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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램즈이어 Apr 07. 2023

예술가가 돼라 지금 당장

유명 작가님의 고마우신 명령

김영하의 『말하다』에서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을 읽고


 여러 해 전 일본어 학원에서 내가 자기소개에 대해 한참 머뭇거리자 혹시 작가가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 것이었는데 묘한 즐거움이 마음속에서 솟아났다. ‘내가 그렇게 보이는가? 나도 그런 능력이 조금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며 나 자신이 작가라는 직업을 동경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등단을 하고 나니 친구들이 작가라는 타이틀을 붙여 불러 주었다. 으쓱하기도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수필로 등단을 했으니 수필가이지 아직 작가는 못 되었다고 생각했다. 작가의 기준을 내 나름 픽션까지 쓸 수 있는 사람으로 높이 잡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작가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면서 마음속 깊이 한줄기 기쁨의 샘이 터지는 것을 느꼈다. 작가가 된다면 나도 예술가의 대열에 합류한다는 설렘이었다. 그러나 이 소망은 늘 은밀히 마음속 깊은 곳에 감춰두고 누구와 나누기를 조심했다. 능력은 없으면서 차마 꾸지 않아야 할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예술가라는 존재를 창의적 작업을 할 수 있는 고상한 정신, 감각의 세계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예술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그 대열에 합류하는 것은 대단해 보였다. 마치 어떤 계급 사회에서 평범한 어떤 사람이 어느 날 신분 상승이 이루어져 상류사회에 입성하는 것처럼. 정신 사회의 상류 그룹에 들어가는 것은 참으로 감격스러운 일 일듯 했다.

 그런데 이 강의에서 저자는 예술가에 대해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리는 모두 예술가로 태어납니다. 우리 마음속의 예술적 충동은 억눌렸을 뿐 사라지지 않습니다.

 ----- 우리 마음속의 시기심은 우리가 사악해서가 아니라 우리 내면의 어린 예술가가 마음 저 깊은 곳에 갇혀있기 때문에 생겨난 것입니다.

     

 예술가에 대한 갈망이 인간이라면 당연히 느껴야 할 것임을 말하고 있었다. 즉 그동안의 나의 동경이 지극히 본능적이며 보편타당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예술가를 선망하던 내 마음에 대해서 곰곰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남몰래 그것을 하고 싶다고 느낀 것은 내 마음속 어린 예술가의 원초적 욕망이었을까? 예술을 잘 구현해 놓은 사람들에 대한 경외심은 아이가 아버지를 따라 하고 싶은 모방 본능이고?  

   

“일은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는다. 하면 피곤해지는 게 그 증거다.”      


어느 사람 말을 인용한 이 대목은 ‘그래서 예술이 우리의 본래 직업이다’는 말 같기도 해서 마음이 시원해졌다.

그러나 예술가는 ‘될 수 없는 수 백 가지의 이유’가 아니라 ‘돼야만 하는 단 하나의 이유’로 예술가가 되는 것입니다. 어떤 유용한 것도 생산하지 않고 우리 앞날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이제 뭔가를 시작하려는 우리는 “그건 해서 뭐 하느냐?”는 실용주의자의 질문에 담대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의 확실한 격려의 말 덕분에 이제 마음 놓고 예술가의 길을 가도 될 성싶었다. 몰래몰래 조심조심 이 아니라 좀 더 드러내며 당당하게.   


(그런데 이 글을 적는 지금도 또 마음속으로는 자신 없고 머뭇거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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