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우울증과 공황장애 치료기록
2025년 12월 12일부터 정신과 치료를 시작했다.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글을 전혀 쓸 수 없을 만큼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자꾸 미루게 되었다. 그래서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기로 했다.
오늘은 2026년 1월 26일
약을 먹은 지 한 달 반 정도가 지났다. 효과는 놀라웠다. 약은 잘 맞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의욕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이런 생각을 하며 잠에 들었다.
"내일이 기대된다."
한 달이 지나자 정말로 내일을 기대하며 잠들게 되었다. 나에게 내일을 기대한다는 것은 꿈만 같은 일이었다. 그런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예뻐지고 싶어졌다. 화장을 하기 시작했고, 백화점에 가서 옷을 샀다.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돈을 쓰기도 했다. 평소 갖고 싶었던 막스마라 코트를 두 벌이나 샀다. 매일매일 옷을 사고, 꾸미고, 나 자신을 바라보았다.
이 변화를 감지한 남편이 말했다.
"네가 행복하면 됐다."
옷을 많이 쟁여두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어느 정도는 포기한 것 같았다.
아이들은 밝아진 나를 좋아하게 되었다.
어느 날 엄마가 물으셨다.
"너 혹시 약 먹니?"
촉이 좋은 엄마는 내 변화를 알아보셨다. 어른들은 정신과 약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이다. 아니나 다를까, 나에게 걱정 섞인 말씀이 이어졌다.
"약에 의존하면 안 된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런 약까지 먹는 거니."
"긍정적으로, 강하게 마음을 먹어라."
하지만 이런 말씀도 함께 해주셨다.
"힘든 건 엄마에게 다 말해라. "
"네가 좋은 대로 결정해."
"네가 좋으면 나도 좋다. "
"엄마는 너를 아주 많이 사랑해. "
엄마가 두 번이나 서럽게 우셨다. 나를 꼭 안아주셨다.
나는 설명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우울증도 치료가 필요한 병이라고.
그 병들에겐 약에 의존하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지 않느냐고. 나는 의존하는 게 아니라, 아픈 걸 치료하고 있을 뿐이라고.
우울증은 '긍정적으로 마음을 먹으면' 나아지는 병이 아니다. 뇌신경전달물질의 문제가 있다. 그걸 치료해야 비로소 긍정적이게 되는 것이다.
지금의 나는 내일이 기대되고 즐거움을 느낀다. 운전도 할 수 있다. 나를 꾸미는 게 즐겁다.
요즘은 매일 아침 양배추와 올리브오일, 그릭요거트, 방울토마토, 오트밀을 먹으며 살을 빼고 있다.
백화점 소비는 감당이 안되어, 굿윌스토어를 이용하기로 했다. 굿윌은 기부와 구매를 통해 장애인들이 일자리를 얻는 곳이다. 겨울 시즌 클리어런스 세일이라 50% 할인이다. 좋은 옷을 3천 원에 득템 하기도 한다. 나의 매서운 눈으로 나에게 맞는 좋은 옷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도파민이 팡팡 터진다.
장애인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희망이 생긴다. 말이 어눌하셨던 우리 아빠가 떠오르기도 했다. 활기차게 일하고, 기부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 한켠이 따뜻해진다.
"여기에서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파트타임 알바라도 할 수 있다면 정말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정규직만 뽑는다고 하셨다. 애들이 조금 더 크면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내가 옷을 세 포대나 산 걸 보고 남편이 말했다.
"아주 상또라이가 나타났어~! "
또 한 번 빵 터져버렸다. 과하게 사는 게 나의 특징이다. 그래도 한 벌에 3천 원이다. 그게 모여서 십만 원이 넘긴 했지만.
이곳에서 쓰는 돈은 이상하게도 좋은 일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