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큰오빠를 제일 보고 싶어 했다.
' 폐암 4기가 예상됩니다. '
조직검사는 고통이 너무 심해 어려울 것 같고 폐부종으로 연결되어 나오는 피로 검사를 해서 진단을 내릴 예정입니다. 다만 암에 대한 직접치료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담당 의사 선생님의 회진 중 하신 말씀이시란다.
이전병원에서는 종양정도만 있다고 말했는데 3개월 만에도 이리 심해질 수도 있나 보다. 폐에 물도 빼고 항생제도 맞고 그래서인지 보이는 아버지 모습은 하루하루 나아져 보였는데 오늘 언니 말을 들으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처음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시고 언니들과 오빠들에게 알리는 문제에 대해 상의를 하였다. 작은 오빠와 상가 임대관련해서만 톡을 주고받았고 일체 부모님 관련해서는 따로 소식을 전한 바는 없었는데, 그래도 위중하시면 연락을 드리는 게 도리인 것 같다는 언니들의 의견에 시술 후 대표로 내가 개인톡으로 소식을 전했다
작은오빠에게 온 답글에 가슴이 미어졌다. 아버지인데 뭐가 그리 미울까? 아프시다는데 병원비라도 내라고 할까 봐 그런가?
큰 형부께서 혹시 우리가 오빠들 오라고 하기 위해서 거짓말하는 거라 생각할 수 있으니 진단서도 보내보라 하셔서 보내보았지만 그냥 읽씹.
'딸들이 잘 돌봐드려라'
답글이나 달지를 말지. 그 답글에 아버지가 너무 불쌍했다. 80 평생 아들이 최고로 아들을 위해서 사 신분이 신데...
아버지를 면회 가면 섬망증상에서도 내가 누구냐고 물으면 막내라고 답하시면서 웃으셨다.
"아버지, 누가 제일 보고 싶어? 엄마 보고 싶어?"
하고 물으니
"보고 싶기는 뭘 보고 싶어. " 하신다.
"엄마는 아버지 보고 싶어 하시는데."
"그럼 나도 보고 싶어. 근데 큰오빠가 보고 싶네"
하시며 말끝을 흐리셨다.
아.. .
그래도 제일 보고 싶은 사람이 큰오빠.
슬펐다. 이렇게 그리워하시는데 오빠들은 답이 없고. 병원에서는 더 이상 치료가 없어 요양병원으로 퇴원이 결정되었다.
퇴원하는 날.
돌봐주시던 간병인분께서 아버지 몸을 따뜻한 수건으로 다 닦아 주셨단다. 요양병원에 가시면
힘드실 거라고 하시면서. 그 맘 써주심에 감사했다.
부모님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고 했는데 무심한 듯 한평생 살아오신 우리 아버지도 우리들에게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셨던 거 같다.
큰 고통이 없으시기를 바랄 뿐이다.
아버지가 퇴원 후 들어가시는 요양병원에는 현재 엄마가 계신 곳이 시다. 같은 병원이라도 아버지가 위중하셔서 엄마를 볼 기회가 쉽지 않을 것 같아 미리 엄마를 로비로 모시고 나와 아버지는 이송침대에 누워, 엄마는 휠체어에 앉아서 만나시게 되었다.
"엄마. 저기 아부지 있잖아. 한 번가서 보세요."
하지만 엄마는
"누워있는 사람이 니 아부지여? 이봐요. 나여요 여기 좀 봐봐요. 왜 아파요?"
하시며 아버지를 부르시며 아버지의 손을 잡으셨다.
엄마의 목소리를 들은 아부지는 이송침대에서 일어나시려 반응하시고 로비는 금세 울음바다가 되었다. 불과 열흘 전까지 서로를 챙기며 누워있던 부부가 이제 온전치 못한 정신 속에서도 서로를 애처로워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