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전화 안 받아요.
증여가 끝나고 오빠들의 행동을 보고 아버지는 분노하셨었다. 나쁜 놈들이라고 스스로 분해하셨었다. 하지만
한 달 두 달 오빠들의 연락이 없어지면서 점점 아버지의 말수는 줄어들고 있었다.
언젠가 아버지께 갔더니
"막내야 오빠들한테 전화가 안된다. 전화기가 이상하다. 아래 학원원장님에게 우리 아들에게 전화 좀 해달라고 했는데 안된다."
라고 말씀하셨다.
----아이고야 ----
아버지의 전화에는 단축키로 자식들 며느리 사위들이 저장되어 있었다. 오빠들이 아버지 전화를 수신거부 해놓은 거를 알기 때문에 내가 그 단축기 저장을 모두 삭제했더니 아래층 학원 원장님께 부탁을 하셨나 보다.
"아버지 왜 오빠들한테 전화를 해. 오빠들에게
전화하지 마요."
이유 없이 소리쳤지만 가슴이 아리고 슬펐다.
아버지에게 오빠들에 대한 미움보다 그리움에
보고 싶으셨던 거다. 목소리라도 듣고 싶으셨던 거다.
나는 오빠들 평생 안 보고 살아도 된다. 그리 해도 불편함은 없을 것 같은데 오빠들이 우리 없을 때라도 부모님을 뵈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명절에 다 같이 전을 부치고 있으면
"딸들이 다 와서 맛난 거 하니 좋네. 근데 며느리들은 뭐를 해가지고 올라나?"
치매이신 우리 엄마의 그리움이다.
맛난 거 사드린다고 식당에 모시고 갔는 길에
전에 큰오빠랑 왔던데라면서 기억하시는
아버지의 그리움이다.
요즈음은 오빠들 이야기를 전혀 안 하신다.
두 분 다 치매가 조금씩 심해지시는 것 같다.
자주 가니 딸 사위 손주들까지 이름은 기억해 내시는데 엄마 생신이셔서 식사에 초대한 이모들과 외삼촌들은 엄마는 한참을 지나서야 일부분만
기억해 내셨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데
하루하루 희미해지는 엄마 아버지의 기억 속에
행복을 넣어드리고 싶다.
요즘 들어 힘도 없으시고 '고맙다' 소리를 달고 사시는 우리 아버지
너무 많이 변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가끔 버럭 하시던 예전의 아버지가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