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은 껐지만, 질문은 남았다
2026년 2월 3일,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또다시 불이 났다.
식빵 생산라인이 있는 3층에서 시작된 화재는
4시간 만에 큰 불길은 잡혔지만,
천장 철골이 휘어 내려앉아 소방관 진입조차 어려운 상태였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다.
하지만 이 문장을 쓰는 순간에도 마음 한편이 무겁다.
“다행히”라는 말로 넘기기엔, 이 회사의 이름은 너무 자주 등장한다.
소방당국은 이렇게 말했다.
“3층 천장 철골이 휘어져 내려앉아 소방관 진입이 어렵다.”
이 한 문장은 단순한 현장 설명이 아니다.
공장의 구조적 안전성,
화재 대응을 전제로 설계되었는지,
노동자와 구조대의 생명을 고려했는지
모든 질문을 동시에 던진다.
불은 언제든 날 수 있다.
문제는 불이 났을 때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느냐다.
� 544명 근무, 3명 부상
“인명 피해 없었다”는 보도의 함정
이날 공장에는 544명이 근무 중이었다.
다행히 모두 연락이 닿았고,
연기 흡입으로 3명만 병원 이송됐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왜 3층 천장이 내려앉을 정도의 구조였나
왜 생산라인에서 화재가 반복되는가
왜 SPC 계열 공장은 늘 “대형 사고 직전”에서만 멈추는가
사고가 ‘완성’되어야만 책임을 묻는 사회는
이미 늦은 사회다.
반복되는 이름, 반복되는 구조
SPC는 이미 한국 사회에서
‘산업재해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끼임 사고
사망 사고
안전장치 미비
과로·야간 노동
그리고 매번 반복되는 “재발 방지 약속”
이번 화재 역시 우연이나 단발 사건으로 볼 수 없다.
문제는 한 번도 구조가 바뀐 적이 없다는 것이다.
� 소방관도 못 들어가는 공장
이게 정상인가
가장 섬뜩한 지점은 여기다.
“소방관의 현장 진입이 어려웠다.”
화재는 노동자만 위협하지 않는다.
구조하러 들어가는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한다.
만약 안에 사람이 고립돼 있었다면?
만약 더 늦게 발견됐다면?
그때도 우리는 또 말했을 것이다.
“안타깝다”, “재발 방지하겠다”.
이제 질문을 피하지 말자.
이 공장은 화재를 전제로 설계된 공간이었는가
안전 점검은 형식이었는가, 실질이었는가
생산 속도와 비용 절감이 안전보다 앞서 있진 않았는가
그리고 SPC는
왜 항상 ‘다음 사고’를 예고하는 기업처럼 보이는가
4일 오전, 유관기관 합동 감식이 진행된다고 한다.
CCTV 분석, 구조 감식, 원인 규명.
하지만 원인은 늘 비슷했고,
결과는 늘 흐지부지였다.
이제 필요한 건
“원인 규명”이 아니라
책임 규명이다.
노동자가 무사히 퇴근하는 공장은
‘모범’이 아니라 ‘기본’이다.
SPC 삼립 시화공장 화재는
또 하나의 경고다.
이 경고를 또 흘려보낸다면,
다음엔 정말 “다행히”라는 말을
쓸 수 없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