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잃어버린 기억 1
우리 엄마는 치매이시다. 알콜성 치매. 힘든 농사일에 힘듦을 잊으려 한 잔씩 하시던 술. 가부장적인 남편 속앓이에 스스로를 위로하며 몰래몰래 마시던 술 한잔 그리고 육 남매의 뒷바라지에 엄마는 진한카페인을 마시면 속이 풀리듯, 담배한대를 피우며 시름을 잊듯이 엄마에게 술 한잔은 그런 의미가 아니었나 싶다.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소주. 간성혼수가 올정도로 아무것도 안 드시고 술만 드셔서 위험한 상황이 있었을 때는 온 가족이 엄마가 술을 못 드시게 말렸다. 하지만 이는 음성음주만 키울 뿐이었다. 몰래몰래 숨겨놓고 드셨으니...
이제 마음 편하게 드시게 하지만 엄마는 늘 술 한잔을 드실 때는 이유를 만드신다.
사위들이 오면
"자네 술 한잔 해야지" 그 핑계로 한잔.
아버지랑 식사하시면서
"당신 술 한잔 하실래요?"
"안 해요"
아버지가 거절하셔도 '목이 타네'하시며 소주 한잔씩 드신다. 한자리에 앉아 취기가 올라올 때까지 드시는 게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식사를 하시면서
'술 한잔 하실래요?' 당신이 술 드신 거를 잊고 묻는 횟수가 점점 많아지는 게 슬프기는 하다. 그 물음에 아버지가 화내지 않으시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시간이 흐를수록 엄마의 다른 모습이 있다. 예전에 엄마집에 가서 저녁까지 있으면 얼른 집에 가라고 성화셨다. 가서 애들 챙기고 신랑 밥 주라고... 지금은 얼굴을 보자마자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왔다고 하시고, 집에 가려면 왜 이렇게 일찍 가냐고 하신다. 엄마의 외로움 그리움이 아닐까 싶다.
TV를 보고 계시다가 가끔씩 화면에 손인사를 하시면서 예전에 알던 사람이라고 우리에게 소개하시고 "우리 딸들이에요"하시면서 자랑도 하신다. 웃픈 일이지만 이제는 받아들인다. 엄마의 엉뚱 발랄 행동에 함께 웃는다. 엉뚱해도 지금처럼만 항상 그대로 계셨으면 좋겠다.
사건사고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