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니스 경제“추가로 확인됐을 뿐입니다”라는 말의 무게
“새롭게 발생한 유출은 아닙니다.”
대기업이 위기 상황에서 가장 자주 꺼내 드는 문장이다.
이번에도 쿠팡은 같은 표현을 선택했다.
16만5천여 개 계정.
이름, 전화번호, 주소.
결제 정보는 아니니 안심하라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그런데 정말 이 사건의 본질이 ‘무슨 정보가 빠졌느냐’일까?
1️⃣ 문제는 해킹이 아니라, 대응 방식이다
이번 유출은 “추가로 확인된 건”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말은 뒤집으면 이런 뜻이다.
우리는 그동안 정확한 규모조차 모르고 있었다.
작년 11월, 쿠팡은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유출 규모를 3천 건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경찰 수사 과정에서 나온 숫자는 수천만 건이다.
이 지점에서 신뢰는 이미 무너진다.
숫자의 차이가 아니라, 현실 인식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2️⃣ ‘셀프 조사’라는 이름의 면책 구조
플랫폼 기업들은 위기 때마다 같은 공식을 쓴다.
내부 조사 실시
외부 피해는 제한적
2차 피해는 현재 없음
소액 보상 또는 이용권 지급
익숙하다. 너무 익숙해서 무섭다.
이번 사건에서도 쿠팡은
자체 조사 → 축소 발표 → 추가 확인이라는 흐름을 반복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증거 인멸 의혹, 공무집행방해 혐의까지 불거졌다.
기업이 스스로를 조사하는 구조,
이게 과연 감시인가, 아니면 시간 벌기인가?
3️⃣ 국회 위증 논란, 이건 단순 실수가 아니다
더 심각한 건 정치·행정 영역이다.
쿠팡 한국 임시 대표 해롤드 로저스는
국회 청문회에서 “국정원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즉각 부인했다.
결국 이 발언은
위증 혐의
국회 고발
경찰 2차 소환
으로 이어졌다.
여기서 핵심은 누가 거짓말을 했느냐가 아니다.
플랫폼 기업 최고 책임자가
국가 기관을 방패로 삼아 위기를 넘기려 했다는 시도 자체다.
4️⃣ 개인정보는 숫자가 아니라 ‘생활 동선’이다
이름, 전화번호, 주소.
“결제 정보는 아니라서 괜찮다”는 말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이 정보들은 결합되는 순간
거주지 파악
생활 패턴 추정
스팸·사기·스토킹으로 확장
이 가능해진다.
특히 공동현관 비밀번호는 유출되지 않았다는 해명은
오히려 불안하다.
“이것만은 안 나갔다”고 강조해야 할 정도라면,
이미 선은 한참 넘어섰다는 뜻이니까.
5️⃣ 이 사건의 진짜 질문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왜 항상 기업의 발표가 먼저 믿어지는 구조일까?
왜 피해자는 통지 문자로만 사실을 알게 될까?
왜 플랫폼은 커질수록 책임은 가벼워질까?
이건 쿠팡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플랫폼 자본주의 전체의 문제다.
결론: 편리함의 대가를 너무 싸게 치르고 있다
쿠팡은 우리의 생활 인프라가 됐다.
그만큼 권력을 가졌다.
권력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 책임은
빠른 통지가 아니라
정확한 공개이고
셀프 조사가 아니라
독립적 검증이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구매이용권 몇 장이 아니다.
플랫폼을 감시할 제도다.
편리함은 선택이지만,
신뢰는 기본값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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