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직장인 독서 전투 에세이
대니얼 카너먼은 1970 - 1980년대 심리학 관련 논문 두 편을 아모스 트버스키와 함께 Science에 투고한다. Science는 과학기술에서 최고의 저널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연구 실적을 공로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다. 이쯤 되면 의문이 생긴다. 심리학 연구 내용이 유명 과학 저널에 개제 되고, 그것을 근거로 노벨 경제학상을 타게 된 이야기, 매우 궁금해진다.
아래 정리 내용은 책의 흐름 중 브런치를 쓰는 필자가 특히 흥미롭게 읽은 사례이다.
시스템 1 vs. 시스템 2
경제학에서 시카고학파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은 합리적 의사 결정을 하게 된다. 본인이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에 대한 책임도 지게 된다. 인간 개인에게 최대한 자유를 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학파이다. 개인의 이기심이 혁신의 원동력이 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자유주의와 공산주의 비교 내용이 있다. 시카고학파의 밀턴 프리드만에 의하면 공산주는 사라졌다. 그들의 주장에 문제점이 있다. 예를 들어, 오토바이 운전자가 헬멧을 쓰지 않았다고 가정하자. 그에 대한 선택도 인간 스스로에게 있는 것이고, 책임도 본인에게 주어진다. 2021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운전을 하기 위해서 안전벨트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착용하지 않고, 경찰에 발각되면 벌금을 물게 된다. 시카고학파의 주장대로라면 안전벨트 착용법은 개인의 자유 침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이 없을 경우, 막대한 인명 사고 등 막대한 국가적 손해가 예상된다.
말콤 글래드웰의 '블링크'에 의하면 인간의 직관은 위대해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은 문제점이 있을 때 직감으로 그 상황을 인식할 수 있다.
이러한 자유주의 존중과, 직감은 인간이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가정으로 성립된다. 그런데, 인간이 합리적이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
저자인 대니얼 카너먼은 다양한 실험적 근거를 사례로 인간은 다양한 외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편향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는 사례도 통계적으로 분석해보면 사실이 아님을 알게 된다.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 이러한 것은 사람이 생각하는 시스템 때문에 발생한다. 저자는 이러한 생각의 시스템을 두 가지로 나누었다. 시스템 1은 즉각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몇몇 상황에서 깊은 사고를 할 필요가 없는 경우가 있다. 숨쉬기, 걷기, 구구단과 같은 간단한 연산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시스템 2는 많은 생각을 요구한다. 복잡한 연산, 문제 해결 등 많은 부분이 시스템 2에 해당한다.
그런데, 문제는 다수의 상황에서 우리는 시스템 1을 활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류를 범하게 된다.
다음 사례들은 책의 내용 중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법과 규제를 세우는 방법 (캐스 선스타인)
캐스 선스타인은 하버드 로스쿨 교수이다. 그는 또 다른 행동경제학 서적, 넛지의 공동저자이기도 하다. 그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법은 대중의 압박에 의해 탄생된 산출물이다. 이렇게 되면, 공공정책 우선순위는 뒤죽박죽이 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 편향된 결과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결과가 옳은 방향으로 진행된다고 할 수 없다. 이는 시민들의 비합리적 목소리에 법이 반응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1929년, 독성 폐기물을 매립한 러브 커넬 지역에 장마가 발생했다. 폐기물이 유출되고, 수질 오염이 발생했다. 이는 환경문제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그 이후 환경대책보상책임법이 재정되었다. 의미 있어 보인다. 그러나, 사람들이 대표적인 부작용이라고 주장했던 신체피해는 입증되지 않았다. 러브 커넬에 사용될 비용이 다른 곳에 투입되었다면, 더 많은 사람의 희생을 막을 수도 있었다. 감정적인 법안 수립이 잘못된 예산 사용을 부축인 것이다. 선스타인은 러브 커넬 사건을 날조된 사건으로 바라보고 있다.
위대한 기업, 위대한 펀드 매니저
어떤 기업이 위대한 기업이 되는지, 혹은 어떤 펀드 매니저가 높은 실적을 올리는지 궁금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호기심일 수 있다. 다수의 언론에 뛰어나다고 알려진 회사 대표 공적이 홍보되기도 하고, 펀드 매니저의 강연이 연일 사람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건을 통계적으로 접근해보면 어떻게 될까? 저자에 의하면, 기업이나 펀드 운용 분야에서 높은 성취는 누군가의 실력에 의해서라기 보다, '운'에 의해 결정된다고 강조한다.
스탠퍼드 MBA 교수인 짐 콜린스에 의하면 성공하는 기업의 리더들은 매우 높은 몰입도와 함께, 겸양의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저자에 의하면, 이러한 결론은 위대한 기업의 공통점이라기보다, 일반 대중들이 믿고 싶어 하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열심히 노력을 한, 겸손한 사람들의 성공 스토리를 좋아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의 평가 지표로 회사의 주가를 사용하였다. 주가도 '운'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짐 콜린스의 결과는 지금으로서는 믿기 힘든 연구가 된다. 짐 콜린스가 주장했던, 위대한 기업들은 어느 순간 시장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는 또 후속작을 썼다. 제목은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이다.
1950년대 이스라엘 장교 채용 프로세스
저자는 1950년대 이스라엘에서 공군 장교로 근무했다. 그곳에서 장교 채용에 관한 직접적 경험을 하기도 했다. 어떤 사람들이 군 생활에서 오랜 생활까지 남아서 우수한 장교가 될까? 저자는 채용 절차 향상 업무를 맡았다. 대부분 면접에서 열정을 보이거나, 옳은 성품을 보이는 사람들이 좋은 장교로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면접전형의 내용과 채용된 장교들의 성장과는 낮은 상관성을 보였다. 즉 인터뷰의 내용으로 장교 생활을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저자는 오히려 면접전형의 질문을 6가지 이내의 범주로 간소화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다른 질문을 못 하게 했다.
안젤라 더크워스는 사관학교 학생들이 가장 오랫동안 살아남는 이유는 '그릿'이라고 강조했다. 비슷한 연구를 저자는 이미 1950년대 이스라엘에서 실시했던 것이다. 저자는 6가지 인자 (전문성, 붙임성, 신뢰 등)로 장교 생활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행복은 어디에?
마지막 챕터에서 저자는 행복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행복을 쾌락과 고통으로 나누어 생각해 보자. 우리가 생각하는 고통이 진짜 고통일까? 예를 들어, 저자는 장 내시경의 고통을 지수화 한 사례를 언급한다. 이는 수면 내시경이 없을 때 진행된 연구이다. 즉 환자는 대장 내시경을 실시할 때 극심한 고통을 겪었고, 그것을 수치화하여 통계를 내어 보았다. 참고로 대장 내시경은 짧게는 4분, 길게는 69분간 실시했다. 내시경을 받은 사람들에게 고통지수를 물어보았다. 당연히 오랜 시간 검사받은 사람들의 고통이 커 보이고, 짧게 검사한 사람들의 고통이 작아 보인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검사 마지막의 고통 강도가 검사받는 사람들의 고통 기억에 많은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10분 미만으로 짧게 검사를 받아도, 극심한 고통 속에 검사가 마무리되면, 대장 내시경 검사를 매우 고통스럽게 기억한다. 반대로, 오랜 시간 검사를 받은 경우라 해도, 마지막 고통 강도가 낮으면, 전체 대장 내시경의 고통 강도가 그렇게 높지 않다고 느낀다. 고통 강도를 실제와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행복을 측정하는 다양한 연구들이 있다. 이러한 연구들의 내용도 수많은 데이터로 최대한 객관화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러한 데이터도 마찬가지 아닐까? 지속적으로 시험자들을 평가하지 않는 한, 평가자들은 최종적으로 현재의 기분에 의해, 본인의 행복 정도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고단한 퇴근길 10000원짜리 지폐를 주었다고 하자. 그날은 제법 근사한 하루처럼 느껴질 것이다.
끝으로, 브런치를 쓰는 필자는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시스템 1을 작동하며, 여러 가지 오류를 범한다. 그렇기 때문에 잘못된 결론을 내리고, 현재의 위치를 비관할 수 있다. 이러한 세상에 속지 않고,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아래의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1) 자신의 삶을 단순하게 만든다.
2) 시간 관리를 통해 현재에 충실한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넛지, 블링크, 팩트풀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