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응원해♡
수능이 40여 일이 남아있을 때 아들은 다니던 수학학원을 끊겠다고 했다. 일주일에 2 번가서 수능모의풀이 하는데 모의고사 문제지 사서 혼자 해도 될 것 같단다. 학교에서 늘 10시까지 자습을 하던 공부패턴도 독서실에서 집중하고 싶단다. 6시 30분 학교에서 저녁급식을 먹고 독서실에서 새벽 한 시까지 공부.
매일매일 순공시간 6시간 확보에 아이는 만족해했다.
나는 퇴근 후 아이를 학교에서 독서실까지 태워주고 새벽 한 시까지 독서실로 아이를 데리러 간다.
11시면 눈꺼풀이 무거운 나인데 중간에 쫄면 안되기에 픽업시간 알람은 필수. 독서실 가면서 핸드폰까지 반납하고 가는 아들이기에 늦으면 절대 안 된다. 연락할 길이 없기에
주말이 되면 친구 몇 명과 실제 시험처럼 모의고사를 본다고 했다. 그래서 주말에도 늦잠은 노노. 토요일에 모의고사를 연습하고 온 아들은
"엄마. 저 아침을 먹어야 할 것 같아요. 빈속에서 아침에 국어와 수학을 푸는데 머리회전이 안 되는 게 느껴졌어요. 점심 후 오후 시험과목에는 탄수화물이 들어가서 그런지 문제가 잘 풀렸어요.
그리고 실제 수능처럼 다음 주부터 혹시 도시락을 준비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최대한 연습해 보려고요."
"아. 그럼 해줘야지. 엄마가 준비해 볼게."
보온도시락을 준비하고 주중 아침도 아들은 원래는 잠을 선택했던 시간을 아침을 먹겠다기에 간단하게 차려주었다. 새벽 한 시에 아이를 데리러 가는 것은 잠이 많은 나에게는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아이에게 내색을 할 수는 없는 일. 아이를 데리고 오는 20여분이 시간은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간이었다. 공부를 하면서 막혔던 부분. 뒤늦게 선택과목 변경에 대한 아쉬움. 그냥 들어만 주어도 아이는 좋은 것 같았다.
"엄마 힘드시지요?" 아이의 물음에
"아니, 네가 더 힘들지. " 대답에
"웅~~ 저 힘들어요. 근데 버텨야 해요. 엄마가 저 힘든 거 알아줘서 감사해요."
라고 대답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대답했지만 아이는 '네가 더 힘들 거야'라는 공감에 힘이 났던 것 같다. 다행이다.
대망의 토요일. 도시락 싸는 날이다.
독서실에 7시 30분까지는 가고 싶다는 아들.
나의 아침은 5시 30분부터 시작되었다.
아침에는 속 편하라고 누룽지를 끓여주고
점심밥은 새로 해서 보온도시락에 넣고
소불고기.
씻은 묵은지 들기름 볶음
계란말이
귤 2개
따뜻한 작두콩차
점심 도시락을 싸주었다.
핸드폰을 두고 가는 아들이기에 도시락 피드백은 아들을 만나야 들을 수 있었다.
11시 수능모의고사 보는 날에는 밤 11시에 데리러 오란다. 너무 피곤하면 안 된다고, 다 계획이 있는 아들이다.
"아들 도시락 어땠어?"
"맛있었어요. 근데 밥이 너무 많았어요. 맛있어서 다 먹으니 배부름에 오후시간 시험에 나른함이 있으니 밥양을 절반으로 줄여주세요. 그리고 계란말이는 식으니 좀 퍽퍽했고요. 김치를 씻어서 볶아주신 거는 너무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은 것 같았어요. 따뜻한 차랑 과일도 좋았어요"
꼼꼼하게 피드백해 주는 아들이다. 도시락뿐만 아니라 오늘 모의고사를 보면서 풀이 순서등 오늘 문제점에 대해서도 말해주는 아들이다.
시험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냥 호응만 해줘도 아들은 걱정이 줄어드는 느낌이란다.
일요일 도시락.
아침은 속 편하게 북엇국
점심은
오리훈제 볶음
무김치. 단무지무침
조미김
골드키위
따뜻한 보리차.
다음날이 월요일이라 다시 1시에 오라는 아들
밥양을 줄여서 좋기는 한데 양이 줄어드니 따스함이 좀 덜했단다. 담에는 식지 마라고 핫팩을 넣어야 하나. 반찬은 너무 맛있게 먹었단다.
다행이다.
앞으로 수능까지는 두 번의 주말이 남아있다.
도시락 싸는 게 힘들지만 혼자 고군분투하는 아들에 비하랴. 앞으로 특별한 일 없이 일상을 보내고 수능당일도 일상처럼 넘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능일에는 아들 맞춤형 도시락을 만들어봐야겠다.
앞으로 4번의 예행연습이 남았다.
ps. 도시락에 응원쪽지 금지. 수험생 감성을 자극한다고 절대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