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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온 동네가 지켜주는 부모님!

잃어버린 기억 2.

by 미카

큰언니의 전화벨이 울렸다.

"막내야. 엄마 잃어버린 것 같다. 얼른 엄마네 집에 와라" 가슴이 철렁했다. 하던 일도 팽개치고 집에 가보니 언니들이 모두 와 있었다.

아버지가 집 근처 하우스에 가시면서 원래는 혼자 다니시는데 그날은 엄마를 데리고 가셨단다.

어르신 전동차를 타고 가시는 아버지에 그 뒤를 걸어가시는 엄마. 아버지는 일을 다 보시고 천천히 엄마발걸음에 맞추어 오신 게 아니라 혼자 쌩~~ 전동차를 타고 집에 오셨고 한참을 기다려도 엄마가 오지를 않으니 큰언니에게 전화를 하셨던 거다.


'어디에 계실까?'


경찰서 신고를 하고 각자 나누어서 찾기 시작했다.

얼마나 뛰어다녔을까? 큰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엄마 찾았다고. 밭에서 항상 오던 길인데 사거리가 나오자 방향감각이 없어졌고 그렇게 당신이 아는 길이 나올 때까지 걸으셨단다. 다행히 대로변이어서 차로 이동하면서 찾던 큰언니가 발견하게 되었던 거다.

얼마나 무서우셨는지 엄마의 얼굴은 땀범벅이 되어있었고 엄마를 꼭 안았드렸다. 엄마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 일후에 부모님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목걸이를 만들어 드리고 아버지께는 엄마는 절대로

모시고 가지 말라고 다짐을 받았다.

아이에게 하지 말라고 해도 또 하듯이 치매에 걸리면 어린아이가 되는 것 같다. 얼마 전 치매판정을 받은 아버지는 또 엄마를 모시고 밭에 갔고 엄마가 길을 잃어버린 상황이 한 번 더 있었다.


일요일 오후

다급하게 큰언니에게 연락이 와서 엄마네 집에 가서 찾았지만 안보였다.

타 지역이라 못 오는 언니들은 전화로 애가 타게 상황을 물었고 큰언니와 나는 골목골목 엄마를 찾아 헤맸다. 뒤늦게 경찰서에 신고를 안 한 게 생각나서 큰언니가 동네 파출소에 신고를 하러 갔는데 신고서 작성이 끝날 즈음에 112를 통해서 배회하는 어르신이 계시다는 신고 전화가 접수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신고지 근처에 가보니 엄마가 계셨다.

지나가던 학생이 엄마가 서성이니 이상하게 생각해서 질문을 했는데 엉뚱한 대답을 하시고(사실 엄마는 청력이 안 좋으시다) 집에 가야 된다고 하셔서 신고를 해주셨단다.

정말 감사했다. 사소한 관심이 우리 엄마를 지켜주신 거다.


온 동네가 아이 하나를 키운다고 했는데 우리 부모님도 온 동네분들이 지켜주시는 것 같다.


큰언니가 동네에서 장사를 해서 동네분들을 많이 아는데 볼 때마다 혹시라도 우리 엄마 보면 집에 모시고 와달라고 부탁들 드렸단다. 그래서 동네분들이 엄마를 몇 번 모시고 와주셨다.

한 번은 동네 병원에서도 연락을 주셨는데 엄마가 눈이 아프다고 오셨단다. 돈을 내야 하는데 이상한 포인트카드를 내미시고 하셔서 환자기록을 찾아서 가족에게 연락을 주셨단다. 그분 이들이 엄마가 아프신 거를 알아서 챙겨주시니 정말 감사한 일이다.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우리를 만나면

"니들 어떻게 왔어?" 해맑게 반겨주시는 우리 엄마 이유는 모르고 자식 얼굴만 봐도 엄마는 좋으신 거다. 최고의 효도는 얼굴 자주 보여드리기인 것 같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당신 스스로 병원도 찾아가고 밭에 가셨던 엄마가 그립기도 하다. 불과 1년밖에 안 지났는데 이제는 다리에 힘이 없으셔서 혼자는 잘 못 나오신다.

기억도 점점 희미해지시는 것 같다.

엄마집에서 놀다가 저녁 먹고 집에 가려고 짐을 챙기면

"왜 이렇게 일찍 가? 더 놀다가. 저녁이라도 먹고 가야지"

엄마의 아쉬워하는 목소리.

"엄마 밥 먹었잖아. 또 올게요"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다.


엄마 아버지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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