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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램즈이어 May 19. 2023

3일의 얼짱

브런치 작가님 따라 하기

 일상다반사 작가님 글 <꼴값 말고 얼굴값 해보고 싶어요>를 읽고 여러 생각이 샘솟아 비슷한 스타일로 써본다.

 가장 처음 떠오르는 것은 예쁘지 않은 얼굴에 펑퍼짐한 몸매의 젊은 여성이 겪은 불평등과 서러움이다.

 대학 시절 듣기 괴로웠던 얼짱 클래스 메이트의 자랑 비슷한 넋두리.

 밤늦은 시간에 웬 전화가 와. 김 00 (남학생) 한테  "야! ◇◇. 내가 너를…얼마나" 하면서. 며칠 전엔 홍 00 가 전화해서 술 주정 하더니. 우리 집 전화번호를 어찌들 아는지.

 내 사전에 이런 에피소드라곤 없었다.

 노트를 빌리러 온 남학생의 이상해 하던 표정도 생각난다. 별 내용 없는 내 필기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이다. 그 말없는 몸짓에서 나는 비언어적 메시지를 읽었다.

'얼굴이 안되면 공부라도 열심히 해야 하지 않나?'

 졸업 후 25년 재상봉 때도 언짢음은 계속되었다. 내 옆에 앉은 남학생 동기가 참석하지 않은 여학생 동기의 근황을 세세히 묻는 것이다. 결혼 상대, 결혼 생활 등등까지. 아련한 눈빛을 띤 채로…. 예쁜 친구들은 그 당시 고백을 못 들었다 할지라도 오래도록 누군가의 그리움의 대상이 된다.

--'

 '성품 좋아 결혼했는데(얼굴은 미흡하지만) 이런 성격이었어?'

 오십 세 언저리 때 마음속 울분과 화약을 어찌할 수 없어 폭동을 일삼는 나날이 이어지자 남편 표정담긴 듯한 문장이다. 데이트 시절 나는 착하고 유(柔)했다. 예쁘지 않은 젊은 여성이 그 시절  취할 수 있는 생존 본능 중 하나였을 것이다. 부모님을 모시고 싶은 남편은 나의 그런 모습에 대한 자신의 호감을 사랑으로 해석했을지 모른다.(실제로 사랑일 수도) 그렇게 결혼이 성사되었다.

 갱년기 때 남편의 이런 낭패 어린 표정에(뭔가 후회스러움이 담긴 것 같은) 내 마음은 여유롭고 다소 고소하기까지 했다. 다른 사람을 기웃거린다 한들 별 볼 일 없기 때문이다. 이미 그때는 여성의 몸매와 얼굴이 평준화되었으므로.

--

<내가 3일만 눈을 뜰 수 있다면> 헬렌 켈러의 이야기처럼 내가 얼짱으로 살 수 있는 3일을 선택해 본다면?


1. 대학 개강 첫날수업으로 돌아간다.

  약간 앞쪽 자리에 도도하게 앉아 뒷자리 남학생들의 수근 거림을 들어보고 싶다. 최대한 고고한 포즈를 취하며. 일부러 고고한 척하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얼짱 공주에게는 도도함과 고고함이라 시녀가 자연스레 따라다니니까. 첫날이어야 한다. 며칠 지나면 아우라가 깨지므로.


2. 남편과 30대 어느 날, 첫 동창 부부 모임 있는 날로 돌아간다. 남편 친구들의 부러움 섞인 주목을 받는다. 으쓱하며 의기양양해하는 남편의 얼굴을 한번 보고 싶다. 이런 소원을 가져보는 것은 남편에 대한 사랑이라기보다, 인물 없는 사람을 아내로 삼아 꿋꿋이 살아준 것에 동지애가 발동해서 상을 주고 싶은 것.


3. 대학 2학년, 어렵기로 악명 높은 유기화학 수업으로 돌아간다. 공부도 열심히 해서 일등을 발표하는 그 시간에 내 이름이 불린다. 반전을 만난듯한 남학생들의 웅성거림.

"뭐야. 김태희였잖아? 서울대 안 가고 왜 여기 왔어?"

 드디어 학문과 미모로 캠퍼스를 제패한다.


 상상만 해도 흐뭇하다. 어느 작가님 덕분에 유쾌한 가정(假定) 속에서 기분 좋은 날이 되었다. 역시 성악설이 맞나 보다. 인물 없다 서러워할 때는 언제고 허구 세계에서 통쾌해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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