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한 말하기 대회
여행을 간다는 소리를 듣고 전날부터 기대를 한 첫째 제리에게 꽈배기 옛날과자를 줬더니
"엄마 너무 맛있어서 엉덩이에 빵구 날 것 같아."
라고 했다. 남편과 나는 애기들이 귀여울 때마다 서로를 쳐다보곤 한다. '애들이 언제 이렇게 커서 귀여운 말도 하는 거지?'라는 생각에 감동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기특하고 '조금만 천천히 커달라'는 여러 마음이 겹쳐진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나저나 엉덩이에 빵구 나면 큰일 나는 거 아니니? 언니의 말을 들은 둘째 티커가 간드러지게 웃더니 하는 말
"꽈배기가 맛있어서 엉덩이에 뿔이 나겠어."
점입가경이다. 점점 신선한 맛의 표현이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제리가 너무 재미있었는지 더 멋진 표현을 생각해 냈다.
"엉덩이가 튀어나와서 꼬리 나올 것 같아."
그 정도로 맛있었나? 애 둘 다 말을 하게 되니 정말 상상치도 못했던 표현을 쓰는 걸 보면 절로 웃음이 난다. 어른이라면 절대 생각할 수 없는 표현이다. 맛있는 거랑 엉덩이랑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둘째 티커가 말이 많이 늘었다. 이제 39개월인 둘째는 요새 엄마에게 기분 나쁜 일이 많다. 잠을 자려고 누웠는 데 무슨 일에서인지 둘째의 심기가 불편하다. 내가 안으려고 해도 버티고 있고, 문쪽으로 누워서 내 쪽은 쳐다도 보지 않는 것이다.
"엄마가 문도 닫고, 불도 끄고, 엄마가 내 마음 뺏어갔잖아. "
"티커야, 엄마가 뭘 잘못했는지 알려줘야 엄마가 티커 마음을 알지. 엄마가 문 닫고, 불 꺼서 싫었어? "
했더니 입을 삐죽거리며 한참을 대답을 안 하다가 울음이 폭발했다.
"엄마가 다 하고, 나도 하고 싶은 데 못하게 하잖아."
이게 엄마가 마음을 빼앗아간 거였다니. 본인이 할 수 있는 걸 엄마가 대신해줘서 삐진 것이었다.
"티커야, 문도 닫고 불도 끄고 싶었으면, 엄마한테 말해주면 네가 하게 해 줄게. 다음부터는 티커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말로 해줘."
이제 본인도 언니라며 유치원은 언제 갈 거냐고 매일 물었던 게 그런 거였나 보다. 본인도 할 수 있다는 표현을 저렇게 하네.
그럼 이제 옷도 좀 알아서 입고, 밥도 알아서 먹고, 양말도 알아서 신어주라.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