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여행은 혼자 다녀오세요.
딸들의 증여가 끝나고 평화가 오는 듯싶었다.
매주 모여 아버지께서 관리하시던 하우스에서
농작물도 키우며 늦깎이 농사도 짓고 그 수확물로
김치도 담으며 재미있게 생활하던 중
작은오빠가 단체톡에 글을 올렸다.
"7월에 퇴직인데 부모님 모시고 여행을 다녀올 예정이니 각자 집에서 100만 원씩 입금해라"
증여문제로 실랑이할 때 작은오빠 본인은 엄청난 효자고 회사가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부모님께 소홀해서 그사이 부모님 맘이 변하신 듯하다며 다시 잘하고 싶다는 이유였다.
"오빠. 그렇게 부모님께 감사하면 공기업 퇴직하셨으니 퇴직금도 많을 거고 오빠가 단독으로
모시고 다녀오면 되지 왜 우리가 여행 경비를 부담해요? 우리는 부모님 용돈정도만 드리면 되는 거 아닌가요?"
모시고 가는 것도 큰일이란다.
참고로 해외여행은 아니고 국내여행이고 부모님은 80세가 넘으시고 걷는 것도 불편하셔서 오래 걷지 못하신다.
저희에게 생색내기밖에 안 되는 일에 우리들은 거절. 그때까지도 오빠들은 우리가 증여처리 한 거를 모른 거 같았다. 그랬을 거다.
항상 오빠들이 하지 말하고 하면 뭐가 되었는 우리들은 하지 않았으니까.
작은오빠에게 전화가 왔다.
증여사실을 알았나 보다. 왜 허락도 통보도 없이
일처리 했냐고 화를 낸다.
우리는 2번이나 만나서 상의했고 우리라도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오빠는 그냥 상속으로 하자고 했지 않았냐고 했더니 기가 찬단다.
큰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아버지가 증여를 취소하시겠다고 했단다. 헐.
오빠들이 와서 아버지에게 소리소리를 질렀단다.
아버지가 단호하신 분이시라면
"내 재산 내 맘대로 하는데 무슨 상관이야. 딸들도 잘하니까 똑같이 나누어 준거고 니들 꺼도 남겨놓았으니 가져가면 된다"
라고 말씀을 하셨겠지만 소리치며 대드는 아들이 아버지는 무서우셨을 거다.
다시 온 가족이 모였다.
오빠들은 무조건 증여취소 하란다.
아버지가 조카(작은오빠아들)에게 전화해서
고모들이 할아버지에게 달라고 해서 주었다고 말씀하셨단다.
진짜일까? 살짝 아버지를 의심했었다.
전에 아버지의 전화로 물건구매 등 사건사고 처리 이후 아버지 통화기록은 자동녹음 중인데
다 함께 있는 자리에서 조카와의 통화녹음이
재생되었다
"요즘 할아버지 냉장고가 먹을게 잔뜩이다. 고모들이 다녀가면서 맛난 거 사다 주고 얼마나 잘하는 줄 몰라..."
작은 올게 언니는 많이 당황했는지 우리가 통화를 조작했단다. 아이고야 우리가 그리 똑똑한가.
우리를 부모님 꼬드겨 재산 빼앗은 자식 만들려는 꼼수는 확실한 증거 앞에서 백기를 들었다.
이런 실랑이 중 작은 오빠는 엄마에게 물어보았다.
엄마가 그 땅 나한테 준다고 하지 않았냐고
치매이신 우리 엄마는 가만히 계시다가 소리치셨다.
"믿을 놈 하나도 없네. 아버지가 똑같이 나누어 줄 건지 왜들 싸워?"
엄마도 이 상황을 모두 이해하신 거다. 눈물이 났다.
부모님 앞에서 안 보여야 할 모습을 보여드린 거니.
그 후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오빠들은 강경하게 대처하는 우리 때문인지 소송해도 동일하게 나눈 거니까 소용이 없을 줄 아는지
큰언니를 통해서 본인들도 증여받겠다고 백기를 들었다.
오빠들 증여만 마무리되면 다 된 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가 잊은 게 있었다.
효도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