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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제사꾼이 와야 제사를 지내지

엄마 오빠들은 안 와요.

by 미카

오빠들에게 증여가 끝났을 때는

22년 9월 추석즈음이었다.

집안에 종손이신 아버지는

조상님 모시는 일 엄청나게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시다.


추석당일 아침 5시

큰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막내야. 아버지한테 전화가 왔는데 오빠들이

안 왔단다. 차례는 어찌하냐고 아버지가 엉엉 우신다."


참 기가 막힌다.

못 오면 못 온다고 미리 이야기라도 해주지.

본인들도 증여를 받겠다고 하는 걸 우리들은 화해로 받아들였고

예전처럼은 아니지만 부모님의 아들로는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빠들은 그냥 본인들 몫 챙기기였다보다.

눈물이 났다. 분하기도 하고 아버지가 불쌍해서


"언니, 걱정하지 마 우선 내가

엄마집으로 갈게. "


우리 시댁은 산소에서 제사를 지내서

언니들보다는 시간여유가 있는지라

엄마집에 도착해 보니

선물 들어온 과일도 있고

큰언니가 전이며 나물 여유 있게 했다며

전해주고 가신 음식이 있었다.


밥을 새로 하고 탕국을 끓이고

엄마 걱정된다며 함께 와준 아들이 편의점에서

술도 사 오고 심부름도 해줬다.

준비하는 동안 치매이신 우리 엄마는

무슨 날이냐고 물으신다.


"엄마 오늘 추석이야. 상차리려고"


컴퓨터에서 지방도 출력해서 오리고

아버지 두루마기도 챙겨드리고

향까지 피우니 그래도 상차림이 되었다.

6시부터 8시까지 두 시간 만에

차린 차례상.


"지사꾼(제사를 지내는 사람)들이 와야

제사를 지내지"


상차림이 완성되자 엄마는 오빠들을 기다려졌다.


아버지의 방식대로 몇 번의 밥과 국을 바꾸고

마지막 절을 올릴 때쯤 거실문이 열렸다.

오빠 두 분이었다.

반가워하는 엄마아버지

나도 안심이 되었다.

마지막 순서를 오빠들이 마무리하고

밥 먹을 준비를 하려고 하는데

작은오빠가 차례상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바로 거실문을 나섰다.


뭐지? 제사가 걱정되어서 온 게 아니라

아들 없으면 제사도 못지내니 부모님께

겁박이라도 하러 오셨나?


아버지는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엄마는 오빠들이 밥도 안 먹고 간다고

싹수없다며 욕을 하셨다.


식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셋째 언니가 오셨다. 부모님 모시고 성묘 가려고

제사만 얼른 지내고 오셨단다.

나랑 바통터치. 감사했다.


작은오빠가 사진 찍은 이유를

톡을 보고 알았다.

6남매 배우자까지 모두 있는 톡에 올라온 사진이다.

말은 수고했다고 하는데 상차림부족을 지적하는 왠지 비야냥처럼 들렸다.

증여문제로 언쟁이 있을 때 내가 제사상을 차린다고 해서 안 온 거라고 한다. 그건 증여전이고

이제 동일하게 증여 끝났고 증조할아버지 위터답(제사비용마련을 위한 땅)도 이미 오빠들

명의인데...


왜 이렇게까지 하지?

제사준비 못한다고 미리 알렸으면

우리가 준비할 텐데

골탕 먹이려 한 거밖에 안 되는 일을

왜? 이해해보려 해 보지만 이해되지 않았다.

그냥 심술보 아저씨 같았다.


'한가워만큼만 같아라'

'풍요의 기쁨을 가족과 누려야 하는 날'

새벽부터 울면서 시작하고

오빠들 때문에

속상했지만

저녁에 4명의 딸들이 모이니 엄마집에 온기가

가득했다. 그래 우리라도 행복하자.

엄마. 아부지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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