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랜드의 시인을 찾아 (1)

마봉 작가님 [백수 스코틀랜드 여행기] 댓글 픽션

by 램즈이어

이 매거진에 처음 합류한 램즈이어입니다. 큰 절 꾸벅.

브런치 입성은 3년째이고 댓글 시, 댓글 픽션이 저의 주특기입니다. 대학 때 짝사랑을 전공했는데, 그 굴레를 아직도 벗어나지 못해 글이 주로 사랑타령이고요. 이곳 유명 인사에 기대어 자기소개를 하자면.

저는 배 제갈량 님(배대웅 작가)의 초막 시절 그의 과학 글에 사랑 댓글 시를 달며 친하게 지냈습니다. 지금은 굳건한 맹장(猛將)들에 둘러싸여 민초인 저는 멀리서 바라보고 있습니다만. 지혜로운 이성의 글세계와 오글거리는 감성의 시(詩) 나라에서 각자 분주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제가 최근 알게 된 어떤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그의 이름은 로버트 번즈로 18세기 스코틀랜드 시인이다. 얼마 전 슈만의 연가곡 연주회 <미르테의 꽃>에 갔다가 그 이름이 눈에 띄었다. 클라라에게 결혼 선물로 헌정한 그 연가곡에 초대된 이는 괴테, 하이네, 뤼케르트 등 주로 독일 시인인데, 바이런과 함께 슈만에게 간택받은 영국인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서정이 가득 담긴 시구를 작곡자에게 바쳤으나 번즈는 좀 달랐다. 황량한 고원의 야성미에 장난꾸러기 성분을 더했다.

내 가슴은 하이랜드의 고원에 남았다네

여기에 있지 않고 고원의 숲 속에 남았다네

그곳에서 사슴을 사냥하고 순록을 좇네 --- <하이랜더의 작별>


나이가 들면 나가서 망아지를 하나 훔쳐오렴

평원을 여기저기 돌아다녀

집에 올 때 이웃집 소 한 마리 집어 오렴 --- <하이랜드 자장가>


자장자장 우리 아기, 어서 자라 이웃집 외양간 기웃거리라니. 어처구니없다가 <하이랜드의 과부> 등을 읽고서 그곳의 척박한 삶이 마음속에 그려졌다. 아프리카에서 버펄로와 코뿔소, 예쁜 가젤 등을 사냥한 헤밍웨이는 그렇게 밉더니만. 바람 부는 고산에서 사슴을 잡는 번즈는 마냥 멋져 보였다.

다른 시들을 찾아 읽을수록 악동 농부 시인에게 매료되어 그를 흠모하게 되었다. 급기야 만나고 싶어서 끙끙 앓으며. 먼 나라의 남성을 그것도 과거의 사람을 그리 사모한다는 것은 분명 터무니없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21세기, 불가능한 일이 없는 시대 아닌가?

시간여행과 판타지를 위해 숲의 요정 (La fée de la Forêt)을 찾아갔다. 그녀는 내 사정을 모두 듣더니 스코틀랜드를 맡은 자신의 친구에게 소개장을 쓰겠다고 했다. 그곳 담당이 따로 있다니! 그렇다면 하이랜드를 읊은 시인 로버트 번즈를 단박에 알겠구나.

"그런데 왜 편지를 적으시죠? 직접 뵐 수는 없나요?"

"무척 바쁘거든요. 예나 지금이나 해결사로 유명하고, 부탁을 거절 못하는 부드러운 성품이라."

"찾는 사람이 많군요."

"전갈이 가고 소원이 받아들여지면 금방 알 수 있을 거예요. 꿈을 꾼달지."

마음이 부풀어 한껏 기대감에 젖어 있으니 요정이 이번에는 찬물을 끼얹었다.

"접수가 안될 수도 있어요. 눈코뜰 새 없거든요. 지금도 미래 세계에서 세라비와 깡총이 녀석 데리고 다니느라."

"그렇군요. 그분 이름은요?"

"아니, 아직도 모르세요? 판타지 계의 샛별 '마봉 드 포레'(Mabon de Forêt) 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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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의 하이랜드와 로우랜드


** 하이랜드: 거칠고 신비로운 산악지대로 우리가 흔히 '스코틀랜드'하면 떠올리는 거칠고 웅장한 자연경관인 험준한 산맥, 협곡, 호수로 이루어짐. 게일어를 사용하는 클랜(Clan, 부족) 중심의 사회.

** 로우랜드: 세련되고 지적인 평야지대. 스코트어를 사용하며 잉글랜드와의 교류가 잦아 상업이 발달함. 에든버러와 글래스고도 여기에 속한다. by Gemini


https://brunch.co.kr/@mabon-de-foret/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