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중앙역에서 KTX를 생각함

비엔나에서 황당하게

by 램즈이어

빈 중앙역은 때에 따라 Wienna Central T 혹은 Hauptbahnhof (HBF) 두 가지로 표기된다. 이걸 깨치는 데에도 시간이 좀 걸렸다. 일주일 간의 비엔나 여행 중 이틀은 잘츠부르크 대신 헝가리에 가보기로 했다. 빈 중앙역에서 부다페스트 켈레티 역까지 기차로 2시간 40분이면 된다.

비엔나로 출발하기 며칠 전 한국에서 Omio 사이트를 통해 기차표를 예약했는데 안내대로 하고 프린트 아웃 했으나 좌석번호가 찍혀있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일로 바빠서 현지에서 알아보기로 했다. 비엔나 호텔방에서 검색해 보니 좌석 지정 티켓을 추가로 구입해야 하는 거였다. (자리 미지정 표이면 빈자리 아무 데나 앉아야 하는 상태/ Omio 티켓 구매 사이트에서 마지막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것이 이상했다.) 자리가 여유 있을 때는 문제없으나 10월은 성수기고 또 이 자리 저 자리 옮겨 다닐 수 없어서 좌석 지정티켓을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 빈 중앙역에서 이일로 한나절을 허비했기 때문에 다음에는 오스트리아 철도청 사이트 (QBB)에서 직접 구매하리라 마음먹었다.

비엔나에서 3일 내내 지하철을 이용했지만 다른 나라로의 철도 여행은 처음이라 하루 전 중앙역에 가서 플랫폼도 확인하며 예행연습을 했다. (젊은이들은 웃겠지만 우리는 할 수 없다.) 켈레티 역을 가는 플랫폼은 지상 2층 높이의 10번 인 것, 보관함이 위치한 장소와 작동하는 법 등등. (이동하는 일요일은 9시에 소년합창단의 미사 보러 가는 날이라 아침 일찍 체크 아웃하고 트렁크를 보관해야 했다.)

HBF 역사는 국철과 지하철역이 함께 있는 광활한 역이라(우리나라의 서울역이나 용산역 비슷) 스타박스, 빵집, 음식점등 없는 것이 없었다.

낮 12시 40분 출발이라 12시 이전 도착해서 전광판을 보니 플랫폼 번호는 10 A-B, 우리 열차만 빨갛게 40분 지연 출발의 글자가 떠 있다. 여유가 더 많아져서 이런저런 가게 아이쇼핑을 하다 30분 전에 플랫폼으로 올라갔다. 날씨가 쌀쌀했으나 어디 들어가 있을 박스 같은 공간이 없어서 운동삼아 서성이며 걷는데 처음에 함께 서있던 많은 사람들이 슬슬 없어지기 시작했다. 좀 이상하다 싶어 전광판을 올려다보니 지연 시간이 1시간 20분으로 불어나 있다. 다른 사람들은 미리 알고 추위를 피해 내려간 거로군. 우리가 안내 방송을 못 들은 것일까?

역사로 다시 내려가 빈 의자를 찾아 차분히 쉬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서는 시간 거의 다 돼서 올라가고 싶었지만 뭔가 불안해서 25분 전에 올라갔다. 그런데 우연히 전광판을 보니 1시간 20분 연착이 이번엔 1시간 연착으로 줄어있지 않은가? 바로 열차가 오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열차는 안 보이고 몇 사람이 뒤쪽을 향해 막 뛴다. 저 멀리 희미하게 뭔가가 서 있고. 또 한 번 전광판을 보니 어느새 10 A-B 플랫 폼이 10 C-D로 바뀌어 있다. 이 황당함. 우리도 저 뒤쪽까지 필사적으로 뛰어 겨우 열차에 올랐다. 휴~ 아래층 역사에서 조금만 더 쉬었더라면, 또 A-B 구간에 하염없이 서있었더라면 열차를 놓쳤을 뻔했다. (늦은 출발의 이유는 영어가 들리는 동생 말에 의하면 기차에 기술적인 어떤 문제가 생겨서.)

황당한 마음으로 가슴을 쓸며 고국의 KTX를 생각했다. 위대한 우리의 KTX!

이틀 후 켈레티에서 빈으로 돌아올 때는 플랫폼도 단순하고 정시에 출발해서 처음엔 맘이 놓였다. 그럼 그렇지 일요일 날의 해프닝은 드문 일일 거야 하고 생각하며. 그런데 또 일이 생겼다. 중간중간 방송에서 몇 번 무슨 안내가 있더니 슬그머니 25분 정도가 연착한 것이다. 빈에 도착했을 때 몇 사람이 부리나케 내리며 뛰어가는 것을 보았다. 연결 편 기차를 타고 다른 도시로 가는 모양이다.

파업을 안 할 때도 이런 상황이면 연결해서 어느 고장을 여행할 때 대비를 해야 하리라. 환승 타임을 넉넉히 넣어서 시간표를 짜야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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