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클럽

명작의 산실

by 램즈이어

여 중고교 (中高敎))를 다니던 문학소녀는

대학에 가면 누구나

세계 명작의 주인공처럼

어떤 사랑을 하게되는 줄 알았다

수강 신청 목록에는 없지만

연애는

암묵적인, 모든 것에 앞서는

필수 과목인 줄로


누나는 그렇게 펑퍼짐한 몸매로 무슨 연애를 해?

남동생의 잔인한 예언 때문인지?

내향형 인프피(INFP)여서인지?

사랑의 숨바꼭질 못해본 채

아쉽게 떠나온 캠퍼스

갖가지 초록으로 변하던 숲

담쟁이 덮인 옛 건물 사이로

짝사랑의 얼굴만 아른 거린다

머리가 희끗해진 어느 날

문학소녀는 어떤 클럽을

소개받았다

일명 짝사랑 클럽

사랑에 성공한 사람은 들어올 수 없다


그곳엔

유독

감성이 풍부한 시인, 작가님과

어마어마한 선배 분이 계셨다

모두들

잊지 못하는 애달픈 사랑을

끝없이 글로 쓰고 있었는데

내 사연을 듣고서는

조금 시샘하는 눈빛으로

“그래도 이야기를 나눠 보셨군요.”

돈키호테는 하소연하기를

“내가 둘시네아, 그분을 바라본 것은 불과 네 번밖에 되지 않고

이 네 번 중에서 내가 그분을 보고 있다는 것을 그분이 안 것은 아마도 한 번뿐일세"

위대한 대 선배

단테 알리기에리의

부러움도 샀다

아홉 살 때 처음 만난 날도

열여덟 베키오 다리의 두 번째 해후에도

그저 바라만 보았었다고

꽁꽁 얼어서, 상냥한 인사에 화답할 기회마저 놓쳤노라고

대학시절 봄날을 스케치하다

문학소녀에게 떠오른 미소

그래, 나는 몇 마디 말은 나누어 보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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