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은 어떻게 ‘정권 운영 정당’이 되었나
한 시대가 끝났다. 이해찬 전 총리가 세상을 떠났다. 사람에 대한 호불호는 분명한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부정하기 어렵다. 이해찬은 ‘정치인’이기 이전에 ‘시스템 설계자’였다.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멈추면 바로 기계가 멎어버리는 핵심 부품 같은 존재였다.
우리는 흔히 민주당의 역사를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그리고 이재명이라는 ‘대통령들의 이름’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정권을 실제로 굴러가게 만든 운영자가 있었다. 이해찬은 바로 그 자리의 사람이었다.
이해찬의 출발은 학생운동이었다. 거리에서 싸우던 세대였다. 중요한 건,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운동 → 정당 → 집권 → 국가 운영
이 경로를 하나의 표준 코스로 굳혀놓은 인물 중 하나가 바로 이해찬이다.
이 루트 덕분에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은 더 이상 “투쟁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국가를 운영하는 주체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 그리고 지금의 이재명 정부까지. 이 흐름은 우연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설계된 정치적 이동 경로였다.
과거 민주당 계열 정당은 솔직히 말해, 선거 때만 모였다가 흩어지는 느슨한 연합체에 가까웠다. 이해찬이 바꾼 것은 이 체질 자체였다.
그 상징적인 결과물이 바로 온라인 당원 시스템과 100만 당원 체제다.
지역 조직 중심 정당 → 온라인 대중정당
동원형 지지자 → 상시 참여 당원
몇몇 정치인의 당 → 지지자 기반 조직
오늘날 민주당의:
경선 구조
문자·온라인 동원 시스템
당원 중심 의사결정
이 모든 인프라는 이해찬 체제에서 깔린 구조 위에 있다. 지금 민주당이 거대한 기계처럼 굴러가는 이유는, 누군가가 미리 기계 설계도를 그려놨기 때문이다.
이해찬은 대통령이 된 적은 없다. 하지만: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
네 번의 정권 창출 과정에서 그는 늘 핵심 설계자 라인에 있었다.
이 사람은:
앞에서 박수 받는 타입이 아니라
뒤에서 판을 짜는 타입이었다.
정치에서 가장 희귀한 존재가 바로 이런 운영자형 인물이다. 스타는 많지만, 조직과 권력을 실제로 굴리는 사람은 드물다.
노무현 정부 시절 이해찬은 국무총리를 맡았다. 비판도 많았다. 강경하다, 정치적이다, 관료적이다. 그러나 냉정히 보면:
노무현 정부의 행정 안정성을 떠받친 축 중 하나가 이해찬이었다.
노무현이 가치와 방향을 제시하는 대통령이었다면, 이해찬은 그걸 실제 행정 시스템으로 번역하는 사람이었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접착제 역할이었다.
과거 진보 진영의 고질적인 이미지가 있었다.
“싸우는 건 잘하는데, 집권하면 헤맨다.”
이해찬 이후 민주당은 달라졌다.
“싸우기도 하고, 운영도 하는 정당.”
관료 시스템 이해
정당 운영 매뉴얼
선거 → 집권 → 국정 → 다음 선거까지 이어지는 구조
이걸 하나의 기계처럼 굴러가게 만든 사람이 바로 이해찬이다.
강한 계파성
밀어붙이는 리더십
내부 적도 많이 만드는 스타일
솔직히 말하면:
좋아하기 쉬운 정치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없어지면 곤란한 정치인이었다.
이해찬은 민주당을 운동권의 정치 조직에서, 국가 운영 정당으로 진화시킨 설계자였다. 사람은 떠났지만, 그가 만든 구조는 지금도 돌아가고 있다.
정치는 결국 인물이 아니라 시스템이 남는다.
이해찬은 그 시스템을 남긴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