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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램즈이어 Nov 01. 2024

무사(뮤즈)여, 내 글을 이끄소서

배대웅 작가님 <필력의 한계> 댓글 시

글벗님이 노트북에 머리를 박고 막막해한다.

필력의 한계를 느낀다며

하루키 뺨치는 간결한 문장에

우리의 로망, 출간제의 여러 번

이미 베셀을 내신 분이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밀도 있게 쓸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다.

그 정도로 긴 서사를 이끌고 갈 역량이 부족하다."

   

세상에나, 거짓말쟁이~

이런 엄살과 내숭이라니!  

   

읽던 『신곡』을 다시 펼친다.

비슷한 엄살이 나타나다.

써진다고 뮤즈를 부여

  

오, 성스러운 무사 여신들이여, 나는

그대들의 것이니, 죽었던 시가 여기

되살아나고, 칼리오페가 잠시 일어나---

음악으로 내 노래를 이끌어 주소서.*

    

스승 베르길리우스는 어땠을까?

『아이네이스』처음 쪽에서 내숭 발견

     

무사 여신이여, 신들의 여왕이 신성을 어떻게 모독당했기에

속이 상한 나머지 그토록 많은 시련과 그토록 많은 고난을

더없이 경건한 남자로 하여금 겪게 했는지 말씀해 주소서.**

  

그러면 호메로스는?

무사의 치맛자락을 아예 놓지 않았네.

시인의 왕이라는데 엄살 왕이시다.


『일리아드』에서는

노래하소서 여신이여,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오뒷세이아』를 쓰기 전에는

들려주소서 무사 여신이여!

트로이야의 신성한 도시를 파괴한 뒤

많이도 돌아다녔던 임기응변에 능한 그 사람의 이야기를---

이 일들에 관해 아무 대목이든, 여신이여 , 우리에게도 들려주소서!***

   

거장을 따라 하는 글벗을 생각하며

잠이 들다.

고전을 읽어서인지 꿈속에서

파르나소스의 봉우리에 올랐다.  

   

어떤 이를 둘러싸고 화기애애한

아홉 명의 무사(뮤즈)들

   

에우테르페는 피리를 불다 말고

“글을 쓴다는 건 결핍이고 그 결핍이란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욕망이나 희망이지요.”   

   

우라니아는 하늘을 바라보며

“문학적 소양보다는 소재의 문제입니다.”   

  

역사의 무사 클레이오는

“미래의 그분이 생각보다 훨씬 더 잘 쓸 겁니다.”   

  

찬미의 대가 폴뤼힘니아는

“믿어 보세요. 자신의 충분한 능력을~”

     

풍요로운 차림의 탈리아는  

“문학의 행간에서 뭘 좀 주워 먹으라는 뜻입니다.”    

 

테릅시코레는 춤추듯 리라를 연주하며

“자신감 팡팡 채우고, 고고~~ ”    

  

차분한 표정의 멜포메네는

“나침반도 방향을 잡기 전 흔들립니다.”    

  

에라토는 오페라 아리아 부르듯

“여러 마리 토끼를 잡으며 끝을 보실 거예요.”   

   

여신의 으뜸 칼리오페가

우아한 목소리로 쾅 마무리 도장을 찍었다.

“오그라듦과 싸워야 합니다!”   

   

알람은 진즉에 따르릉

부러운 마음에 끝까지 엿듣다가

눈부신 해님과 기상, 또 지각


---  

*『신곡』연옥 편 단테 알리기에리, 윌리엄 블레이크 그림, 박상진 옮김, 민음사 2007

**『아이네이스』베르길리우스, 천병희 옮김, 2007, 도서출판 숲

***『일리아드』『오뒷세이아』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2007, 도서출판 숲   


배대웅 작가님의 10월 23일 발행 <필력의 한계>를 읽고 써본 댓글 시입니다. 많은 문장들을 원문과 댓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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