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논리를 갖춰버렸네.
"제리야 오늘 뭐 먹고 싶어? "
"나 자장면집 가고싶어."
"오케이,그럼 우리 단골 집 말고 새로운 자장면집 가볼까? "
"아니. 로봇 있는 자장면 집 갈 거야. "
로봇이 서빙해 주는 중식집에 가겠다는 뜻이었다.
"제리야 음식점은 맛이 중요한 거지 로봇이 중요한 게 아니야."
"엄마, 아이한테는 로봇이 중요하고, 어른한테는 맛이 중요하지."
"어? 그러네? 설득되어 버렸어. 그래 제리 가고 싶어 하는 로봇 중식집 가자."
6살이 되었다고, 어느새 대화에 논리를 갖춰버리고 말았구나. 넌 참 아빠를 많이 닮았구나.
남편은 늘 음식을 시킬 때 아이들과 내가 다 고르고 나서 고른 음식들과 조화를 맞춰 어울릴만한 음식을 골랐다. 그러면서 매일
"나는 내가 먹고 싶은 거 하나도 먹은 적 없어. 다 여보랑 애들 먹고 싶은 것만 먹음."
이러길래 이번엔 남편까지 음식 고르고 나서 내가 고른다고 했다. 이번엔 내가 희생해 주지. 딸 둘은 자장면을 골랐고, 남편은 볶음밥을 시키길래, 나는 애들이 먹을 수도 있는 떡만둣국을 시켰다. 추가로 탕수육까지 주문을 마친 채 음식을 기다렸다.
제리는 서빙로봇이 올 때까지 오매불망 기다렸고, 드디어 음식이 나오니 너무 재미있어했다. 서빙로봇 위의 음식을 받고 버튼을 눌러야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데 그걸 누르고 싶어 안달했다.
그런데 음식을 먹는데 애들이 자장면보다 떡만둣국을 더 잘 먹는 것이 아니겠는가? 너무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이제 여보를 이해하게 되었어. 내가 맛있는 것보다 애들이 맛있게 먹는 게 더 기분 좋다."
"그러기엔 여보가 너무 맛있게 먹는데? 그냥 자기가 떡만둣국 먹고 싶어 한 것 같아."
"푸하하하. 아 그러네. 이 집 떡만둣국 잘하네. 맛있다."
음식을 다 먹고 나서 제리는 한참 동안 서빙로봇 앞에 가서 말했다.
"너 말할 수 있어? 말해봐. 움직여봐. 왜 안 움직여?"
"제리야. 서빙로봇이라 음식을 주문해야 움직이는 거지. 음식을 갖다 주는 역할을 할 때만 움직이는 거야."
"그래? 그럼 못 걸어 다녀?"
"걸어 다니는 게 아니라 바퀴로 굴러가."
이런 대화를 듣고 있던 식당 아주머니가 서빙로봇 위에 사탕 두 개를 올려주셔서 다시 우리 테이블로 왔다.
"우와!! 또 움직인다."
"우리 제리 많이 신났네? 그렇게 재미있어? 정말 아이에겐 로봇이 중요했구나. 네가 좋으면 됐다. "
아이들 눈에는 신기한 게 이렇게 많구나.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아이에겐 재미있는 놀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