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상하다’ 내 견(犬) 생 10년 만에 가족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내 이름은 또리로,말티즈다.매일 혼자 집을 지켰었다. 다른 집에서 두 살까지 살았었는데, 누나가 나를 데리고 와서 가족이 되었다. 누나네 집에 와서좋긴 하지만, 모두 바빠서 나와 놀아주지 않을 때면 여기저기 똥, 오줌을 싸 놓았다. 창문 너머에 친구들이 산책하는 것을 보며 부러워서 매일 울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오면서 달라졌다. 시골에서 올라온 할머니랑 살게 되면서 누나랑 형은 나를 데리고 이사를 했다. 나 때문에 멀리 이사 가지 못하고, 엄마 집 근처에 산다고 했다. 전에는 엄마도 출근하느라 바빴었는데, 할머니랑 살면서 집에서 일한다. 그래서 누나랑 형이 출근하면 엄마네 집에 가서 놀다가, 형이나 누나가 나를 데리러 온다. 이젠 꼬리를 흔들어 애교를 부리면 이뻐해 주는 사람이 많아져 울 필요가 없다.
할머니랑 산책하는 곳은 은데미 공원이다. 봄이라 철쭉이랑 제비꽃이랑 애기똥풀도 만나고, 이름 모를 풀들이 궁금해서 자주 멈추고 냄새를 맡고 구경한다. 요즘 꽃, 나무 이름을 공부하고 있는 엄마가 할머니에게 알려줘서 나도 배운다. 엄마가 집에 있어서 좋고, 할머니랑 자주 산책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산책하다 보면 자주 만나는 동네 사람들이 ‘오늘도 또리 나왔네, 살도 빠진 것 같은데’ 하고 기분 좋게 인사를 해 준다. 내가 다른 친구들보다 뚱뚱해진 이유는 산책을 못해서다. 그런데, 할머니가 와서 산책도 하고 친구들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누나는 가끔 나를 데리고 출근한다. 나 같은 친구들을 미용해 주는 일을 한다. 누나는 나를 데려다 놓고 하루 종일 친구들 미용해 주느라 바쁘다. 나는 질투 나서 누나를 바라보고 나만 이뻐해 달라고 보채보지만, 소용없다. 겨우 퇴근 시간이 되면 나만의 누나로 돌아온다. 누나는 나를 멋진 개로 만들어서 퇴근한다. 누나가 쉴 때 이쁜 옷도 사주고 내가 알레르기가 있어서 병원도 간다. 미용하고 할머니랑 산책하면 사람들이 이쁘다고 해준다.
“또리! 미용했구나, 멋지네”
그러면 나는 한 것 뽐을 내며 꼬리를 흔들며 걷는다
할머니가 처음 왔을 땐나를 미워했다. 누나랑 아빠가 간식을 주면, 한마디 하면서 눈을 흘겼다.
“아까 먹었는데 왜 또 주냐! 개가 아니라 돼지 되겠다.”
그러던 할머니가 어느 날부터 달라졌다. 잠만 자는 내가 불쌍했나 보다.
“너나 나나 불쌍하다. 맘대로 나가지도 못하고, 그래도 니가 나보다 낫다”
혼잣말로 중얼거리기도 했다. 엄마 손님이 오면 꼬리를 흔들고 애교 부리는 나를 부러워했다.
할머니와 산책하면서부터, 할머니도 내게간식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베란다랑 화장실 문이 닫혀 있어서 열어달라고 눈빛만 보내도 문을 열어준다. 할머니가 나를 이뻐해 주니까 나도 내 등을 내어준다. 그랬더니 할머니 손길이 부드럽게 등을 쓰다듬어 준다.
할머니랑 나는 좋은 친구가 되었다. 매일 발맞추어 오래도록 산책하고 싶다.
이번에는 또리의 입장에서 글을 써 보았다. 또리도, 엄마도 혼자였을 때는 외로웠지만, 함께 산책하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