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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농업경영체등록 우편물을 받았다.

증여는 주는 사람 마음이다.

by 미카

"막내야. 집에 농업경영체등록 했다는 우편물이 왔어." 아버지의 전화였다.

우편물은 시골 아버지 논에 작은오빠가 직접 농사를 짓겠다는 계획서를 써서 받은 확인서였다.

이게 있으면 2차 연도부터 농토에 대한 직불금도

받고 또 나중에 농지를 증여받거나 구입하게 되어도 세금이 면제된다고 한다.

작은오빠에게 확인해 보니 내년에 공기업 퇴직이라

올 7월부터 안식년. 농사를 지어보려고 아버지랑 가서 직접 신청했단다.

근데 아버지는 기억을 못 하셨다. 아버지는 직불금 내가 받아야 한다고 하소연하시고 통장에 돈이 없어서 큰오빠에게 준 돈 중에 1천만 원만 돌려주라고 했는데 안 준다고 주사 아닌 주사를 부리셨다. 뭐지?

우리 아버지는 그 당시 84세

우리 엄마도 84세 치매진단으로 집에서 생활 중

이전에도 오빠들과 돈거래가 있으면 당시에는 말씀을 안 하시다가 서운한 게 있으시면 딸들을 불러서 하소연하셨던 아버지.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큰오빠가 보이스피싱 당해서 대출이자가 너무 많이 나가니 아버지가 6천만 원을 빌려주셨고.

작은 오빠는 딸이 아파트 중도금이 모자란다면서

아버지 건물을 담보로 5천만 원 대출을 받아갔다고

그리고 엄마명의로 집 근처에 땅이 있는데 자꾸 작은애가 달라고 한다고.


화가 났다. 딸아파트 중도금을 왜 할아버지에게 빌리지? 참고로 우리 오빠들은 두 분 다 건물도 있고 집도 상가도 현재 소유 중이시다.

진짜로 등기부등본을 보니 대출이 실행되었고 매달

아버지통장으로 이자는 입금되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우리는 별일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큰오빠에게 아버지가 돈이 없으시니 다는 아니더라도 아버지께 일부라도 돈 좀 드리라고 했더니 못한단다. 작은오빠에게 대출금 만기 시

꼭 상환하시라고 다짐을 물으니 너는 상관 말란다.

바보같이 매번 당하시면서 열손가락중에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하시면서 아버지는 돈에 대해서는 아들사랑이셨다.

아버지에게 화를 내보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큰언니에게 톡이 왔다.

"아버지가 우리들 모두 오라고 하시는데"

그날따라 모두 일정이 있어 우리들은 못 가고 큰언니만 갔는데 아버지가 얼른 엄마아버지 재산

오빠들하고 상의해서 6남매 똑같이 나누어 가라고 하셨단다

잉? 갑자기

매번 작은오빠가 와서 엄마소유의 땅을 자기한테 넘겨달라고 계속 조르고 있었단다.

아버지는 1년 전에 척추골절사고로 큰 수술을 받으시고 재활치료를 하셨는데 그때 딸들이 들어준 보험 덕분에 치료도 받고 언니가 수시로 간병하고

퇴원해서도 매일매일 챙기는 딸들에게 미안하셨단다. 그래서 동네 어르신들에게 말씀드리니 어르신 대부분이 요즘에 아들만 주는 게 어디 있냐며 분란 만들지 말고 아들딸에게 똑같이

주라고 하셨단다.

당신이 또 아들한테 도장 찍어줄까 봐

급하게 언니를 찾으셨단다.


감사했다.

오빠들과 상의를 하기 위해 육 남매가 부모님 집에 모였는데 오빠들은 부모님께 화를 내었다.

왜 똑같이 나누냐고 그럴 거면 그냥 상속으로 하자고. 왜 아들이랑 딸들이 똑같이 나누는지

그동안 우리가 한 게 얼마인데

농사일 도와드리고 집안 종친회 일등을 챙긴 것을 말하는 거 같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가는 내 기준으로 오빠들에게 지불했다 이전에도 아버지가 집도 사주고 땅도 사주고 어렵다 하면 도와주셨다.

부모님께 소리치는 오빠들은 모습을 보고 나는 각성을 하게 되었다.

나에게 오빠들은 어려운 사람들이다

오빠들하고 나이차이도 15살 13살 용돈을 챙기고 밥을 사주는 그런 오빠들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동안 불합리한 일이 있어도 한 번도 대들거나 말대꾸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부모님께 소리치는 모습을 보니 더 이상 오빠라는 생각이 안 들었다.

"이렇게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네요. 내가 큰사람이라면 아버지 어려운 결정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동생들하고 상의해서 마무리 잘하고 부모님께 더 잘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했을 텐데 화내는 걸 보니 다 오빠 들 건데

우리한테 뺏겨서 억울하신가 봅니다"

그 후 우리의 감정은 상했고 육 남매만 모여서

추가로 상의했지만 오빠들은 안된다 하고 우리는 우리라도 한다고 했지만 본인들 허락 없이는 안된다며 엄포를 놓고 간 게 끝이었다.

증여는 주는 사람 마음.

받는 사랑의 허락은 필요하지 않다.

아버지에게 마음 정하셨으면

딸들에게라도 먼저 지분만큼 증여해 달라고 말씀드렸다

22년 6월 오빠들 지분은 남겨두고 재산의 1/6씩 딸들에게 공동명의로 증여를 해주셨다.

오빠들에게는 통보하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증여이야기가 나온 이 후 작은오빠는

아버지 대출이자를 입금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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