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벚꽃이 참 이쁘구나.

엄마의 외출

by 미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엄마는 요양병원에 계신다.

아버지 치료받으실 동안 잠깐일 거라 생각했는데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라 현재 요양병원에 계신다.

벌써 6개월째. 장례식 이후 엄마를 친정집에 모시고 나와 하루를 지내고 큰언니가 다시 요양병원에 모셔다 드렸을 때


"나만 두고 가?"


라고 말씀하셨다는 소리에 펑펑 울었었는데

이제 간간히 면회를 가도 그런 말씀이 없으셨다.

으레 당연한 듯 우리 보고 가라고 하신다.

현 상황을 알고 계신 걸까?


요양병원에 전화를 해서 엄마의 외출을 신청했다.

봄꽃이 이렇게 이쁜데 엄마한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직 건강하시지만 최근 식사를 잘 못하신다는 말을 듣기도 했고 이 봄이 마지막이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맘이 그랬다.


예상보다 일찍 도착하여 엄마를 기다리니

엄마는 휠체어를 타고 내려오셨다.


"엄~마. 잘 지내셨어요?"

반갑게 인사하니


"어매 막내아녀? 우리 막내딸이어요"

함께 내려온 보호사님께 딸자랑이시다. ㅎㅎ


엄마를 차에 태우고 가는데 엄마는 어디에 가는지

아무것도 묻지 않으셨다. 표정은 무표정.

그냥 체념의 얼굴이셨다. 병원에서 6개월간의 생활은 본인주장은 없으시니 그러셨을 거다.

엄마의 앙상한 손가락을 보니 눈물이 났다.

집으로 모시고와 목욕을 시켜드리고 로션을 발라드리고 드라이로 머리를 말려드리니 엄마는 괜찮다 싫다 싫다 하시면서도 말씀을 '개운하다 좋다 좋다' 연발이시다

잘 못 드신다는 말이 걸려 조금씩 자주 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사과즙을 드리고 고구마도 반개만 조금씩 조금씩

싫다 싫다 하시며 드셔주시니 안심이 되기는 했다.

거실 소파에 누우시더니 몸이 노곤하신 지 금세 잠이 드셨다. 평화롭게 주무시는 엄마 얼굴을 보니

너무너무 좋았다. 안심된다는 기분 그 느낌이었다.


주무시는 중간중간 불안하신지 눈을 뜨셨는데 그때마다 막내딸 얼굴이 보이니 엄마도 안도감이 생긴 듯싶었다. 점심에 삼겹살을 구워드렸는데

밥을 반공기나 드셨다. 안 드시겠다는 걸 억지로 드시게 했다.


신기한 일이다.

처음에 집에 오실 때 체념한듯한 표정에서

집에 계시는 동안 점점 생기가 도셨다.

절대로 당신 손으로 음식이던 과일이던 드시지 않던 분이 참외를 보여주며 깎아놓자 맛있겠다며

당신이 집어서 드셨다. 맛있다고 하시면서.

예전의 엄마 모습인 거다. 감사했다

몰라보던 손자이름도 말씀하시고.


가까운 곳에 벚꽃구경을 모시고 갔다.

벚꽃이 정말 눈처럼 이쁜데


" 어머나 벚꽃이 너무 이쁘다. 활짝 피었네"

휠체어를 미는 내내 감탄하셨다.



우리 엄마가 이렇게 말씀을 많이 하시니 나도 너무 좋았다. 이 꽃길이 엄마랑 마지막은 아니겠지만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임하면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식일에는 뭐든 1번으로 진행하지만 부모님 일은 늘 미루기 일쑤였던 게 사실이었으니.

간식으로 당신이 좋아하시는 잔치국수를 덜어드리니 한 접시를 당신이 스스로 다 드셨다.

감사합니다.

오늘 엄마랑 온전하게 하루를 보내며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더 행복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오늘 해보니 힘든 일도 아닌데 내가 너무 겁을 먹었던 건 아닌가 싶었다.

효녀는 아니지만 엄마와의 추억은 이렇게 만들어본다.

요양병원에 모셔다 드리면서 엄마는 차에 내리면서

힘이 나시는지


"나 걸어갈 수 있어"


라고 말씀을 하셨다.

엄마랑 나랑은 하루를 보내면서 서로 에너지 충전이 된듯싶다. 엄마도 기운 나고 나도 힘나고.

엄마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