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기억 3
요즘 딸들이 엄마집에 가서 맨 처음 하는 일은 엄마 목욕시키기. 정리정돈에 한깔끔 하던 엄마였는데
"엄마 목욕하자. 냄새나 씻어야지요."
"아녀 나 아침에 씻었어. 안 해도 돼. "
손사래를 치신다. 앉아계신 엄마를 일으켜 욕실도 모시고 가는 길은 너무 어려운 일. 거절하시는 엄마의 힘은 천하장사급. 무리하게 모시면 다치시니 술 한잔 하러 식탁에 가서 오시는 길에 꼭 끌어안아 욕실 목욕의자에 앉힌다.
목욕 싫다 하던 엄마는 머리를 감기고 몸에 물이라도 뿌리면
"어이구 시원하다. 개운하네"
어린아이처럼 해맑아지신다.
꼼꼼히 양치질도 하시고 등도 밀어달라신다. 목욕을 마치고,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려드리면 괜찮다고 하시면서도 얼굴은 행복해 보이신다.
식사시간에 밥 먹자고 하면 엄마는
"나 배불러. 안 먹어. 너나 많이 먹어 "
하시면서 우리 걱정을 먼저 하신다. 하지만 이는 거짓말. 아이에게 이유식 먹이듯 밥을 떠먹여 드리면 또 어느 정도 드신다.
점점 어린아이가 되어가는 게 슬프지만 엄마의 어린양에 언니들과 웃을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생각된다.
오시던 요양보호사님의 휴가로 언니들과 돌아가면서 부모님을 돌보는데 제일 많이 애쓰시는 언니가 큰언니와 둘째 언니 항상 감사하다.
첫날 큰언니가 부모님 목욕시키고 집안일에 식사까지 챙기는 모습에 엄마는 연신 애쓴다고 고맙다고를 반복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옆에 있던 아버지를 툭툭 치시며
"여봐요. 돈 좀 있으면 줘봐요. 큰딸 고생하는데
돈 좀 주게. 돈 좀 줘봐요"
"엄마. 아부지 돈 없어"
큰언니가 엄마한테 말하니
"돈이 없어? 아이구 미안해서 어쩌냐"
하셨단다. 정신이 없으시면서도 자식은 고생 안 시키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엄마 옆에 누워있으면 에어컨 바람에 춥다고 이불 한번 더 여며주시고. 밥은 먹었냐고 더 먹으라고 챙겨주시는 우리 엄마.
우리가 보살펴야 하는 엄마가 아니라 우리를 지켜주시는 엄마이다.
더디지만 하루하루 기억이 희미해지는 엄마.
항상 오늘처럼만 계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