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한 시간 11시. 지금이 되면 또 많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내가 어떤 존재이고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것보다 더 드는 생각은 무엇이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할까... 최근래의 고민은 이 것이었다. 현재 소위 비정규직의 삶을 살고 있는 나. 불안한 와중에 안정한 상태를 위해 일과 공부를 병행한지 4년이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 사실 지칠대로 지친 상황. 이런 상황에서 고독을 자처해서 공부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나였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다. 세상을 원망하고, 특정 대상을 원망하는 것에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것이었다. 그 어느 시절보다 뉴스, 유튜브를 보며 사회와 부도덕한 인간들을 비난하는 영상들을 살펴보는 것이 아침루틴이 되었을 만큼 나의 인생은 비관적이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귀인하고 싶었던 것이 컸던 것 같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정말 절친의 친구에게 내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했다. 너무 답답하다는 점. 마인드 컨트롤이 힘들다는 점등등.. 그런 이야기를 하니 친구가 공감을 할 줄 알았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내년에도 친구야 이런 루틴대로 살고 싶나?' 답은 나도 알고 있었다. 당연히 '아니'였다. 그 것으로 동기부여가 되었다. 그 말을 듣자말자 나는 독서실을 끊었고 공부를 했다. 오늘처럼 잘된 적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나 혼자 고민하며 끙끙 앓다가도 내 생각을 누군가와 공유함으로써 해결된 적이 꽤 많았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들은 '귀찮은데 왜 난리냐'라고 답한 인간들도 있었고, 오늘과 같이 현실적인 답을 한 친구도 있었고 공감을 한 친구도 있다. 전자의 경우 바로 손절하면 되는 인간들이고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친구도, 공감을 해주는 친구의 경우는 정말 인생에 둘도 없는 최고의 친구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살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진짜 남게 될만한 친구만 남는다는 것이 맞는 말인듯한 것 같다. 대학교 때 멋모르고 멋에 취해 리드하는 것에 취해 막 친구를 사귀다가도, 이런 기류에서 친구들의 반응을 통해 한 두명씩 나와의 인연이 아님을 깨닫는다. 그리고 진짜 친구를 찾게 된다. 이런 과정도 인생의 한 과정이 아닐까 싶다. 마치 나의 인생에서 초기에는 자전거 타기도 하고 인형도 갖고 놀다가도 나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찾는 것과 같이, 삶이 흘러감은 가치관이 형성되는 과정과 일맥상통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오늘의 경험으로 나는 또 확실히 알았다. 물이 고이면 썩고 흘러야 하는 것과 같이 나의 감정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는 것. 오늘의 이 고마움이 또 나의 동기부여가 되었고, 더 괜찮은 사람, 더 나은 교수자가 되기 위한 발판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역시 행복은 나누었을 때, 진짜 배가 되고 갚지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