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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램즈이어 Oct 11. 2024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수진 작가님 <나는 얼마나 성장하기 원하는가>의 댓글시

<2024년 10월 11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

어느 시인의 시구처럼

수진님이 드디어 내 이름을 불러주다

    

이십 년 가까운 세월

얼마나 이날을 기다렸던가?

    

침대 책상 냉장고 텔레비전 노트북이 전부인

그 작은 방에서

나도 종일 기다렸지

그녀의 정신없는 하루의 끝, 부드러운 손길이 찾아오는 시간  

   

드디어 그곳에서

세상에서 단둘만 마주할 때

내 심장은 뛰었으나

그녀는 곁을 주지 않았다  

   

할 수없이 가만히 귀 기울여

소곤거리는 소리를 듣는 수밖에

   

배우고 싶고 성장하고 싶다

아주 많이 배우고 아주 많이 성장하고 싶다

지금 이 모습이 나의 완성이라 믿지 않는다

하지만 과연 이 상황을 초월해

원하는 만큼 자랄 수 있을까?

    

그럼 당연히 자랄 수 있지요

큰소리로 말했으나

어찌 된 영문인지 듣지 못하네

(인어공주 목소리가 되었나?)

오히려 나를 불친절하게 여긴다  

   

그녀를 격하게 잡아당기면

성장의 반대 방향으로 간다고

괴로워하니

나는 더더욱 괴로웠다   

  

캄캄한 내 의복도 좋아하지 않았지

그 시간에 놀러 오는 벗

두려움과 불안이 녀석 때문일까?

낮에 희망이가 다녀갔건만

    

까만 어둠 속에서

마음이나마 감지해 본다

     

나는 원하는 대로 성장할 수 있을까?

본연의 색깔이 더 흐려지는 것은 아닐까?

이 시간들은 내게 어떤 색채를 심어주고,

나를 어디로 데려가 줄까?

    

그녀의 일급 요원이 되어 사랑을 증명하리라   

  

2024년 10월

후쿠오카의 하늘아래

달리며 미소 짓는 그녀

    

내 비밀 작전을 알 리 없으나

이제 여한이 없다

    

찬란한 그녀가

"공허함"

내 이름을 불러주어

내가 그녀의 꽃이 되었기 때문에  *   


---

## 수진 작가님 10월 11일 발행 <나는 얼마나 성장하기 원하는가>를 읽고 적어본 댓글 시입니다.

많은 표현들을 그 본문에서 빌렸습니다.  

* 김춘수의 시 <꽃>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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