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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책방 Feb 27. 2022

데미안과 일그러진 영웅 엄석대

데미안 - 헤르만 헤세

내가 이 글을 처음 읽어본 것은 1998년 즈음이다.  그 이후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가 뭔가 자신만의 주관이 느껴지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처럼 그들의 이마에 별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터진 독서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과 시집, 하루키의 몇몇 책,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카뮈의 이방인까지 무섭게 달려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었다.  겨울방학 차가운 기숙사 방에서 독서를 마무리 짓고, 작가들에게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고'라는 것은 적어도 입에 풀칠을 하고 난 후 잉여 시간을 유희하기 위한 수단처럼 느껴졌다.   


그러고 나서, 그다음 학기에는 철학에 심취하면 철학 과목을 수강하며, 수업 관련 서적을 도서관에 찾아보았다.   


22년 넘은 시점,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요사이 방영된 방송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나는 에밀 싱클레어와 나를 비슷한 캐릭터로 동일시하게 되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나오는 서울 촌놈 '한 병태'와 같은 역할이다.  아이러니하게 나는 평택 시골 출신이지만, 생각하며 행동하는 것은 이상하게도 모범생 한병태, 혹은 관찰자 싱클레어와 닮은 듯하다.  참고로 주인공이자 관찰자인 에밀 싱클레어는 동류집단의식(Peer pressure)을 느끼며 주변인들과 어울리고자 하는 성격을 갖고 있었다.  데미안을 만나기 전까지는...



'엄석대'와 같은 캐릭터도 등장한다.  그가 바로 데미안이다.  데미안은 싱클레어가  주변 건달들에게 거짓말을 한 후 돈을 바쳐야 하는 상황에서 그를 구해준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정의의 기사처럼 느끼기도 하지만, 그와 대화를 해가며, 데미안의 세계관에 빠져든다.  이 이후 싱클레어는 김나지움 (우리로 치면 중고등학교 수준으로 생각된다.)에 진학하고, 거기에서 베아트리체를 만나 호감을 느낀다.  그녀를 떠올리면, 그림을 몇 번이고 그러는데, 결국 데미안의 얼굴이 초상화에서 나온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라고 한다."




이후, 데미안은 목사 지망생인 피스토리우스를 만나 그로부터 세계관을 배우게 된다.  싱클레어에게는 데미안과 피스토리우스만이 이마에 별이 표식 된 사람이었다.  아마 그러한 별을 느낀 이후 다른 사람들과 대화가 진부하게 느껴졌을 것 같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 후반부, 또 한 명의 중요한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데미안의 어머니인 에바 부인이다.  싱클레어는 이마에 별이 있는 이성을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고, 대화의 교감이 깊은 사랑으로 진화했 던 것 같다.  그 이후 데미안과 싱클레어는 러시아와의 전쟁에 징집되고, 마지막으로 전선에 있는 막사에서 한 번 더 해후한 후 그들의 이야기는 끝난다.  


-  글의 서술은 고어체로 되어 있다.  현대식으로 각색을 하면 좀 더 현실감 있을 것 같다.  ​


- 헤르만 헤세의 아버지는 목사님이었고, 그는 신학교에 들어간 후 자살 소동 이후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책의 곳곳에서 기존 종교에 대한 저항의 향기가 느껴진다.  ​


- 어깨에 힘을 빼고 읽어보면 철학 책보다는 가벼운 소설책처럼 느껴진다.  데미안을 읽으며 김훈 선생님과, 이문열 선생님 글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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