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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 Aug 30. 2022

회원님

호칭~! 중요하지!

6개월의 달콤한 휴직 중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3가지 운동하기, 책 읽기, 글쓰기...


게으른 내가 요즘 재미있게 필라테스를 배우러 다닌다.

20대 초반의 야리야리한 선생님이 어찌나 당차고 야무진지 교수법에 반쯤 홀려 50여분의 힘든 운동 시간이 언제 다  지났는지 모를 정도다.


오늘은 너무 힘든 복근 운동 끝에 한 회원이

'윽~선생님 수업 끝났죠?'

하니까

'아니요. 지금은 절대 회원님을 보내드리지 않을 거예요. 소중하니까요'하고 응수한다.


또 며칠 전에는

'회원님들 제 양말에 구멍이 났어요. 저도 오늘 아침 알았는데 자꾸 쳐다보시면 제가 너무 부끄러워 지니까 제 발가락은 쳐다보시면 안 돼요'

하더니

어떤 회원이 발가락을 쳐다봤는지

'회원님~저 얼굴 빨개져요.' 한다.


요즘 20대의 솔직함과 발랄한 화법이 참 좋다.

나라면? 말해 뭐하겠는가!

최대한 양말을 엄지발과 집게발 사이에 끼어 넣고는 시치미를 떼면서 온 신경을 구멍 난 양말에 둘 것이 틀림이 없다.


우리 반은 대략 20대, 30대, 그리고 나 40대와 50대로 보이는 분이 조화롭게 섞여있다.

정면의 거울을 보면서 20대의 젊음에 좌절하다가 50대 언니에게 위로받기도 한다.


선생님은 나이에 상관없이 우리를 '회원님'이라고 불러준다.

그렇다.

예전 자유로에서 큰 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

그때 출동했던 119 대원이 나를 차량에 태우며 '어머님 어디 아프세요? 다리 들어보실 수 있으세요?' 등등의 질문을 했었다.

차가 폐차될 정도의 큰 사고에서 그 '어머니'라는 호칭이 주는 모멸감? 이 먼저 다가왔다.

내가 결을 안 한 처녀이나 ㅡ실제로 나에게는 결혼을 안 한 친한 친구들도 있다. 심지어 복수형이다.

결혼은 했으나 아이는 없는 딩크족이면 어찌하려고 나를 '어머니'라 칭했을까?


죽음의 공포 속에서 꽂힌 '어머니'라는 호칭의 서러움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내가  상대를 부를 때 가장 좋은 건 이름,

직장에서라면 직위나 직급.

혹은 요즘은 누구에게나 쓰는 선생님.


이런 호칭이었다면 난 금방 그날을 잊었을 텐데


회원님으로 불릴 수 있을 때 오늘도 열심히 운동을 해야~^^ 호칭 그까지 것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한테는 중요하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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