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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파동 방정식

배대웅 작가님의 <전기문명의 장대한 서막>을 읽고

by 램즈이어

가을비가 내리던 9월 26일

배 교수님 강의 제목은

<전기문명의 장대한 서막>이었어

한마디로

맥스웰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시간이었지

맥스웰 커피가

요즈음의 모든 원두를 능가한다? 가 아니야

맥스웰 이름이 나오자마자

공학도들 얼굴이 파리해지더라

외상성 스트레스 증후군을 앓았다는 둥

F로 도배를 했다는 둥

칠판에서

공공의 적으로 악명 높은

맥스웰과 헤비사이드의 합작품을 보았지

네 명의 파동 방정식 녀석은

역시 내가 보기에도

알쏭달쏭

해괴하게 생겼더군

헬이라는 둥

계속되는 성토에

교수님이 쾅! 쐐기를 박았어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가교자

고전물리학의 완성자

상대성 이론의 단초 제공자

완성과 전환의 인물이라며

혼자 똑똑하려 하지 말고

콤비 플레이를 하래

패러데이, 맥스웰

볼턴, 와트

오펜하이머, 로런스처럼


맥스웰 전까지는

달콤한 우리 이야기였지

원거리의 두 물체에 작용하는 보이지 않는 힘

전기와 자기의 신비한 현상은

바로 우리의 썸


electricus라는

끌어당김 현상하며


전기력과 자기력의 상호 연관성을 밝히는

전자기학이라는 새 학문의 탄생

세상에 둘도 없는 우리의 사랑도 싹틈

원형의 힘 작용하며

전기와 자기는 빛의 속도로 힘을 전달하고

우리는 빛의 제곱 속도로 마음을 전하지

발로 뛰는 패러데이는

전자기 유도를 발견하며

“실험은 수학 앞에 기죽을 필요 없다.”

나는

“사랑도 수학 앞에 기죽을 필요 없다.”

맥스웰은 방정식을 풀어

빛이 전기장과 자기장의 파동이라고

매질이라는 에테르를

열심히 찾았으나

후배 아인슈타인에게 엿 먹었나 봐

그러나 우리의 파동방정식은

네 마음만 있다면

네가 힌트만 준다면

영원한 정답을 얻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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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 그림: Yasuhito Kawassaki <self portait>, Acrylic on canvas, 60.6X50cm, 2023

서울 키아프 전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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