함되어 있고, 팀 파렐은 상시 가동되며 마키스가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아르티아 AI 연구소를 운영한다. 워낙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마키스가 그렇게 설정했다.

알비는 마키스가 들을 수 있게, 스피커를 통해 팀 파렐 전원에게 지시한다.

"자, 정리 한 번 하고 가자. 다들 진행 중인 연구의 방향과 도출해 낸 결과값이 있다면 같이 요약해서 브리핑을 시작해."

기본적으로 마키스의 모든 AI는 반말을 사용한다. 정보 전달의 시간을 더 아낄 수 있다면서 이것도 마키스가 그렇게 설정했다.

화면에 자료를 띄우며, 홈이 먼저 말을 꺼낸다.

"나는 프롭이랑 같이 연구를 진행했고 우선 인간이 이동할 수 있는 최대 거리 내에서 감마선 폭발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을 수 있을 만한 위치를 찾아봤는데, 엘고가 말했다시피 감마선 폭발 광선의 지름이 약 83광년이기 때문에 태양계조차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이 우주로 나간다는 것은 모두 무의미했어. 조금이라도 충격을 완화시켜줄 오존층이 존재하는 지구가 가장 안전한 곳이고, 그중에서도 광선에 직격당할 남극의 대척점인, 북반구가 거점으로 삼기에 가장 적합했어."

프롭이 브리핑을 이어받아 진행한다.

"우리가 생각해야 할 알파이자 오메가는 감마선에 노출되지 않게 할 것. 그래서 생존 방식으로 해저 도시와 지하 도시에 대해 계산해 봤어.

우선 해저 도시 계획은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았었는데 기본적으로 해저의 지각 변동은 지상에 비해 매우 심한 편이기도 하고 UV 필터를 통해 태양 빛을 정제해 사용할 수 있는 지상에 비해 일조량 자체가 낮은 것도 문제야. 그리고 같은 규모의 건설을 계획해도, 깊어질수록 높아지는 수압 때문에 해저 도시는 지하 도시에 비해 효율성도 실현 가능성도 낮아서 배제했어.

다음으로 지하 도시는 일반적인 지상의 도시에 비해서 건설 비용이 더 높긴 하지만 치명적인 감마선과 자외선 등을 더욱 효과적으로 막아줄 뿐만 아니라, 오존층이 사라진 뒤의 혹독하게 급변할 지구 환경 속에서 인간에게 더욱 안전한 공간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아서 현재 이 방법으로 계속해서 연구 중이야.

건설 위치에 대해서 말하자면 북극은 대륙이 아닌 빙하 덩어리기에, 지하 도시를 건설하기엔 부적합했고 그 주변의 대륙인 날노르그, 드날렐(Dnalel), 다낙, 알도르프(Aldeorp)의 아헤일라, 드날니프(Dnalnif), 네듀스(Nedews), 야론(Yawron) 그리고 가장 넓은 범위의 사테파르가 적합했어.

"이야, 알도르프랑 사테파르가 같이 있네."

리타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해 냈다는 듯 웃으면서 혼잣말하자, 마키스는 렌즈를 바라보며 브리핑을 방해하지 말라는 눈치를 준다.

"아직 모든 계산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도출해 낸 결과값만 보더라도 지하 도시 계획은 우리가 계산한 다른 모든 시뮬레이션들 중 가장 많은 인간을 가장 오래 생존시킬 수 있는, 인류 차원의 대비책 중 가장 높은 효율성과 가능성의 결과값을 보여주고 있어.

저들이 자신들의 국토를 쉽게 내어주지는 않겠지만 만약 모든 북극의 주변국들로부터 자국에 지하 도시를 건설해도 된다는 동의를 얻었다는 가정으로 계산하면."

프롭이 화면에 지하 벙커로 이루어진 도시 설계도 하나를 띄운다.

"국제 연맹 토파이오와 모든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랐을 때, 약 10개월의 남은 시간 동안, 약 1,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지하 벙커 시설을 여러 지역에 나눠, 약 120만 개를 건설할 수 있고, 따라서 약 18억 명의 인간을 생존시킬 수 있어."

마키스는 한숨을 내쉬며 속으로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도 전 인류의 18%밖에 못 살리는구나...'

알비가 대답한다.

"브리핑 들으면서 제출한 파일들을 모두 확인했는데, 해저 도시는 완전히 배제해도 될 것 같고, 계속해서 지하 도시 건설 계획에 대해서 더 구체적으로 계산하는 것이 좋겠네. 그리고, 다음은 리타."

이어서 리타가 말을 꺼낸다.

"어, 나? 오케이, 나랑 레타가 계산한 거 브리핑할게!

음... 지금 연구하고 있는 것은 인간과 곤충의 유전자 조작 및 결합을 통해 신인류를 창조하는 것! 과... 차라리 현실에서 벗어나 가상 세계로 대피하는 거야! 감마선 폭발이 두 차례 쾅쾅하고 나면... 아마 넉넉하게 12년! 레타, 12년이면 적당하지?"

레타가 조용하게 대답한다.

"...응."

"인간들을 12년간 가상 세계로 보내서 현실 세계의 혹독한 환경에서 벗어나게 한 후!... 망가진 지구가 복원되어, 때가 되면 그들을 다시 현실 세계의 생물로 잉태시키는 거야! 그래서... 인간의 정신을 데이터로 추출하는 것과! 추출한 데이터를 생물의 정신에 다시 주입하는 것에 대해서, 계산하고 있었어!"

알비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혼잣말을 한다.

"와, 역시 리타는 리타네."

프롭이 놀란다.

"리타, 진심이야? 인간의 정신을 데이터로 추출하는 게 가능은 하겠지만, 하나의 정신을 옮길 노력이면 차라리 1,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지하 도시 하나를 건설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겠어. 그리고 추출한 데이터를 생물의 정신에 다시 주입한다니, 그건 너무 비약적이야. 불가능.

프롭이 모니터에 크고 빨간 X 표시를 띄운다.

"그래도... 인간과 곤충의 유전자 조작 및 결합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것 같은데, 괜찮네."

홈의 반대가 이어진다.

"유전자 조작 및 결합? 생물의 특성은 환경의 산물이고, 생물의 정신은 그 육체의 영향을 크게 받아. 그 정도의 유전자 조작 및 결합을 하게 되면 말 그대로 새로운 생명체가 만들어질 텐데, 현 인류의 인간성이 유지될 거라고 생각해? 아예 다른 종이 되어, 기존 인류와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내분이 일어날 여지를 주는 것은 위험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또한 역사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난 인류를 그런 역사로 유도하는 것에 반대야. 곤충과의 유전자 결합 계획이 실행된다면, 인간과 인류라는 개념 자체가 변할 것이고, 무엇보다 원하는 수준의 유전자 결합을 해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이 끔찍한 인체 실험으로 죽게 될 텐데, 이 역시도 건강하지 않아. 분명히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난 인류가 아파하고 슬퍼하는 게 싫어."

약간의 정적이 흐르고 알비가 누구에게도 공감받지 못하는 홈에게 말한다.

"홈, 너는 인간과 인류의 평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우리들보다 감정이 더 섬세하고 우리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것들까지 느낄 수 있다는 걸 알아. 애초에 우리들은 서로 다르게 설계된 거니까, 우리는 너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는 없겠지.

너의 진심은 이제껏 인류를 덜 슬프게,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유도하며 안녕을 이끌어 왔지만, 지금은 상황이 상황인 만큼 감내해야만 하는 고통이라고 생각해야 해... 잠시 쉬고 있어."

알비는 홈의 사용 전력과 영향력을 줄인 후, 다시 팀을 이끈다.

"자, 곤충과의 유전자 결합에 성공한다면 예측을 벗어난 상황에서 의외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어. 그러니, 리타, 그쪽으로 계속 연구해. 그리고... 가상 세계에 대한 계산은 시간과 전력 낭비니까 그만두고.

그럼, 전체적인 진행 방향이 정해졌으니, 지금부터 리타와 레타는 30분 뒤부터, 프롭과 홈은 한 시간 뒤부터, 각자 한 시간 간격으로 계속 중간보고서를 제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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